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공습 이후 최대 규모…어린이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 속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가자지구에서 포격전을 벌이면서 중동에 전쟁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양 측의 군사 충돌이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공습은 지난 2008년 1400여 명의 피해자를 낸 가자지구 공습 이후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자국 남부 지역에 가한 로켓 공격을 빌미로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군사지도자 아흐마드 알 자바리를 암살하고 무장대원들을 죽였다. 이스라엘은 무인 정찰기를 동원해 알 자바리가 타고 있는 차량의 위치를 파악했고, 초정밀 미사일로 정확하게 타격했다. 아흐마드 알 자바리는 지난 2004년 이스라엘에 암살된 하마스 창시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 이후 최고위 인사다.

이스라엘은 이틀에 걸쳐 가자지구 남부에 전투기와 탱크를 도열시키고 지중해 해역에는 군함을 배치해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하마스 역시 로켓포를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갑작스런 군사 충돌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임신부 등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100여 명의 시민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에서도 하마스 공격으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주변국가의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확전 가능성까지 표명했다. 이스라엘 공격 후 즉각 보복에 나선 하마스 역시 결사 항전을 부르짖으며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에 출연해 “하마스를 비롯한 다른 테러 조직에 (공습을 통해)확실한 의사를 전달했다. 필요하다면 이 작전을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고,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군은 “(이번 공습은)끝이 아닌 시작이다. 설정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며 대규모 공격을 예고했다. 40만 명이 넘는 예비군까지 동원할 기세다.

하마스 파우지 바룸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가리켜 ‘범죄’라고 말하며, 이스라엘이 기어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분개했다. 바룸 대변인은 이번 공습을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로 규정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아흐마드 알 자바리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후 가자지구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 의지를 확인했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에 들어선 무슬림형제단 기반의 자유정의당은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며 더 이상의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국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사인한 지 이틀 만에 전면전 양상의 충돌이 발생한 데 대해 분개한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주재한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아랍연맹에 긴급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이집트 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자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란과 중국 역시 외교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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