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자의 눈에 아프리카 법들은 가끔 속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예를 들어 짐바브웨에서는 외국인들은 짐바브웨 돈은 쓸 수 없고 무조건 미달러로만결제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그리고 미달러를 짐바브웨돈으로 환전할 수 있지만 짐바브웨 돈을 도로 미달러로는 환전할 수는 없고 은행에서 카드나 수표로 돈을 찾을 때도 무조건 현지돈으로만 받아야 한다는 법이 있다. 물론 은행에서 주는 현지돈은 실제 거리 환율의 50%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킬리만자로 등산 관광법이다. 등산객들은 가이드와 2명의 짐꾼, 요리사가 있어야 입산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조그마한 소형 짚차는 나와 3명의 내 팀들을 킬리만자로 입구에 내려놓았다. 킬리만자로 입구는 해발고도 1970M..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1950M)보다도 높은 곳에서 등산은 시작되었다.

마랑구(Marangu)루트는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쉽다는 코스로 처음 4일동안은 하루 평균9km (약 4~5시간)의 산책로가 이어지고 마지막 날 새벽 0시에 모래산을 밟아 1200m를 오르고 나면 킬리만자로 정복의 시간기록이 된다고 가이드는내게 설명하였다.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전문 등산객들이나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나 역시 킬만의 정상을 정복하리라는 목표같


어쨌든 마지막날 새벽 0시에 시작된 킬리만자로 최고봉의 등산.. 3명의 내팀 멤버들은 가이드와 함께 높이 올라가버렸고 내게 남겨진 꼬맹이 가이드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걸을 때마다 호흡이 차면서 심장이 심하게 고동친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건만 처음으로 내 심장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쏟아지는 졸음을 찾을 수 없어서 나는 몇 번이나 쉬어가자고 요구했었고 걷다가 졸아 몇번이나 넘어지곤 하였다.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나서야 킬리만자로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봉우리 길만스포인트(5685m)에서 먼저 올라간 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는 함께 갈 것 인지를 물었었지만 나는 결국 꼭대기에서 한바탕 토해낸 후 최고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좀 쉬고 있으니 심장은 멀쩡하게 돌아왔었지만 몰려오는 졸음에 내 다리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 꼬맹

뒤돌아 생각해 보건데 나는 그날 가이드에게 내가 혼자 힘으로 정상에 오르게 된다면 두 배의 팁(2만원)을 주겠다고 선포했었어야 했다. 탄자니아 말단 공무원 월급이 2만원이라 들었었고 그날 내가 천천히 걷는 것이 허락되었었다면 나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경사였던 길만스포인트까지의 길과는 달리 우루후피크까지의 길은 210m높이 차이로 2시간 동안의 산책로였을 뿐이었

그리고 이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 내 킬리만자로 등산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 일인 것을..


<서울포스트/뉴스제주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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