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시경 제주경실련 공동대표 기고

# 중국자본이 무섭게 밀려오고 있다...

 

▲ 양시경 제주경실련 공동대표 기고
최근 제주시 탑동매립문제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년 전 탑동매립사업 추진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88년 제주시 탑동매립이 대규모로 이루질 때에는 정치권도, 언론도, 공무원도, 학자도 관심이 거의 없었다. 탑동매립으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해녀 등 지역 주민과 대학생, 시민단체들이 아무리 외쳐도 철저히 외면당했다.

  당시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제주사회 여론을 주도했던 상당수 사람들은 현재에도 현역 정치인으로, 관료로, 언론인으로, 학자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탑동매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시기에 탑동매립을 주도했던 이들은 오늘날 망신창이가 된 탑동현실을 보면서 참회하거나 반성하는 모습마저 없다. 오히려 일부는 탑동매립불법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앞장섰던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흠집을 내는데 열중하기도 했다.

  필자는 탑동매립으로 인해 제주도민을 세 번 울렸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도심 속에 간직한 수려한 먹돌 등 해변의 자연자원이 콘크리트에 파묻혔기 때문이며, 둘째는 매립에 따른 개발이익을 매립사업자가 독점했기 때문이며, 셋째는 매립사업에 따른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도민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울고 있다.

  탑동매립이 이루어진 이후에 매립 부작용에 따른 월파피해 등을 해소하기 위해 3백억 원 이상의 도민 혈세가 투입돼 갖가지 공사를 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 없이 이제는 재해위험지역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또 다시 월파피해 방지용 방파제를 쌓기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대기업의 탐욕으로 매립된 탑동이 오늘날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때 양심적인 공직자들이, 언론인들이, 학자들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막아냈더라면 이 같은 상황까지는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탑동을 통해 부끄러운 개발의 역사를 경험한 많은 지식인이나 정책결정자들은 또 다시 부끄러운 난개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그동안 고지대에 대규모 숙박시설개발 등을 철저히 억제해왔던 중산간 상층부까지 외자유치라는 이유로 마구 내주고 있다. 제주도의회 역시 의기투합이라도 한 듯 일사천리로 동의하고 있다. 이의 결과로 인해 제주도의 보물이며 심장부인 중산간 300~500고지까지 중국자본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신도시 개발하듯 갈아엎고 있다.

  중국자본을 규제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 년 안에 제주도의 관광산업이 중국자본에 의해 잠식당하면서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실례로 제주시 외곽지에 있는 모 콘도는 중국인이 매입하여 숙박과 요식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곳에 종사하는 직원들 상당수는 중국현지인들로 고용되고 있어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효과는 거의 없다. 또한 경영난을 겪던 제주시내 대형호텔 3곳과 상가들이 연이어 중국자본에 넘어가는 등 중국자본 부동산 잠식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작년 11월 29일 제주도는 중국 백통신원 위미리조트사업을 승인했다. 백통신원은 위미마을이 공동목장으로 수백 년 동안 이용해왔던 토지 558,725㎡(약17만평)을 평당 5만원이 조금 넘은 가격에 매입하여 대규모 숙박시설(콘도487실, 호텔220실)과 박물관, 식당, 쇼핑센터 등을 계획하고 있다. 흥유개발은 신제주에서 15분거리에 있는 애월읍 봉성리 소재 평화로 위쪽 넓은 부지에 차이나비욘드힐 관광단지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토지매입은 끝나고 마지막 인허가절차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흥유개발은 896,586㎡(약27만평)에 콘도 1100실과 호텔800실, 컨벤션센터, 아울렛 쇼핑센터, 차이나타운, 운동오락시설 등 계획하고 있다.

  백통신원과 흥유개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 역시 사례를 들었던 모 콘도처럼 상당수의 직원들을 중국현지에서 조달할 것이다. 제주를 찾는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은 중국인이 투자한 호텔과 식당, 쇼핑센터, 박물관 등에서 즐기다 갈 것이 분명하다.

  탑동매립이 그렇듯이 중국거대자본은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개발이익을 독식하고, 개발로 인한 부작용은 온전히 제주도민들이 떠안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만드는데 제주도와 도의회가 앞장서고 있다. 중국자본에 의해 지역경제가 초토화될 것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와 지역에 개발하려던 국내기업인 롯데관광단지개발사업은 불허하며 중국자본만 허용한다는 것은 역차별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역차별 해소 이유로 개발을 전면 허용한다면 중산간 보호정책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중산간 난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지하수오염문제, 경관 및 생태계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등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극단적인 양극화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지역 역시 관광개발을 추진함에 있어 대규모 개발로 인해 영세기업들이 많은 어려움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은 세계환경수도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제주도의 생명인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생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영세한 제주도민들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대규모 중산간 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외자유치 제도, 부동산영주권제도, 제주도 중산간 난개발 정책, 대규모 단지 개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탑동매립처럼 잘못된 정책과 행정으로 인해 제주도민에게 또 다시 재앙을 안겨준다면 이를 어떻게 책임지며 감당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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