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드디어 서울에서도 크라프트베르크의 40년 음악인생을 3D영상과 함께 선보일 기회가 생겨 무척 기쁘다."

2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0 크라프트베르크'를 펼치는 일렉트로니카의 선구자이자 테크노의 거장으로 통하는 독일의 일렉트로닉 밴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리더 랄프 휘터(67)는 전화 인터뷰에서 결성 43년 만의 첫 내한공연에 설렘을 숨기지 못했다.

독일어로 '발전소'를 뜻하는 크라프트베르크는 1970년 독일의 중공업도시 뒤셀도르프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휘터와 플로리안 슈나이더(64)로 이뤄진 듀오였다. 현재는 원년 멤버인 휘터에 프리츠 힐페르트(57), 헤닝 슈미츠(60), 그리고 라이브 비디오 테크니션인 포크 그리펜하겐 등 4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중음악계가 사용하고 있는 신시사이저의 전자사운드, 기계적인 비트, 보코더, 즉 주로 사람 목소리의 음정을 키보드와 같은 악기를 통해 출력된 음의 피치로 바꾸는 악기를 대중화시킨 팀이다. 영상과 무대, 앨범 아트워크, 퍼포먼스의 디자인과 구성으로 예술 전반에 걸쳐 주목받아왔다.

작년에는 영화에만 사용하던 3D 영상을 공연에 도입, 관객들에게 3D 전용안경을 제공하고 사운드와 함께 화려한 비주얼을 선보였다. 이 공연은 모던 아트와 디자인의 산실로 통하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영국의 테이트 모던 등지에서 펼쳐져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콘서트 역시 이와 같은 콘셉트다. 휘터는 "우리의 음악과 함께 그에 부합되는 3D 프로젝션을 동시에 선보이는 공연이 될 것"이라면서 "모든 관객들에게 3D 안경을 나눠 줄 예정이다. 관객들은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라이브 일렉트로닉 3D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에 3D 영상을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1970년 뒤셀도르프 클링클랑 스튜디오에서 초창기 파트너인 슈나이더와 함께 크라프트베르크의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우리의 음악은 비주얼적인 요소가 매우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지금과 같은 오디오·비주얼 뮤직의 콘셉트를 정했고, 점점 진화하고 있는 기술사회와 어울리는 전자음악을 크라프트베르크의 프로젝트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독일과 유럽 등지의 현 사회에 어울릴 만한 동시대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자고 생각했고, 그 산물이 바로 여러분이 보게 될 전자음악과 3D 영상의 조화다."

몇몇 공연에서 자막을 해당 국가의 언어로 번역해 사용했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도 한국어로 된 자막을 선보일 것인가. "나는 영어와 불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여러 국가의 말을 할 수 있지만 아시아 국가의 언어는 배운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래서 "친구인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가 그것을 고려해 몇몇 가사들을 일본어로 번역한 후 내가 직접 노래할 수 있도록 발음기호를 알려 줬다"고 귀띔했다. "지금도 우리가 아시아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대환영이다."


3년 전 영국의 트립합 밴드 '매시브 어택'의 내한 공연에서 한국어 자막 삽입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빠듯한 일정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라디오 액티비티' 한 곡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알렸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언어는 곧 음악이기 때문이다. 우리 곡 중에는 음성학 기호들의 나열로 만든 노래들도 있다. 예를 들면 '파-페이-포', '붐-비다-밤'과 같은. 언어는 때로는 드럼 소리와 같이 우리의 음악적 요소가 되고, 음악은 결국 모든 언어와 주변의 소리, 비주얼 등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음악에 담아 낼 수 있는 것들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오랜 기간 신보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3D 카탈로그를 셋업하는 데 전력을 쏟았고, 이제야 이 모든 작업이 완성됐다. 겨우 9집 앨범을 작업할 여력이 생겼지만 우리의 작업은 소수의 친밀한 인원이 꾸려나가는 작은 독립 스튜디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마친 상태다. 9집 작업에 집중할 일만 남았다."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 클래식 전공자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가 음악을 시작할 당시 독일의 음악 신(scene)에는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 슈나이더와 클래식을 전공하는 중 만나긴 했지만 클래식 음악은 19세기를 대표하는 것이었고, 20세기의 음악이라고 대표할 만한 것은 없었기에 딱히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을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1950~60년대에는 모든 것들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당시 유럽 일대를 휩쓸던 68문화혁명의 한 부분이었고, 그와 함께 새로운 사운드의 가능성을 열고자 했다. 클래식을 했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특정한 악기소리들에 구애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고, 독일의 산업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소리에 대한 음성학적 접근과 더불어 전자음을 삽입하기 시작했다. 시작의 모든 초점은 오직 '소리' 그 자체에만 맞춰져 있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콜드플레이',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 영국 가수 겸 영화배우 데이비드 보위(66) 등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로 이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우리는 매우 특별한 상황 속에서 철저히 '독립적'으로 모든 작업을 해왔다. 정신적으로 음악은 곧 나의 언어이기에 음악을 통해 전 세계 다른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은 상호간의 작용이다."

한국의 팬들이 첫 내한공연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서울과 같이 기술이 발달한 도시에 아직 한번도 방문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라도 한국을 방문하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 난 채식주의자인데, 이번 기회에 서울에서 한국 고유의 채식음식을 맛보고 싶다."

콘서트는 팝스타 내한공연 사상 최초로 3D 영상을 선보인다. 잠실종합운동장에 돔형 스테이지가 설치되며 3D 안경을 나눠준다. 전석 스탠딩 공연이다. 현대카드와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9ENT가 뭉쳤다. 11만원. 02-332-3277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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