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총상금 130만 달러) 우승 트로피는 끝내 신지애(24·미래에셋) 품에 안겼다.

신지애는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윌리엄스버그 킹스밀 리조트 리버코스(파71·6384야드)에서 재개된 대회 9차 연장전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로 막은 폴라 크리머(26·미국)를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따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신지애는 이로써 지난 2010년 11월 미즈노클래식 우승 이후 1년 10개월 여만에 우승을 일궜다. 시즌 첫 승이자 LPGA통산 9승이었다. 올 시즌 한국(계) 여자 선수가 달성한 6번째 우승이기도 했다.

16번홀(파4)에서 펼쳐진 9차 연장전에서 신지애는 두 번째 샷을 깃대 근처에 올린 뒤 투 퍼트로 막아 파를 기록, 보기를 범한 크리머를 따돌리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마지막 연장 9번째 홀은 집중력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두 명 모두 2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며 팽팽한 경기를 이었다.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버디 퍼트에 실패를 했지만 크리머는 4번째 샷이 흔들리며 홀컵을 돌고 나왔고 신지애는 침착히 홀컵에 떨궈 우승을 확정했다.

앞서 최종라운드에서 16언더파 268타로 크리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 돌입한 신지애는 2시간 여동안 8차례 연장 접전을 펼쳤지만 일몰로 인해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대회를 중단했고 현지 시각으로 다음날 오전 9시에 속개된 연장 9번째 홀에서 신지애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PGA 투어 역사상 최장 연장전 기록은 1972년 코퍼스 크리스티시비탄오픈에서 벌어진 연장 10차전이다. 이날 신지애와 크리머가 펼친 9차 연장전은 그 뒤를 잇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9차례의 연장전이라는 숫자가 말해 주듯 연장 내내 피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서로의 애간장을 녹이는 플레이가 이어졌다.

통산 9승을 노리는 신지애와 통산 10승을 노리는 크리머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키는 크리머가 더 크지만 드라이버 거리와 코스 공략 등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연장 3번째 홀에서 각각 위기가 찾아왔지만 노련한 선수들답게 무사히 넘겼다.

신지애는 연장 3번째 홀에서 티샷이 밀리며 페어웨이를 놓쳐 위기를 맞았다. 크리머는 세컨드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져 결정적 승기를 놓쳤다.

연장 7번째 홀에서는 크리머의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휘며 그린 왼쪽 벙커턱에 걸렸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려놓은 신지애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회심의 버디 퍼트가 짧았다. 홀컵 30cm 앞에서 멈추는 불운을 겪었다.

연장 8번째 홀에서도 장군멍군 승부가 끝나지 않자 경기위원은 심각하게 진행 의사를 다시 물었고 크리머가 일몰로 어렵겠다는 의사를 먼저 보였다. 신지애가 합의를 해 경기는 다음날 속개됐다.

결과적으로 끝까지 포기를 할 줄 모른 신지애의 인내심이 만들어낸 우승이었다.

대회 2라운드까지 선두를 지키던 신지애는 3라운드에서 주춤하며 1위 자리를 크리머에게 내줬다. 2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나선 신지애는 추격자의 입장에서 편안히 자기 플레이에 집중했고 기회가 오자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첫 번째 기회는 6번홀에서 나왔다. 크리머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한참 지나 갤러리 있는 쪽으로 떨어졌다. 위기에 놓인 크리머는 결국 더블보기로 홀아웃 했다. 2타를 뒤지고 있던 신지애는 단숨에 동타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기회 뒤에 위기는 찾아왔다. 신지애는 샷감이 흔들리며 10~11번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다시 크리머에 2타 뒤졌다. 이후 크리머가 12번홀(파4)에서 5타로 홀아웃해 간격은 1타 차로 좁혀졌다.

이후 2개의 버디를 주고 받은 신지애와 크리머는 마지막홀까지 경기를 안갯속 양상으로 끌고 갔다.

신지애가 1타차 턱밑까지 추격하자 크리머는 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기나긴 연장전으로 끌려 갔다.

결국 9차례나 이어지는 연장 승부 끝에 신지애가 웃음지었다. 신지애는 다음 주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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