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강정주민들의 절실한 ' 호소문'
[전문]강정주민들의 절실한 ' 호소문'
  • 뉴스제주
  • 승인 2012.12.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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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제주 D/B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2012년 한해를 권력의 탄압속에서 지내온 강정마을이 제주도민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여럿 해 동안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사법기관의 강제 연행 및 구속으로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행사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강정마을은 언론을 통해 제주도민과 모든 이들에게 강정의 한해를 알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 소 문

5년 8개월의 세월이었습니다.

오늘로써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강정마을에 발생한지 2116일째입니다.

단 한 차례의 설명회나 공론화 과정 없이 사전에 모의된 87명만 모여 결의한 유치신청에 의해 고작 21일만에 전격적으로 국가안보사업 대상지를 결정해버린 전대미문의 국가폭력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입니다.

정부기관에서 공정하게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51% 찬성이 나오면 깨끗하게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접겠다며 줄기차게 정부와 국방부에 호소했지만 해군은 결국 반대 측 토지주 소유의 농지 전량을 강제수용하고 말았습니다.

예산과 절대보전지역해제를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공사만을 강행하는 정부와 해군의 불의에 맞서 온몸으로 거부하다 연행과 구속, 벌금폭탄과 손해배상청구까지 받고 있는 강정주민들이 오늘 이 엄동설한 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국회 앞에 섰습니다.

구럼비 바위와 할망물은 우리 강정주민들에게는 삶의 일부입니다. 구럼비 바위는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할망물은 사람이 병들었을 때나 고사나 제사 지낼 때 길어다 쓰던 신성한 물입니다. 또한 구럼비에 있는 개구럼비당은 물질하러 다니는 해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던 토속신앙이었습니다. 이러한 곳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염원을 법원은 원고적격이 없다고 각하 시키고 말았습니다.

대대손손 땅과 바다를 이어받아 살아온 주민들에게 원고적격이 없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자연환경보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단 말입니까. 법마저 주민들의 소망을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상황에서 강정주민들에게 더 이상 남은 방법은 없었습니다. 오직 맨몸으로 저항하는 길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뉴스제주 D/B
그 결과 현재까지 주민과 지킴이를 합하여 69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행되었고 22명이 구속당했으며 48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법처리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6년간 농사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가계부채가 심해져 가정불화까지 겪고 있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강정마을에는 그간 세 차례의 자살소동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하늘의 보살핌이 있어서 조기에 발견된 덕분에 세분 모두 목숨을 보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반대 운동이 지긋지긋해서 못한다고 눈물 흘리며 돌아섰다가도 그래도 너무나 지난세월이 억울해서 또 이 자리에 선 분들입니다. 얼마나 더 울어야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 뉴스제주 D/B
평생 농사일만 해오면서 순진하게 살아온 농부들이 왜 이렇게까지 한이 맺혀야 합니까? 국가안보사업이면서 어째서 지역주민과 군이 반목하는 사업이 되어야합니까?

해군과 주민사이에 직접 몸싸움이 일어났던 경우만도 두 손을 다 꼽아도 어려울 지경이고 경찰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깁스를 하거나 병원에 실려 간 경우는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대대손손 이어 내려온 마을주민들을 국가가 이렇듯 폭력적으로 내쫒으며 사업을 진행한다면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침략군과 다를 것 없는 작태를 보이는 군대와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위하며 누구를 위한 군대이며 경찰입니까.

국가안보사업이기에 사업의 목적성을 명확히 납득 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고 주민의 자발적인 양보 없이 진행된 사업이었기에 이러한 갈등이 더욱 깊어진 것입니다. 입지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은 지역에 항구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오류 문제가 불거지고 급기야 15만톤 크루즈 2척의 자유로운 입출항 문제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기까지 했습니다. 태풍 볼라벤에 케이슨 7함이 완파되며 이 논란은 더욱 커졌으며 최근에는 부실시공 문제까지 불거져 국가예산낭비의 표본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사업이 검토조차 되지 않고 밀어붙여진다면 더욱 지역갈등 증폭은 물론 국론분열로까지 비화 될 것 입니다.

국민대통합을 실천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자의 진정성을 믿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정부는 지역주민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합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공사강행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내년도 해군기지 관련 예산을 일단 삭감하고 잠정적인 공사중단과 진상조사와 재검토에 새누리당은 합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대선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진정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제주해군기지 2013년도 예산삭감에 모든 것을 걸고 나서야 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2. 12. 24

강정마을 주민 일동

 

▲ 뉴스제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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