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초신(짚신)을 신고 자랐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초신을 신고 다니다가 질퍽한 진흙에 가서 문지르고 쇠똥에 가서도 문지르곤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쇠똥에 문질러야만 얼른 닳아지지 않아 오래 신을 수 있다고 말했고 한동안 신고 다니다가 뒤집어 다시 신창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고 다녔다. 비가 올 때에는 나막신을 신고 다녔고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게다라는 일본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신을 신기도 했으나 역시 초신을 신어야 편안했으므로 주로 초신을 신고 다녔다.


나는 10살 때부터 손수 초신을 삼아 신었다. 시간 있을 때마다 초신을 삼아 주렁주렁 매달아 놓기도 했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경쟁적으로 초신을 삼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다.


초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할 재료가 있었는데 신놀(새끼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질겨야 하므로 『미』라는 어욱새 순으로 새끼줄을 꼬아 만들었다. 추석을 전후하여 들에 억새꽃이 피어날 무렵이면 억새순을 뽑으러 들로 산으로 돌아 다녔고 칡넝쿨도 거둬 들였다 『미』를 햇볕에 잘 말려 억새꽃을 분리한 다음 물에 담가 부풀린 후에 두 세가닥으로 쪼개어 새끼를 꼬아 신놀을 만들고 벼짚을 물뿌려 축축하게 한 다음 덩그렁위에서 덩드렁마깨로 두들겨 짚을 연하게 만들고 신놀에는 콥을 문지러 미끈미끈하게 한다. 벼짚으로만 신을 삼으면 쉬 닳아지므로 꼴래나 칡넝쿨 또는 진껍질을 짚과 같이 섞어 초신을 만들기도 했다. 초신깍을 줄에 꿰어 오락가락하지 않게 칡넝쿨 쪼갠 것으로 잘 엮고 초신모형을 만든 다음 골을 박아 드들겨 패면 이쁘장한 초신이 만들어 진다. 제주에는 논이 흔치 않아 발벼를 재배했기 때문에 내가 초신을 만들 때 소원이 있다면 산디짚 말고 나록짚으로 초신을 삼아 봤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산디짚은 짧고 억새었으나 나록짚은 길고 연하여 작업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내가 초신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 동네에 소문나 남정네가 없는 집 아주머니들이 용돈을 주고 사가기도 해서 나는 용돈버는 재미로 초신 삼는 일에 더욱 열을 올리기도 했다.


요즘 민속촌에 가서 진열해 놓은 짚신을 보면서 저렇게 조잡하고 볼품없는 것을 우리 조상들이 신고 다녔다고 자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렸을때 만든 초신은 힘껏 조여서 튼튼했고 아담해서 어디 내어 놓더라도 손색이 없었는데 지금민속촌에 전시하는 것들은 일 싫은 사람이 건성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해 보기에 민망스러울 정도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