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 스포츠를 이끌 제38대 대한체육회장을 뽑는 대의원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정행(70) 용인대 총장과 이에리사(59) 새누리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한 사람이 차기 4년 간 한국 체육계 전반을 책임질 회장이 된다.

체육계 새 수장을 뽑는 대의원총회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에는 체육회 산하 52개 가맹단체(협회·연맹)의 회장과 문대성(37)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수대표 1인(선수위원장)을 포함해 총 54명의 대의원이 참석한다.

이건희(71) IOC위원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과 대의원총회를 열지 못한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뽑지 못한 대한택견연맹 등 3개 단체장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회장선거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 득표를 얻으면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결선 투표를 한다. 결선 투표에서는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결선 투표에서도 같다면 재투표를 해서 당선자를 가린다.

후보자가 두 명뿐이어서 1차 투표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기호 추첨에 따라 1번을 받은 김정행 후보는 대한유도회장 선거에서 6선에 성공한 한국 유도계의 대부로 통한다. 1995년 박용성(73) 현 대한체육회장의 뒤를 이어 유도계를 이끌어 왔다.

2002년 제34대와 2009년 제36대 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해 아쉽게 고배를 마신 김 후보는 이번이 삼수째다. 2002년에는 이연택(77) 전 회장에게, 2006년에는 현 박용성 회장에게 밀렸다.

박용성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을 지내며 기회를 노린 그는 박 회장이 연임의사를 포기하자 출마의 뜻을 품었다. 일부에서는 박용성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를 일컬어 박 회장의 '아바타'라고 꼬집기도 한다.

김 후보는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1967년 도쿄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을 따낸 뒤 유도에 인생을 걸었다. 1995년부터 최근까지 대한유도회장직을 여섯 번 연임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용인대 총장직도 다섯 번 연임하고 있다.

풍부한 체육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1998방콕아시안게임과 2008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을 역임했고 현재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오랜 체육행정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갖췄고 30여년 동안 큰 마찰없이 조직을 이끌어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김 후보는 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말했다. 엘리트 체육의 육성정책 강화, 학교체육 정상화와 학원 스포츠 활성화를 통한 선수 저변 확대, 생활체육과의 단계적 통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체육회 재정 자립 기반 구축 ▲체육인 교육센터 건립 ▲종목별 스포츠교류 등을 통한 남북 체육 교류 정례화 ▲종목별 국제대회 유치 지원으로 스포츠 외교력 강화 ▲제도 개선을 통한 경기 단체와 시도체육회 자율성 확보 등을 약속했다.


'사라예보 신화'의 주인공 이에리사 후보는 한국 첫 여성 체육회장에 도전한다. 국내 여성 스포츠 행정가의 대표 주자인 그는 지난달 30일 "아름다운 도전을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걸어온 길은 항상 '최초'였다. 언제나 어둠에서 빛을 이끌어냈다. 1973년 국민을 열광에 빠뜨린 '사라예보의 신화'도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정현숙 박미라와 함께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 후보는 단체전 19전 전승으로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단체전 세계 제패의 신화를 썼다. 절대 강호인 중국과 일본을 꺾으며 온 국민을 열광에 빠뜨렸다. 그의 나이 만 19세의 일이었다.

이후 1984년 여자 탁구 국가대표 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88서울올림픽과 2004아테네올림픽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05년에는 여성 최초로 태릉선수촌장에 부임해 본격적인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는 '일하는 선수촌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조리에 맞서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전임 선수촌장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훈련 일수(日數)와 시설 보수에 과감히 칼을 댔다. 105일에 그치던 태릉선수촌 훈련 가능 일수를 200일까지 늘렸고 시설 보수를 이끌어냈다. 항상 선수의 입장에서 체육인을 배려하는 심지를 잃지 않았다.

특히 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선수촌 시설 보수를 가로 막은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끈질긴 협상 끝에 보수 결정을 관철시킨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곤 한다. 그는 당시 "체육은 문화재이고 선수들은 인간문화재"라며 선수촌을 최신 시설로 바꾸어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선수촌장직을 내려놓은 이 후보는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고 정치에 입문했다. 선수, 지도자, 행정가에 이은 네 번째 변신이었다.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뒤에도 대표팀 선수들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과 25세 미만 운동선수 및 연예인이 주류 광고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을 발의하면서 영향력을 넓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하는 체육회, 체육인과 함께하는 체육회'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박근혜(61) 대통령 당선인의 캠프 시절 체육정책 관련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경험을 살려 알찬 공약들을 풀어놓았다.

대부분이 박 당선인의 체육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은 이 후보만의 장점이다. 체육의 위상 제고라는 바탕 위에 체육인의 복지 향상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체육인 복지법' 추진 복지 강화 ▲실업팀 창단 확대 ▲체육 재정확충 등,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웠다.

판세는 김 후보 측이 과반을 넘겼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후보 측은 50대50이라고 전해 백중지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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