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양팀 감독들과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SK 최부경, 김선형, 문경은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 양동근, 함지훈. photo1006@newsis.com 2013-04-12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스승은 제자의 도전을 부담스러워했고 제자는 스승 앞에서 긴장한 모습이었다.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미디어데이 풍경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과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유 감독이 연세대 코치, SK빅스(전자랜드의 전신) 감독 시절에 문 감독은 선수였다.

농구 명문 연세대 동문이기도 하다. 유 감독이 82학번, 문 감독이 90학번이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결이다.

유 감독은 "부담스럽다. 나는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자존심이 상하는 입장이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문 감독이 (챔피언결정전)무대에 빨리 올라왔는데 부담스럽지만 좋은 대결을 펼치고 싶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더라도 내게 배운 후배가 우승을 한다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담 속에서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여유도 보였다.

문 감독은 "유 감독님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돼서 영광이다. 내가 가르침을 받은 스승과 축제를 치르게 돼 기대가 된다"며 "제자로서 스승에게 한 번 덤벼보겠다"고 했다.

정규리그 성적은 SK가 44승10패로 1위에 올라 문 감독이 웃었다. 그러나 모비스와 SK의 4강 플레이오프 경기력과 감독의 경험·역량을 감안할 때, 단기전에서는 모비스의 우위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만수'다. 15시즌 동안 감독을 맡으며 최초로 정규리그 400승을 달성했다. 적재적소에 다양한 패턴과 용병술을 활용하며 상대의 기를 꺾는 지도자다. 2006~2007시즌, 2009~2010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경험했다. 4번째 챔피언결정전이다.

이에 반해 문 감독은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정식 사령탑은 이번이 처음인 초짜다. 특유의 온화함을 앞세워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잘 이끌고 있지만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본인이 더 잘 안다.

유 감독은 "시즌 전과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 자리 모두에서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규리그에서 2승4패로 SK에 뒤진데 대해선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시즌 후반에 뒤늦게 깨달아서 무서운 모비스가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틀을 크게 잡고 경기운영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처럼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잘 됐던 속공, 제공권 부분을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유 감독님과 나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400승 이상을 하신 분이고 나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주위의 평가가 팀 전력이 비슷하면 (지도자의 역량으로)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로, 무기로 삼고 싶다"며 "무한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배우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단기전에서는 변수가 많다. 기대하지 않았던 식스맨이 펄펄 날 수도, 반대로 에이스가 침묵하는 경우도 잦다. 양팀 통틀어 SK의 공수 핵인 애론 헤인즈가 주목을 받는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승부근성이 뛰어난 선수다. 정규리그 1~2위를 다투는 과정에서 다득점을 많이 했는데 여러가지 수비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에 문 감독은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징으로 봐 달라"고 밝혔다.

대등한 전력에서는 경험도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모비스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 양동근, 함지훈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큰 경기를 뛰어봤다.

SK는 주축 선수들이 어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많다. 주축인 2년차 김선형과 신인 최부경은 플레이오프가 처음이다. '정규리그 40승 보증수표' 박상오를 포함해 김민수, 변기훈도 챔피언결정전은 어색하다. 주희정, 김동우, 헤인즈 정도가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다.

문 감독은 "긴장감을 주거나 야단을 치면 기량이 나오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 자유로움 속에서 되새김질을 하면 충분히 기량 이상으로 풍부한 경험보다 나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시리즌 예상 전적은 7차전까지 가겠지만 의외로 일방적인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 감독은 4승1패, 문 감독은 4승2패를 예상했다.

양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13일 오후 2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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