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폭발했다. How much is your salary?

부르꾸아? 부르꾸아? (왜 안된다는 거지요?)
No reservation! No reservation! (예약이 안되어 있습니다.)
This is air plane ticket. What's mean no reservation? (여기 비행기 표가 있는데 그게 무슨소리에요?)

아가데즈 국제 공항에는 비행기가 2주에 한대 뜬다. 티켓은 손으로 써서 팔기 때문에 리비아행 비행기외에는 어떠한 표도 불가능하고 한국인들은 리비아비자가 불가능했다.

할수없이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이까지 왔다. 그러나 여행사 컴퓨터의 No-working으로 4일 동안 표를 살수 없었고 나는 막무가내로 또 다시 국제공항으로 갔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마음은 역시나.. 국제 공항에서 인터넷은 작동하지 않았고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려 티켓을 사고 출국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No reservation이라니..? 나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달아 있었다. 희끗 머리의 흑인아저씨는 귀찮은듯 손으로 휘휘저으며 더이상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탁자에 달라붙어 강하게 항의를 하니 경찰이 다가와 포기하라고 말하며 나를 밀쳐냈다.

아무리 불어권이라지만 국제 공항에 영어할줄 아는 사람이 이렇게 없다는 것도 화가 났다. 어쨌든 나를 도와줄 다른 누군가을 찾아야 했다. 공항 관계자인듯한 사람부터 사람 좋아보이는 경찰관까지.. 누군가는 친절하고 누군가는 무뚝뚝하다. 하지만 영어 할 줄 안다고 대답만했을 뿐 사실상 회화가 불가능한것이 명백했다..

모든것이 헛수고였다 그들은 현지어로 몇마디를 나누더니 내가 출국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데?'..
나는 화난표정으로 묻지만 그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을뿐 자기들도 모른다고만 했다.

...택시 운전기사가 다가와 오늘밤은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가라 말해 주었다.
공항에 올때 우리돈 400원을 주었던 4인용 합승택시의 가격은 혼자라는 이유로, 공항이라는 이유로, 밤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10만원이 되어있었다.

사람 좋아보이는 짐꾼 하나가 다가와 일이 해결해 줄 때까지 짐을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팁은 2만원이다. 이번에는 공항 경찰이다. 밤이 되면 위험하다고 하며 박스하나를 내어줄 테니까 거기서 자라고 권유한다. 박스값은 4만원.

결국 나는 폭발했다. How much is your salary? (너 월급이 얼마야?)
순간 경찰관은 무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졌다.

..밤은 깊어졌다.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는데 더이상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구도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개중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어보였지만 어쨌든 공항 사람들은 모두 나를 무시하기로 작정한듯 보였다.

새벽 1시..
내가 타야 할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뜨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프리카의 어느나라에서 해당 당국의 비자를 갖고서도 입국거절을 당했다는 어느 여행자의 여행기를 읽은 적은 있었으나 입국도 아니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나를 출국 못하게 하다니.. 이건 명백한 국제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합실에 않아 울고 있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하여 이번엔 공항 승객들이 내 주변에 모여 들었다. 그들은 나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더니 비행기티켓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티켓을 판 여행사에 연락을 하려고 했으나 몇몇 고위급 공항 관계자 휴대폰을 제외하고는 공항 어디에도 전화기는 없었다.

아까부터 10만원짜리 택시운전사가 내 주변을 얼쩡거렸다. 그러나 아랍남자들이 일하고 있을 주유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4만원짜리 싸구려 여관급 호텔들도 싫었다.

...하지만 없는 여행자의 습성대로 날이 밝을 때까지 공항에 있겠다고 했던 것은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 새벽 3시가 되어 그날밤의 마지막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사라졌을 때 공항사람들은 퇴근하기 시작했고 수위아저씨는 대합실을 비롯하여 공항 전체의 불을 몽땅 꺼버렸으니까.. 더듬더듬 공항을 나와 몇몇 불빛에 의지해서 쪼그리고 앉았지만 너무 기가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국제공항에 밤새 쪼그려 않아 눈물을 흘리며.. 한국에 돌아가면 조신하게 살겠다는 각오도 했다.

어느덧 날이 밝아왔다. 공항 문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경찰이 와서 내쫒았다. 가방을 챙기면서 불친절하다 못해 야박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틀후.. 또다른 리비아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여행사 사장과 함께 공항으로 갔다. 이번에는 사람좋은 여행사 사장이 직접 모든 수속을 마쳐주었다. 그날 저녁까지만 해도 나는 내 티켓에 문제가 없었다는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공항 관계자들은 어이없는 말을 한마디씩 던져 주었다. 이집트행 티켓을 보여주지 않았다느니 이집트 비자를 받지 않았다느니..리비아 비자가 없다느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거 모두 No problem 이라고 그저께 내가 목청껏 주장했었는데?

이집트에서 만난 한 한국인 아저씨.. 내 이야기를 듣더니 고생했다면 내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젊은 시절 중동에서 사업하셨다는 한국의 문방구집 아저씨.. 그리고 On/Off라인으로 알고 지내는 수많은 고질 여행자들..내 이야기를 듣고 다들 고생했다면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너 거기서 모두에세 10$씩만 쥐어줬으면 빠져 나왔어~ 그정도 뇌물은 상식일텐데..?


가끔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땠냐고..

문명이 다르고, 풍습이 다르고, 경제력이 다르지만 세상 어딜가나 사람사는 모습들은 다 똑같다. 쪼잔하고, 욕심많고, 때론 바보같은 순수함들..

그래도 그렇다. 빌어먹을 니제르 공항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혈압 오른다.
걍 돈달라고 말했으면 나도 돈 좀 썼을 거라구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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