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짝사랑
[114]짝사랑
  • 현임종
  • 승인 2013.02.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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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사무실 뒤 관사에 사는 S상사는 중학교 교사로 있는 부인과 단 둘이 살아 부인은 출근길에 열쇠를 사무실에 맡겼다가 퇴근길에 찾아가곤 했다. S상사도 평소 몸가짐이 단정했지만 부인도 여중교사로 음악과 무용을 담당하고 있어서인지 아름다운 용모에 단정한 차림이었다. 열쇠 때문에 하루 두 번 사모님이 사무실에 다녀가면 얼빠진 사람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Y씨의 모습이 점점 직원들 눈에 띄게 되었다.

“저 사람이 아무래도 S상사 부인을 짝사랑하는 눈치라.”

하고 직원들은 수군수군하기 시작했고 Y씨를 놀려먹기로 모의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S상사 부인이 퇴근길에 열쇠 가지러 들렸다가 나가고 난 다음 K씨가 Y씨 옆으로 가더니 조용하게 “너, S상사 부인 짝사랑 하고 있나?”

하고 물었다. Y씨는 “아무리 봐도 예뻐·····."

하고 동정어린 말을 했다. Y씨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고 말하자 K씨는 “그럼, 내가 중간에서 교섭해 줄까?”

하고 의견을 묻자 Y씨는 눈이 번쩍 뜨이면서 “그래 줄래?”

하고 좋아하는 눈치였다. K씨는 “내가 중간에서 교섭할 테니 너는 S상사를 좋은 자리로 모셔 술 한 잔 대접할 용의 있나?”

하고 물었고 Y씨는 “그거야 문제 없지.”

하고 흔쾌히 대답했다. 평소 Y씨는 남에게 술 한 잔 사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회에 Y씨에게 술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이 직원들의 모의작당이었다. S상사 앞으로 다가간 K씨는

“S상사님, 공술 얻어먹을 기회가 생겼는데 제가 드리는 말씀을 듣고 화내지 마시고 고개만 끄덕끄덕해 주십시오.”

하고 말을 꺼냈다.

“Y씨가 상사님 사모님을 짝사랑하는 모양인데 사모님을 양보하겠다면 근사하게 술대접하겠다 하니 공술 얻어먹는 게 어떻습니까?”

하고 말했다. S상사는 하도 어이가 없어

“정신나간 사람 아니라?”

하면서도

“좋지. 일단 공짜술 먹고 보자.”

하고 찬성했다. Y씨에게 돌아온 K씨는 “너는 이제 J옥으로 가서 방을 잡고 술상을 준비하게.” 하고 말하자 Y씨는 싱글벙글하면서 서둘러 나갔다. 업무 마감이 끝나자 S상사와 직원들은 J옥으로 몰려갔고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과 술로 흥겹게 하루저녁을 보냈다.

그 뒤 1주일이 지나도 아무 말을 못들은 Y씨는 안달이 되어 K씨에게 “어떻게 된 거야?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으니·····.”

하고 재촉하자 K씨는 “내가 승낙을 받아 S상사를 술자리까지 모셔왔으면 됐지, 그 다음은 너 스스로 직접 담판을 해야지.”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초조한 Y씨가 조심조심 S상사 앞으로 다가가 우물쭈물 하자 S상사는 “무슨 일이야?”

하고 쳐다 보았고 Y씨는 손을 비비며 “요전에 약속하신 거 어찌 되는지······.”

하고 말끝을 얼버무렸다. S상사는 근엄한 얼굴 표정으로 “이 정신 나간 놈아! 마누라 주겠다는 말을 곧이 듣고 술 사는 놈이 제정신 있는 놈이냐?”

하고 소리질렸다. 아무 말도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온 Y씨는 머리만 긁으며 한숨 쉬었고 직원들은 낄낄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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