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민중항쟁 과정은 제주민예총 창립의 뿌리가 됐다.
4․3의 진실을 알리는데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선구적,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제주민예총 산하 예술분과 회원들, 4․3의 진실은 그들의 삶이 희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 귓것들의 삶’ 전시회는 4․3 민중항쟁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놀이패 한라산․풍물굿패 신나락․민요패 소리왓․제주작가회의․탐라미술인협회 등 제주민예총 예술분과 회원들의 들불열사와 같은 20여년의 삶과 정신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미 저 세상으로 보내드린지 어언 8년 째, ‘끝나지 않는 세월’의 故 김경률 감독에게 향 사루어 꽂는다. 그리고 제주민예총 선구자인 현기영 선생을 비롯해 김수열․문무병․김경훈 시인 등 억압에 말문이 닫혔던 시절 죽을 각오로 4․3을 밖으로 드러내려 했던 이들의 싯발에는 서슬 퍼런 시절의 금기를 깨고자 하는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다.

‘귓것’이란 의미는 제주어로 ‘바보’, ‘어리석다’는 비아냥거리는 놀림의 뜻이 강하다.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이 늘 부모님들의 걱정 거리였듯 부모님에겐 민예총 회원들은 ‘귓것’이었다.

“졸업하면 다 똑같다. 까불지 말고 먹고 살 걱정이나 해라. 뼈 빠지게 대학 보내놨더니 뭐하는 짓이냐”며 집안에서 늘 ‘귓것’이었던 민예총 회원들.

하지만 민예총 회원들은 “학교에서 불의에 대해 맞서 싸우라고 배웠지 불의에 머리를 숙이라고 하지 않았잖아요?”라고 부모님을 설득시켰다.

하지만 약한 자들의 힘이 되라는 가장 교과서 대로 살아온 이들이다. 그러나 부모님들의 걱정은 운동 경력들로 평생 손해를 봐야 하는 삶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평생을 ‘이 길에 평생을 걸겠다’라고 결심한 이들이다.

흔히 말하는 80~90년대 민중예술. 이때 탄생한 제주민예총 예술분과 작품들은 폭압적인 사회에 보내는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였다. 어떤 때는 언어로, 몸짓으로 가슴속 깊이 떨림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그들의 강력한 몸짓은 우리 마음 깊은 속 응어리진 4․3을 깨어나게 했다.

탐라사진가협의회가 그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삶을 늘 깨어있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 참여 회원
김기삼 / 정이근 / 강정효 / 김호천 / 한종경 / 김영하 / 이병철 / 김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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