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오는 28일 열리는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 허승표 피플웍스(67) 회장의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후보들 모두 막판 표심잡기로 분주하다.

축구 대권을 잡기 위해 정 회장, 허 회장을 비롯해 김석한(59) 인성하이텍 회장, 윤상현(51) 새누리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기호는 등록 순서(회장선거관리규정 제12조)에 따라 1번 김 회장, 2번 정 회장, 3번 허 회장, 4번 윤 의원이다.

▲'우리가 빅2' 정몽규 vs 허승표

정 회장과 허 회장이 선거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당선이 유력한 '빅2'로 사실상 이들 중에 차기 회장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낸 정 회장은 지지층이 두껍고 젊고 참신한 인물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이기도 한 정 회장은 현대가(家)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사장인 권오갑 실업축구연맹 회장과 현대중공업 출신인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 등이 대표적인 지지 세력이다. 프로축구연맹 역시 우군이다.

정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 재임 시절에 강한 추진력을 앞세워 승강제를 도입했고 국내 스포츠 최초로 1·2부 리그를 출범하는 등 축구 행정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현재 1000억 원 수준의 협회 예산을 2000억∼3000억 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축구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역시 분명하다. '범 현대가'의 인물로 정 명예회장의 권력을 세습하려고 한다는 축구계 안팎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선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감을 잡기 힘들다.

강력한 대항마인 허 회장은 축구계에서 쌓아온 오랜 경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말 많고 탈 많았던 현 집행부에 정면으로 날을 세우며 야권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앞서 1997년(제48대)과 2009년(제51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각각 정 명예회장과 조중연 회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 오완건 전 축구협회 부회장, 박승옥 전 OB축구회 부회장, 박종환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호 전 수원 감독, 이장수 전 광저우 감독 등 축구계 원로 및 현역 지도자들이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학원 지도자, 축구 산업 종사자 등도 허 회장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축구계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허 회장은 "당선이 되더라도 내 측근은 1명도 쓰지 않겠다"며 막판 표심잡기에 힘을 쓰고 있다.

▲'진짜 열쇠는 우리가' 김석한·윤상현

김 회장과 윤 의원도 후보 등록을 한 만큼 최소 각각 대의원 3명의 지지세는 있다는 뜻이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선거의 향방은 김 회장, 윤 의원의 지지세가 쥐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총 24명 대의원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축구협회 정관 제23조(회장의 선출)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는 후보가 당선인으로 결정되며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상위득표자 2인에 대한 2차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빅2'인 정 회장과 허 회장은 모두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각오지만 현실적으로 과반(13표) 이상의 득표를 장담하기 어렵다.

2차 결선 투표로 가게 되면 떨어진 2명을 지지했던 이들의 표가 중요해진다. 선거 결과에 절대적일 수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으로 선거가 끝나기는 어렵게 됐다. 합종연횡이나 연대를 통한 다양한 변수가 생겼다"고 내다봤다. 막판까지 '내 표 단속'은 물론 표심잡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중에 윤 의원은 "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판세 분석을 게재하면서 각 후보별로 몇 표를 득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축구계 및 대의원들의 실제 표심과는 다른 것으로 그같은 추측과 예단은 현재로서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화합과 개혁에 대한 축구계의 여망을 확고한 다수표 획득으로 보여줄 것이다"고 당선을 자신했다.

선거가 임박하자 금권선거와 관련한 흉흉한 소문들도 나돌고 있다. 이에 축구협회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명선거를 촉구했다.

손성삼 노조위원장은 "금권선거와 관련해 흉흉한 소문들이 있어 가슴을 졸이게 된다. 특히 금품 및 향응 제공 등의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