제주를 대표해 드론 축구대회 국제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제주특별자치도는 '2024 싱가포르 드론축구 챔피언십(Drone Soccer Championship)'에서 제주 청소년들로 구성된 제주인드론(jejuindrone)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밝혔다.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열린 이번 대회엔 대한민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8개 팀이 참가했다. 제주인드론팀은 이복헌 단장과 차영민(사대부고3), 유시호(KIS12), 배정원(KIS12), 김준혁
잃어버렸다고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이 땅은 잠시 저들의 짓밟혔지만,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처럼 다시금 솟아난다. 비록 꽃이 되지 못 하더라도 뿌리채 뽑히지 않을 저들의 움직임이 하나둘 피어올랐다.“갈 곳은 없다. 가야만 한다.”김통정이 사람들 앞에 섰다. 바람은 그의 곁을 맴돌며 주변의 쓰러진 꽃부터 일으켜 세웠다. 나도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섰다. 양옆에는 같은 바람에 일어난 사람들이 그가 그랬듯 온전히 몸을 내맡겼다. 이윽고 바람이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바로 그곳이었다. 성, 우리가 직접 쌓아올리고 도망치듯
그것은 마치 굶주린 맹수의 절규에 가까운 포효였다. 단지 허공에 맴돌다 낙엽처럼 바스라지는 무력함은 아니었다. 김통정의 찢어질 듯 뜨거운 목소리는 주변을 에워싸는 찬공기를 되차게 걷어냈다. 그의 움직임 한 번에 고려군은 하나둘 쓰러졌다. 단단하게 무장한 갑옷도 예리하게 날을 세운 창도 그를 막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달려들수록 더 빠르게 쓰러질 뿐이었다.“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그에게 달려든 고려군 선봉은 모두 높이 자란 풀들 사이로 쓰러져 일어나질 못 했다. 함께 따라온 나머지 군사들도 서로 눈치를 살필 뿐 선뜻 나서지 않
이 순간, 분명히 올 것이라고 나나 김통정이나 모두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또다시 반복된 추적 그리고 위협. 더 이상의 기회는 없으리라고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이쯤되면 나 역시도 모든 걸 내려놓고 우리의 운명을 저들에게 맡겨야 함도 직감했다. “곧 저들이 오겠군.”김통정의 목소리에 힘이 한껏 빠져 있었다. 화살이 박힌 채 돌아온 자는 잔뜩 충혈된 눈으로 입을 크게 벌렸지만, 거기서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떨리는 손을 김통정에게 내뻗은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은 하늘이 정해두었는지 모를 일이다. 거기서 한낱 한 사람이 그 뜻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탐라에 있는 시일이 기약 없이 늘어날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이 시간들이 과연 후대에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머릿속의 기억들은 얼마나 온전히 그대로 남길 수 있을까, 의문스러움은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바꿀 수 없을지는 몰라도 방향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결과는 정해져 있을 지라도 과정이 달라지면 어쩌면 결과 이후 새로운 시작은 하늘에서 선택권을 줄 지도 모를 일이다. 난 누구도 믿지
김통정 앞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는 뜨거웠다. 어떤 폭풍에서도 쓰러지지 않을 바위와도 같은 기개가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모습을 발견하였다. 사람들은 소리를 내지르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자도 있었다는 것. 나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한숨을 감추지 않는 노인 곁으로 다가갔다. 어째서 어깨가 축 처졌느냐고 물어보았다.“이제 편히 살아보나 했는데.”속삭이듯 내뱉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날이 선 눈빛은 김통정에게도 향하였다. 얼른 그의 가로막았다. 하마터면 김통정이 발견할 뻔했으나 계속 이
차가운 시선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김통정은 다시 손을 내밀었고, 양옆으로 한 사람씩 다가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리에 힘은 좀처럼 들어가질 않아, 휘청거렸으나 양팔을 붙든 이들이 견고하여 다시 주저앉지는 않았다. 고개를 돌려 김통정과 함께 서 있는 자들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옷차림새는 여느 탐라 백성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군데군데 해진 것이 걸치지 않는 것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저들의 손과 허리춤에 자리 잡은 무기들은 스치는 바람을 베어낼 듯 날이 바짝 서 있었다. “드디어 우린 함께 살 수 있을 걸세.”김통정
