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영화 찍는 초기 홍보 때 한국에 가봐야지 했는데 벌써 영화촬영이 끝나고 한국에 와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와있는 것이 마치 마술 같더라. 호텔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서울은 굉장히 멋지면서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도시다.”

박찬욱(50)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의 여주인공 미아 바쉬콥스카(24·Mia Wasikowska)는 차분한 목소리로 한국의 첫인상을 전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만난 그녀는 정적인듯 심도 깊은 연기를 펼쳐보이는 여배우답게 성숙함과 진지함, 감성을 드러냈다.

팀 버턴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의 타이틀롤 등을 맡으며 나이답지 않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할리우드의 신성이다. ‘스토커’에서는 소녀과 여인 사이의 과도기를 겪는 18세 인디아 역을 맡아 섬세하면서도 잔혹한 연기를 나무랄 데 없이 선보였다.

바쉬콥스카는 인디아 역을 자신의 연기 이력에서 가장 쉽게 결정한 역할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 내로 읽어보고는 전화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항상 새로운 역을 하고 싶은데 이 캐릭터는 내가 연기했던 어떤 역할과도 달랐고, 몇 페이지 읽자마자 하고 싶어졌다”며 “극본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그녀가 어떻다는 강한 이미지가 심어지면서 상상이 잘되면 상상한대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낯선 동양에서 온 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통역을 이용하는게 어떨까 우려도 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며 “상세한 스토리보드 책을 받아 작업하기가 매우 편했다. 나중에 찍으면서 수정도 되긴 했지만 스토리보드로 받은 시각적 주요 목표는 지켜졌다. 박 감독은 멋진 영상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이 가진 비전을 시각적으로 그린 스토리보드를 받은 것은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감독마다 자신의 시각적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박 감독의 소양인지, 한국 감독들은 다 그렇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박 감독과 촬영 전에도 인디아를 표현하기 위해 각자 준비한 시각적 자료를 놓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인디아는 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절제가 심한 동시에 다른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고, 성적 호기심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소녀다. 화가 존 에버릿 밀레, 모딜리아니의 작품 등을 참고했다. 특히 모딜리아니 작품 속 여인의 무표정하고 고집스러운 얼굴을 염두에 뒀다. 머리 색깔을 고동색으로 정한 것은 영화 속 삼촌 찰리 역의 매튜 구스가 갈색머리기 때문에 공통점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나리오에서와 달리 박 감독의 의사로 마지막 장면이 바뀐 사실도 공개했다. “대본상 마지막 장면은 뉴욕 아파트에서 창밖으로 총을 겨누며 사냥감을 찾는 것이었는데, 현재의 엔딩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은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주 태생인 바쉬콥스카는 폴란드 출신인 사진작가 어머니의 성을 사용한다. 성장과정에서도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여러 일들이 있기도 했고, 예명으로 바꿀 기회도 있었지만 자신의 출생과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이 이름을 계속 쓰기로 했다. 극중에서는 같은 호주 출신인 니콜 키드먼(46)이 어머니로 나오는데, “니콜은 호주에서 할리우드로 진출해 성공한 첫번째 배우라고 할 수 있어 어려서부터 롤모델로 삼아왔다. 니콜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었고 무척 흥분됐다. (촬영을 시작한) 2년 전에는 특히 더 그랬다”고 경의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로 선댄스영화제, 영국 등지에서 프로모션을 할 때마다 니콜 키드먼, 매튜 구드와 재회하는 것이 매우 기쁘다. 이것이 끝나지 않고 그들과 오래 계속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소원으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한편 ‘스토커’는 18세 생일에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가 찾아오고, 인디아와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과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매혹적인 영상과 한 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정교한 스릴러물로 호평을 얻어냈다.

국내에서는 28일 개봉한다. 미국에서는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지난 1월 공개됐고 3월1일 개봉한다. 순차적으로 세계 각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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