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 중 6% 비중밖에 안 되는 오하이오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다. “오하이오를 잡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는 명제를 충실히 반영하 듯 롬니 캠프는 유세 기간 중 무려 50번이나 오하이오를 찾았다. 오바마-바이든 콤비도 29회나 방문했지만 롬니의 지극정성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오하이오에서 미세하나마 줄곧 롬니를 앞섰다. 오하이오의 우세는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길조였지만 한 달여를 앞두고 롬니의 거센 추격에 흔들리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오바마는 첫 번째 대선토론에서 실기(失期)를 했다. 9월23일 현재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 차이는 48.3% 대 43.6%로 3.7% 포인트 차이였다. 이는 라스무센과 갤럽, CNN, NBC, WSJ, 내셔널저널 등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평균치를 합산한 것으로 오차범위을 넘어선 수치였다.

 
10월1일까지 49.3%대 45.3%로 격차를 벌리던 오바마는 그러나 이틀 뒤 열린 첫 TV 토론에서 롬니에 완패하고 말았다. 이는 지지율 추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10월6일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48.4%대 47%로 박빙의 리드로 상황이 돌변한 것.

오바마가 첫 토론에서 방어적으로 나온 것은 롬니의 토론 기술을 과소평가한데다 공격적인 대응이 앞선 지지율을 까먹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안일했다. 과거 2002년 한국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월등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결국 대권의 꿈이 물거품이 된 것도 TV 토론에서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나온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급해진 오바마는 2차 토론에서 롬니와 거의 삿대질하는 수준의 격렬한 공방을 펼친 끝에 판정승했고 3차 토론에서도 우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빙의 리드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오바마에게 '샌디'라는 이름의 행운의 여신이 다가왔다. 뉴욕 뉴저지 등 북동부 주민들에게는 최악의 상흔을 남긴 공포의 허리케인이었지만 오바마에게는 재난 상황에서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최고의 기회였다.

오바마는 샌디를 맞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를 발휘했다. 유세를 중단하고 국민의 고통을 보듬는 리더라는 이미지와 함께 ‘오바마 저격수’로 통하는 공화당의 차세대 주자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를 대통령전용 헬기로 초청, 함께 재해 지역을 둘러보는 ‘적과의 동침’을 감행했다.

크리스티는 선거 막판 오바마에 흠집을 가하기는 커녕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롬니는 크리스티의 ‘이적 행위’에 당혹했지만 최악의 피해를 당한 뉴저지 주민들을 보듬어야 하는 주지사의 립서비스에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롬니에게 뼈아픈 것은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연방재난청(FEMA)가 낭비라고 폐지를 주장한 것이 가져온 부메랑이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FEMA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언론의 질문 공세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고 피해가기로 일관,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인식되고 말았다.

미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경제 이슈도 결국 오바마의 승인으로 작용했다. AP 통신이 대선일 시행한 출구조사에서 약 60%의 투표자가 최대 현안으로 경제 상황을 꼽았고 그중에서도 실업 문제를 가장 윗줄에 올려놓았다.

4년 전에 비해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39%)는 의견이 ‘나빠지고 있다’(31%)는 것보다 많았지만 부시가 망친 경제를 오바마가 살릴 것이라는 현실적인 기대감을 충족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현재의 경제 문제가 기실 부시의 실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오바마는 실업률을 8% 이하로 낮추는 등 할만큼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 동부의 풀뿌리시민단체인 시민참여센터 김동찬 대표는 “4년 전 대선에서 오바마는 500만 명의 신규유권자를 등록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존 매케인 후보에게 완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개혁과 변화의 속도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자들이 이탈하는 등 어려운 싸움이 된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노련한 오바마가 허리케인을 타고 올랐다면 어설픈 롬니는 허리케인에 대책없이 쓸려간 셈”이라고 평가했다.【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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