밝아오는 구멍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여기서 정말 목숨줄이 끊어질 수도 있겠구나.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생사의 기로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지만, 이번엔 그 결이 달랐다. 예측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으나 지금 상황은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생각을 하면 아니 될 걸세.”침묵을 지키던 김통정의 입이 열렸다. 생각이라고 해봐야, 안 되겠다는 확신뿐이었다. 그렇다고 팔다리가 묶여 머리 위로 내리쬐는 약간의 빛만 있는 상태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딱히 없었다. 귀를 최대한 열어보고 싶었으나 나
눈앞의 형체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달빛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였던 것들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얼굴로 변하였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초점이 완전히 사라진 저들의 눈빛을.“아무래도 발길을 돌려야겠네.”김통정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지만, 정작 우리가 돌릴 수 있는 발길은 없었다. 지나왔던 입구는 쓰러진 나무로 막혔고, 눈앞엔 저들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고, 양옆엔 형체가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 어둠 그 자체였다. 저들은 천천히 다가왔다. 김통정과 나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내 양옆으로 각자 몸을 내던졌다.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다시 일으켰다. 어둠 너머로 파도 소리가 넘어와 귓가에 맴돌았다. 숨을 깊이 마시고 내뱉었다.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왔구나, 안도의 마음과 함께 드는 것은 이제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허공에 시선을 고정시킨 김통정의 뒤통수만 한참 바라보았다.“난, 그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네.”그렇다, 곁에서 나름대로 살펴본 나도 그게 느껴졌다. 그저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 물론 옳은 결정인지 여부는 감히 내가 판단할 순 없다. 누군가에 역적이겠지만 누군가는 의인으로 기억할 터. 다만 그
너무나도 차가웠다, 이곳이 공기가 아닌 나를 향한 눈빛들이. 손끝부터 냉기가 깊게 서렸다. 반면 이마는 뜨거워지더니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아니, 저놈은!”수많은 눈빛들 사이에 날카롭게 내 귓가에 다가온 목소리, 분명 처음은 아니었다. 성큼성큼 발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등장한 건, 바로 김통정과 가장 가까이했던 부장이었다. 삼별초와 함께 움직였을 때 직접 챙겼던 자이기도 했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 것인가!”그의 입김은 뜨거웠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대로 침묵을 지킬 수만 없을 터. 여기까지 온 연
우리 앞에 큰 오름 하나가 가로막았다. 마침 노인의 손가락도 저곳을 가리켰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그자를 만난다는 건, 목숨은 내려놓아야 할 것이오.”노인이 가장 먼저 앞장섰다. 그의 목소리는 힘을 주고 있었지만 분명 떨렸다. 삶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고 했으나 손끝이 떨리는 것도 숨길 순 없었다. 어쩌면 나도 마찬가지일 터. 수도 없이 생명과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의연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구면인 김통정 그와 다시 만나는 순간도 다시 그 고통과 만날 것이란 점, 분명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다시 만
그들의 눈빛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말 그대로 눈앞에 이들을 우리 손으로 직접 쓰러뜨릴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쉬이 길을 내줄 분위기도 아니었다.“우리를 찾아온 자들은 모두 내치기에만 급급했소.”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뒤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에 나머지 사람들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순식간에 웅성거렸다. 점점 우리와 거리를 좁혀나갔다. 내 곁에 선 자들 중 한 사람이 칼을 빼드려고 했으나, 재빨리 손으로 막아냈다. 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들은 절대 우리를 해치지 못 할 것이라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산으로 가야 한다, 산으로. 그러나 머리 위로 스치는 화살이 우리를 막고 있었다.