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이 천주교도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에서 낙태를 희망했던 31살의 산모가 병원의 낙태 거부로 임신 17주만에 조산을 하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14일 더블린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사니타 하라파나바르라는 인도 출신의 이 산모는 지난달 말 아일랜드 서부의 갤웨이 대학병원에서 조산 후 1주일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하라파나바르는 조산하기 전 여러 병원을 찾아 낙태를 요청했었지만 태아의 심장이 박동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으며 낙태 수술만 허용됐더라도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녀의 남편은 밝혔다.

천주교 국가인 아일랜드는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1980년 이후 천주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낙태 허용 여부는 아일랜드 국민들 사이에 매우 뜨거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낙태 허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오다가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더블린의 국회의사당 앞에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산모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낙태가 허용돼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임신 6개월째인 임산부 에머 맥널리(33)는 "내 조국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 분통이 터지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치료를 거부당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소셜 미디어에도 하라파나바르의 죽음에 분노를 표하는 글들이 5만 건 이상 게시됐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이번 주말 더 큰 규모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아일랜드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줄 것을 촉구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1992년 성폭행을 당한 14살 소녀의 낙태 허용 여부를 놓고 대법원이 산모가 자살할 위험이 있어 낙태를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아일랜드 헌법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낙태를 원하는 아일랜드 여성들은 외국을 찾아 낙태 수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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