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거기서 그런 작전을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이상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의 '신의 한 수'에 깜짝 놀랐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인삼공사는 1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주전들의 5반칙 퇴장에도 불구하고 강한 집중력을 앞세워 61-6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겼지만 찜찜한 면이 없지 않다. 승부처에서 나온 유 감독의 작전에 전혀 반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57-59로 뒤지던 종료 16.6초를 남기고 사실상 마지막 공격권을 얻었다. 산술적으로 역전이 가능하지만 확률 낮은 3점슛보다는 2점슛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동점에 이은 연장전 돌입을 노릴 것으로 보였다.

이 감독도 당연히 일반적인 상황을 예상했고 혹시나 모를 "3점슛만 주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무섭게도 유 감독은 3점슛 패턴을 지시했다. 양동근과 함지훈 중 오픈 찬스가 나는 사람이 슛을 쏘는 패턴이었다. 적중했다. 함지훈은 왼쪽 45도 지점에서 오픈 찬스를 맞았고 정확히 3점슛으로 연결했다.

모비스가 잠시나마 60-59로 역전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김태술의 노련한 플레이로 인삼공사가 역전승을 거뒀지만 인삼공사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장면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그 상황에서 그런 작전을 쓰는 것을 예상할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역시 당연히 2점슛 패턴을 예상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래서 유 감독님이 '만수라고 불리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평소 3점슛을 쏘지 않는 함지훈이 3점슛을 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연신 놀란 모습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통산 400승 금자탑을 세운 리그의 대표적인 명장이다. 최근 시소게임에서 지는 경우가 잦았지만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만 사고 있다.

한 농구인은 "요즘 유재학 감독의 상황 판단이나 작전을 보면 1승보다는 선수들에게 상황에 대한 대비와 경험을 쌓게 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무섭다"고 평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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