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할 때까지 임대 약속... 1년 후 집 비워 달라 요구

# ‘육지인은 역시 영원한 이방인... 인구유입정책보다 유입된 이주민 관리가 먼저’

1년 전 초등학생 1학년 자녀와 함께 제주로 입도한 A씨 부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도심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 수 적은 농촌학교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던 A씨 부부는 큰 맘 먹고 제주행을 택했다.

A씨는 "학교를 알아보던 중 K초등학교가 맘에 쏙 들었고 해당마을 출신의 지인을 통해 어촌계 펜션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계약당시 A씨는 학교 졸업시까지 계약서 기재를 요청했지만 해당 어촌계 펜션에서는 계약서는 ‘형식’이라며 1년씩 재계약하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얼마 전 어촌계 측은 A씨 부부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계약기간도 9개월이나 남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어촌계 관계자는 "어촌계 펜션은 여름에 수익을 올려야 하는 곳이다. 초등학교 졸업때까지 보장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 재계약 다가오자 집 비워달라 요구
사실 1년 전 A씨 부부는 제주입도를 반신반의한 채 제주의 농촌 초등학교를 알아봤다. 그러던 중 K초등학교를 접하게 됐고 지리적 위치나 학생 수, 프로그램도 좋아 제주 입도를 결심했다.

A씨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은 마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다. 이 마을에서는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K초등학교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마을 어촌계 협조를 얻어 어촌계 펜션을 주거용으로 임대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마을 정책을 몰랐던 A씨는 지인을 통해 펜션측과 직접 계약을 하고 입주했다.

어촌계 측은 작년 추석을 며칠 앞두고 A씨 부부에게 1년 계약이 끝났으니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정을 안 마을측은 마침 마을에서 건설하고 있는 학교살리기 임대주택이 있으니 그쪽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입주할 때까지 현재 집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몇 주 전 새로 짓고 있는 임대주택에도 입주할 수 없다고 통고했다.

이유인 즉 작년 12월 24세대를 공모한 결과 자녀 2~3명이 있는 가구에게 선입주할 수 있다는 규정과 입주당시 학교살리기 차원으로 마을과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마을측에서는 "어촌계 펜션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살리기 차원에서 입주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대주택 입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A씨 부부는 “어촌계에서 소유한 집이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계약하고 입도했다"며 “살 집 없는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나가라고 하니..”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도 새로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기도 싫고 다른 학교로 가기 싫다고 한다.

사실 A씨가 더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그동안 마을운동회와 동네잔치에도 열심히 활동해 왔고 학교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왔지만 어촌계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니 집을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인줄 알았더니 우리에게 서럽고 좌절을 준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
A씨 부부는 “1-2년 후에 이사하고 전학해야 될 줄 알았다면 제주 입도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동네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우리는 결국 육지에서 온 영원한 이방인일 뿐이다. 제주 분들 정 많고 사람 냄새 나는 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왔는데 이런 설움은 난생 처음”이라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이어 “아이를 전학시키는 것보다, 이사 가는 것보다 함께 산 이웃들과 학교, 마을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한 상처가 너무 크다”며 “제주도는 남쪽이라 더 따뜻한 곳인 줄 알았는데 우리에게는 가장 서럽고 아프고 좌절하게 한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펜션에 살고 있는 입주 예정자들은 임대주택 입주 전까지 살 수 있다고 하면서 새집도 들어갈 수 없고 당장 집을 비워달라는 것은 학교 다니는 아이를 내쫓겠다는 말이 아니냐”며 분개했다.

A씨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자 제주와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온갖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 사연 알려지자 네트즌 분개 “자녀교육 환경이 강제적 변화되는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 “학교와 관련 수차례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용서될 수 없는 학교” 맹비난
B 네티즌은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시기를 명시했음에도 졸업도 하지 않은 상황이고 이제와서 학교가 살만하니깐 아이들이 더 많은 가정을 택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C 네티즌도 “단지 자녀가 적다는 이유로 기존에 있던 가정에 집을 비워달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처음부터 자녀 2인 이상이라는 안내도 없었고 자녀의 졸업까지라는 약정이 있었는데... 도청이나 교육청 상대로 충분히 민원제기가 가능하다”며 “이사문제는 둘째쳐도 자녀 교육환경이 강제적 변화됨에 따른 정신적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D 네티즌은 “통폐합될 수 있는 학교를 억지로 살려보겠다고 마을 학생들이 아닌 육지 학생들을 유인하다시피 유치하는 숫자놀이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으며, E 네티즌은 “학교와 관련된 사업에서도 이런 만행이 이뤄지다니 근시안적이고 비교육적 처사”라고 질타했다.

F 네티즌도 “나도 장사하면서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한다. 하물며 학부모들과의 약속을 그렇게 저버린다면 그 학교가 무슨 정이 있으며 그 마을이 무슨 정이 있냐”고 일침을 가했으며, G 네티즌은 “갑자기 닥친 일로 어른들도 힘들겠지만 어린 아이가 다른 학교에 가서 새로 적응해야 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위로했다.

# 폐가 같은 집 자비로 수리한 후 재계약시 임대료 2배 이상 올려
# 우리 혈세로 지은 집에서 사는 주제에 ‘잠자코 살아’
또 한 네티즌은 자신이 겪은 부당했던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이 네티즌은 “3년 전 빈집수리 지원할 때 우리 돈까지 보태서 천만원 사용하고 남편과 같이 두 달 정도 손수 고친 집을 80만원에 살았다”며 “곧 재계약인데 2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집은 마루가 부서져가고 있는데 보수공사는 해주지 않고 머리가 복잡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H 네티즌은 “폐가 같은 집 계약해서 자비로 수리하고 살았더니 재계약시 임대료를 두배 이상 올리는 것은 부당하지 않냐”며 “제주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계약, 돈 관련해서는 믿지 않고 시작하는 게 기본”이라며 불신이 가득 찬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학교살리기 임대주택에서도 소소한 잡음이 들리고 있다.
L씨는 같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동네 슈퍼에서 술자리를 하던 중 마을 주민과 언성이 높아졌다. L씨가 수저를 요청했다는 것이 마을 주민의 빈정을 샀다.
마을 주민 K씨는 “너희가 살고 있는 집, 우리 리민들의 혈세로 건축했어. 우리 리민들 혈세로 지은 집에서 사는 주제에 잠자코 살아야지”라며 빈정댔다.

한 네티즌은 “역시 이방인일 뿐이었다. 육지인끼리 괸당문화라도 만들어야 하나란 생각마저 든다”며 “인구유입정책도 좋지만 치사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주를 동경하는 분들에게 찬물 끼얹는 처사다. 황당하다”며 “그런식으로 학생을 유치한다면 학생들이 그 마을에 애착을 갖고 정착할 수 있을까. 유입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유입된 사람들 관리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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