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박준서(31)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들어선 가을잔치 타석에서 대포를 쏘아 올리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박준서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2 팔도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이 3-5로 끌려가던 8회말 1사 1루에서 동점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프로 데뷔 후 12년 동안 '백업 선수'로 머물렀던 박준서는 이날 활약으로 그간의 설움을 씻어냈다.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19순위)로 SK 와이번스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를 밟은 박준서는 이듬해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박준서는 이후 10년간 1, 2군을 오가는 생활을 하며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2002년과 2003년 1군에서 29경기에 나서는데 그친 박준서는 2004년 86경기에 나서며 기회를 잡는 듯 보였다. 그는 이후 2007년까지 3년 연속 60경기 이상 출전했지만 주로 백업으로 나섰다. 2008년부터 또다시 기회는 점차 줄어들었다. 201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2경기, 21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올해에도 박준서는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5월 내야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박준서는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맹활약을 펼치면서 양승호 감독에 눈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 8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2홈런 12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인 박준서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선발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스위치 타자인 그는 대타로 나서 좌타석, 우타석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며 '깜짝 스타'에 등극했다.

7번타자 겸 2루수로 나선 조성환이 5회말 실책을 2개나 저지르고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양 감독은 이어진 수비에서 조성환을 손용석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양 감독은 3-5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손용석 타석이 돌아오자 박준서를 대타로 내세웠다.

2001년 프로 무대를 밟은 박준서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서보는 가을잔치 타석이었다. 나이는 베테랑이지만 그가 긴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좌타석에 들어선 박준서는 상대 구원 홍상삼의 2구째 밋밋한 포크를 노려쳐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양 감독의 용병술이 통했다.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은 박준서가 통산 7번째.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 대타로 나와 홈런을 날린 것은 역대 세 번째다. 3-5로 끌려가던 롯데가 승리까지 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든 홈런이라 더욱 값졌다.

박준서의 활약은 그치지 않았다.

10회 무사 2루의 찬스 때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박준서는 번트를 댔다. 투수가 타구를 잡기 위해 급하게 나오다가 넘어진 사이 박준서는 1루를 밟았다.

박준서의 번트안타는 롯데 대량 득점의 도화선이 됐다.

10회 무사 1,3루의 찬스를 이어간 롯데는 후속 타자 황재균이 좌측선상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날려 6-5로 앞섰다. 이후 1사 2,3루에서 손아섭의 번트 때 상대의 실책이 나오면서 2,3루 주자가 모두 홈인, 롯데는 8-5로 달아나며 승부를 갈랐다.

만점 활약을 펼친 박준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인터컨티넨탈호텔 100만원 상당 숙식권을 품에 안았다.

박준서는 "포스트시즌 첫 타석이었지만 점수차도 있고 해서 부담은 없었다. 뜻깊은 홈런을 쳐서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프로생활을 한 뒤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오래 하고 볼 일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단상에 올라 상을 받았을 때 느낌을 묻자 박준서는 "원래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만두려고 할 때가 오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주자가 1루에 있어 나도 1루까지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포크볼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갔다. 초구도 포크볼이었는데 빨리 떨어졌고, 다시 포크를 노렸다. 앞에서 잘 걸려서 홈런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남섭으로 프로에 데뷔했다가 2010시즌을 앞두고 개명한 박준서는 "너무 부상이 많아 철학관에서 이름을 받아 바꿨다. 이름을 바꾼 후로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캠프를 가지 않은 것이 큰 약이 됐다는 박준서는 "훈련을 많이 했다. 2군에서 내 위주로 훈련을 했고, 마음 편하게 야구했다. 캠프를 가지 않으면서 겨울이 그렇게 추운지 처음 깨달았다"고 전했다.

"대타로 나가면 꼭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강조한 박준서는 선발 출전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나가야 하는 사람이 먼저 나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받쳐주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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