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저 멀리 우리를 향한 그림자들은 점점 좁혀올 것이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대로 사로잡히거나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준비된 것은 없었다. 각자 손에 칼을 대고 있었을 뿐.“산으로만 가면 되는 것이오.”옆에 자리 잡은 그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칼을 앞으로 내던졌다. 이내 저 멀리서 신음이 크게 울리더니, 잠시 적막이 찾아왔다. 그것도 잠시 갑자기 우리 쪽으로 그림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탐라로 돌아왔다. 완전히 떠난 바 없었으니, 땅에서 발만 뗀 셈이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나를 데리러 온 자들은 어쨌든 그냥은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내 의지대로 왔으니, 다시 돌아갈 상황이 되면 그들의 뜻을 따르자는 조건이 붙었다.“바람이 참 맑구려.”나를 데려온 자가 옆으로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온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눈만 끔뻑일 뿐이었다. “그래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하오?”마땅히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탐라를 떠나면 안 된다는 목소리만이
배가 멈추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다시 말해보시오. 배를 돌리라고?”주변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모였다. 거구의 사내 하나가 뒤에서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다가왔다. 대뜸 내 목덜미를 잡는 게 아니던가. 다른 사람들이 그의 팔을 잡아당겨도 소용이 없었다. 목은 한껏 조여왔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네놈 때문에!”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목을 조이던 손에도 힘이 서서히 풀렸다. 당장 완전히 덮칠 것만 같던 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단순히 배를 돌릴 문제는 아닐세.”나를 데려온 자가 앞으로 다가왔다. 어깨에
바다에 어둠이 드리웠다. 엎드린 내 몸을 적시는 바닷물은 점점 냉기를 거칠게 들이밀었다. 오히려 등뒤로 살포시 스치는 바람이 따스할 정도였다. 마저 눈을 떠보았다. 으스름한 달빛 아래 요동치는 물결만 드러날 뿐,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그자는 어째서 누군가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을까?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단 몸을 일으켰다.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몸이 어디 하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시 반쯤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힘 없이 푹 쓰러지기를 수차례. 손 끝에 거칠거칠한 바위가
몸을 다시 일으켰다. 땅은 계속 내 발을 붙잡았다. 아마 느꼈을 것이다. 발을 떼는 순간, 내 목숨줄이 더 빠르게 끊어질 것이라고. 그러나 멈출 순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이 땅은 수 많은 백성들의 목숨이 끊어질 것이 분명했다. 어디든, 누구든 상관없다. 보고 듣는 대로 무엇이든 담아내야만 한다. 축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걷는 동안 목은 계속 말랐다. 땅에 고인 물들은 보이는대로 마셨다. 그러나 좀처럼 타들어가는 목을 달랠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걷다가 보이는 풀들도 일단 한주먹씩 뜯어먹기도 했다. 빠져나
새가 운다. 짙게 깔린 어둠을 뚫고 구슬프게 운다. 어디서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내 귓가에 아주 가까이 맴돌았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마을에서 본 그 아이의 목소리와 같았다. 그러나 함께 목을 놓을 수 없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번씩 바짝 당기는 줄에 양팔은 무기력하게 흔들거렸다. 어디로 가는 걸까,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점점 더 사방은 어두워져만 갔다. 어렴풋하게나마 보였던 바다조차도 사라졌고, 어느새 머리 위로 나무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오늘밤은 여기서 묵어야겠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점점 솟구치던 불길은 검은 연기로 바뀌어갔고, 비명도 힘을 잃어갔다. 지슬은 내 팔을 꽉 붙들었다. 그러나 몸이 움직였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최소한 몸을 숨긴 여기만큼은 아니었다. 지슬의 팔을 밀어내고 일어났다. 검은 연기가 치솟는 그 마을로 다시 돌아갔다.마을은 초입부터 탄내와 피비린내가 뒤섞였다. 사방에 말발굽소리와 함께 질질 끌려가는 소리로 분주했다. 조금 더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힘을 잃어가는 비명이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