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시작한 박주영(27·셀타비고)이 '골 도우미' 미카엘 크론 델리(29)와 찰떡 호흡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그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8월30일 셀타비고로의 공식 임대를 밝힌 박주영은 현재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하고 있다.

한 시즌(2011~2012시즌)을 보내면서도 리그 1경기(컵대회 포함 6경기·1득점) 출전에 그쳤던 아스날(잉글랜드) 시절과는 사뭇 다른 출발이다.

아스날 유니폼을 입을 당시 박주영은 외로웠다. 출전 기회 자체도 적었고 경기장 안에서도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아까운 시간만 보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예고됐던 이별을 고했다. 박주영은 허울 좋은 '명문팀'을 떠나 진심으로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셀타비고행을 택했다.

실리를 택한 박주영의 결단은 탁월했다. 6시즌(2006~2007시즌 이후) 만에 1부리그로 승격한 셀타비고는 박주영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뛰어난 동료들과의 만남도 가능케 했다. 특히 크론 델리와 발을 맞추게 된 것은 박주영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크론 델리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영입된 셀타비고의 이적생이다. 파코 에레라(59) 셀타비고 감독은 승격 후 팀을 새롭게 꾸리는 과정에서 팀의 새로운 왼쪽 허리 자리에 크론 델리를 낙점했다.

지난 2008년부터 브뢴드비(덴마크)에서 활약해온 크론 델리는 자국리그 최고의 스타다. 4시즌(2008~2012시즌)을 뛰며 122경기에 출전해 26골을 기록했다.

강철 체력과 뛰어난 크로스 능력을 지닌 크론 델리의 합류는 박주영의 스페인 리그 안착에 큰 역할을 했다.

박주영은 지난 23일 열린 헤타페와의 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시즌 두 번째 교체 출전 만에 팀의 2-1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뽑아냈다.

1-1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던 후반 20분 에레라 감독은 박주영을 투입시켰고 왼쪽 측면에서 크론 델리가 올린 크로스를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연결하며 이적 후 첫 데뷔골을 터뜨렸다.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 두 이적생은 이어 열린 그라나다와의 리그 6라운드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비록 팀의 1-2 패배를 막진 못했지만 크론 델리와 박주영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특히 후반 40분 크론 델리의 크로스에 이은 박주영의 논스톱 슈팅은 일품이었다. 비록 공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며 2경기 연속골 기회는 놓쳤지만 그라나다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박주영은 그라나다와의 경기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결정적인 기회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후반전에 접어들며 크론 델리와 짝을 이룬 콤비 플레이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측면 크로스가 뛰어난 크론 델리와 공중볼 장악력이 좋은 박주영의 조합은 에레라 감독에게도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현재 셀타 비고의 실직적인 에이스는 이아고 아스파스(25)다. 박주영의 스타일이 그와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꾸준한 출전을 위한 호재로 작용한다.

박주영은 위치 선정과 패스 위주의 플레이에 강한 반면 아스파스는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과 개인기를 통해 골을 뽑아내는 선수다. 두 선수의 역할이 갈리는 만큼 주전 싸움에서도 각자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한준희 KBS축구해설위원은 "최전방 공격수인 박주영에게 크론 델리와 같이 도우미 역할을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이번 시즌을 치르는데 커다란 장점이 될 것"이라며 "아스파스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지만 본인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득점 기회를 찾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크론 델리와의 호흡은 박주영쪽이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셀타 비고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비의 안정도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수비가 불안정하면 공격에서 아무리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다 하더라도 소득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셀타비고의 불안 요소를 지적했다.

박주영은 성공적인 임대를 통해 골 도우미 역할을 할 동료를 얻었다. 자신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남은 일은 해결사다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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