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 서울 SK와 2위 울산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다.

두 팀 모두 도전자다.

정규리그 순위에서 뒤진 모비스가 도전자임은 자명하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도 모비스는 SK에 2승4패로 뒤진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모비스는 '가짜 도전자' 같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만수'다. 15시즌 동안 감독을 맡으며 최초로 정규리그 400승을 달성했다. 적재적소에 다양한 패턴과 용병술을 활용하며 상대의 기를 꺾는 지도자다. 2006~2007시즌, 2009~2010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경험했다. 4번째 챔피언결정전이다.

양동근을 중심으로 꾸려진 조합이 막강하다. 신인 김시래를 비롯해 문태영, 함지훈, 리카르도 라틀리프, 로드 벤슨에 식스맨 박종천, 박구영, 이지원 등이 끈끈하다. 시즌 막판 기세를 올리더니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완성형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유 감독이 문태영, 함지훈의 동선, 공간 정리에 대한 해법을 찾으며 한층 단단해지고 공격루트도 다양해졌다. 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 41승13패를 거뒀다. 다른 시즌이었다면 정규리그 1위에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성적으로 '보통 2위'가 아니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후반부터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며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다수 관계자들은 "요즘처럼 유 감독님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감독과 선수단의 경험부터 4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보여준 경기력을 비교하면 SK가 '진짜 도전자'에 가깝다.

문경은 감독은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정식 사령탑은 이번이 처음인 초짜다. 특유의 온화함을 앞세워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잘 이끌고 있지만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본인이 더 잘 안다.

주축 선수들도 어리거나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많다. 주축인 2년차 김선형과 신인 최부경은 플레이오프가 처음이다. '정규리그 40승 보증수표' 박상오를 포함해 김민수, 변기훈도 챔피언결정전은 어색하다. 주희정, 김동우, 애론 헤인즈 정도가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다.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2 지역방어와 1가드-4포워드 조합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44승10패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른 SK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태술이 버틴 인삼공사를 상대로 펼친 3-2 지역방어는 전혀 위력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악수였다. 외곽수비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삼공사에 추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베테랑 가드 주희정의 활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행히 S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2차전 패배다.

문경은 감독은 "우리는 지난해 9등을 했던 팀이다. 선수들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2차전에서 진 후)우리의 위치에 대해서 1시간 반 동안 다시 설명했다. 정규리그에서 1위를 해서인지 선수들이 도전을 받는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도전자는 우리다"고 말했다.

김선형도 "인삼공사전에서 고전하면서 업그레이드했다고 생각한다. 농구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제대로 일을 내보고 싶다"고 했다.

SK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충분한 이유가 있다. 확실한 득점원 헤인즈와 김선형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빠른 속공, 양과 질에서 풍부한 포워드진의 존재다. 모비스가 긴장하는 부분이다.

신기성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4강 플레이오프만 보면 분명 모비스가 단단해진 느낌이다. 반대로 SK는 좋지 않았다"면서도 "어차피 둘이 맞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나름의 강점이 뚜렷한 두 팀이다. 첫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이기고 지는지 내용이 중요할 것 같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SK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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