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우리는 유쾌하게 술을 마셨다.나는 즐겁게 춤을 추며 위조지폐라면 경찰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외국인에게 외화를 주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여행자들이 여행자수표를 가져왔든 카드를 가져왔든 은행에서 USD (미국달러)대신 현지돈만을 환전해서 지급하지만 빅토리아 폭포를 비롯하여 호텔, 여행사..등등 모든곳에서 외국인은 USD만을 내야한다는 법도 있다.

짐바브웨에서 100$(약 10만원)를 주면 은행에서는 978.000Z$ (짐바브웨 달러)를 주고 길에서는 2,000,000Z$를 준다 짐바브웨 정부는 환율정책이라 말하겠지만 환전에 민감한 여행자의 눈에는 환율사기일 뿐이다. 적어도 짐바브웨 주변국에서 제시하는 짐바브웨 돈의 가치는 암환전 환율이니까.


슬슬 짐바브웨를 떠날때가 되었다. 내 여행 생각 중 하나는 모르는 곳에서 단 한명의 친구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폭포에 온 이후 나는 거리에서 친구들을 여럿 사귀었었다. 성실해 보이는 가게 직원부터 거리의 양아치까지. 내가 이들과 사귀기 위해 사준 아이스크림이 몇 개였던가.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따라온다. 환전이 필요 없는지 살짝 묻는다. 약 750,000Z$를 제시했더니 그는 100$를 주겠다고 한다. 상당히 의심스러운 제안이었다.

친구를 불러 중개를 부탁했다. 내 생각에 그 동네에서 행해질 여러사기에 관해서는 상당히 빠삭할 녀석이다. 우리는 저녁때 마을에 있는 클럽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녁 7시경.. 어두운 거리에서 친구에게 950.000Z$ 를 건네고 그를 통해 150$를 받았다.

클럽에서 우리는 유쾌하게 술을 마셨다. 나는 즐겁게 춤을 추며 위조지폐라면 경찰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왠지 그는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다음날 나는 내가 머무르는 집에서 내가 받은 것이 위조지폐임을 확인하였다.



...어이가 없다. 그 양아치 자식. 나는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부모와 누이도 함께 있길래 아무것도 모르는 척 위조지폐라고 말해 주었다. 암 환전상을 찾아내라고 하니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 뗀다.

일단 그동안 내가 사귀었던 거리의 친구들을 모두 동원했다. 오늘 저녁까지 환전상을 찾지 못하면 경찰에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모두 내게 경찰에 가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돈을 찾지는 못할 것이고 불법이니 내가 잡혀 갈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위조지폐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점심때 쯤 나를 다시 찾아온 친구 녀석은 내게 위조지폐를 달라고 했다. 나를 위해서 다른 외국인 여행자에게 가서 돈을 바꿔다주겠다는데 친구니까 괜찮다고 걱정 말랜다. 사실 이놈이 다시 나타날까 의심하고 있었었는데 정말로 내가 협박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건지 아니면 이놈이 더 고단수인지 잠시 헷갈린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암 환전상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늦은오후에 마을로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지정한 장소는 너무 넓었다.

상황을 들은 친구 하나가 경찰에 가라고 충고했다. 사실 협박용이었을 뿐 그깟 950,000Z$ (당시 은행환율로 우리돈 약10만원. 그동안 암환전 했던 것을 모두 계산해 넣는다면 실제 손실액은 우리돈으로 4만원 정도이다.)에 남의 나라 경찰까지 동원할 생각은 없었는데 문제는 얘들한테 이게 꽤 큰 돈이라는 것이다. 몇몇 친구들에게 이것이 큰 사건이었고 나는 이들에게 떠밀리다시피 거리에서 경찰에게 신고할 수



한국에서 몇몇 인터넷 여행기에서 읽었던 내용대로 짐바브웨 경찰들은 정말 친절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거리의 경찰들은 내 친구를 기억하고 있다 말했고 나는 그들에게 친구의 집까지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내게 이틀만 기다리면 그를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 말로는 아직도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는데 경찰들은 내가 언제 떠날 것 인지,

나중에 탄자니아 사람들 견해는 경찰과 그놈이 아마도 나보다 더 친한 사이일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언젠가 한국에서 여행을 다니며 해운대에서 밤새 폭죽을 팔았던 적이 있었다. 혼자 여행 다닌다는 말에 어느 아주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항상 몸조심하시고 원리원칙을 지키세요.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똑똑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요"

서로에게 사기를 치지 않는 한 암 환전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짐바브웨 정부보다는.

사람보는 눈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꽤 똑똑하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또 다시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어떤 사람을 어떻게 더 믿을 것 인지.. 사람을 판단하는 눈에 대해 조금은 더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05년 7월 당시 짐바브웨 은행환율은 100$ = 978,000 Z$ (구십칠만 짐달러),
거리환율은 2,000,000 Z$ 이였고
2006년 6월 현재 짐바브웨 은행환율은 100$ = 10,009,500 Z$ (천만 짐달러) 이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에 거리의 암환전이 은행 환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여행자들의 정보이다. 그리고 암환전의 가격은 지역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아직도 짐바브웨정부의 환율정책이나 경찰들에 대해서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가 없다. 아니 굳이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경찰들이 나를 속인 것이 아니라면, 내게 사기를 친 친구에게 화가 난다기 보다는 우리 돈 10만원 정도에 범죄자가 되어버렸을 내 친구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우린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냈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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