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영조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4·9 총선이 끝났다. 치열했던 선거전의 결과가 드러났다. 당선과 낙선의 희비는 물론 각 당의 지지율 등도 유권자의 표로 나타났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차원에서는 과반의석을 확보해 이명박 정부의 정책추진에 탄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입지는 좁아지는 결과로 나타나는가 하면 거물 정치인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투표율 역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전국 투표율 46%는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민주주의 위기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제주지역 투표율이 전국 최고인 53.5%를 기록해 체면을 유지한 정도이다. 물론 이 같은 투표율에 대해서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늑장 공천 등 그동안 개선되지 않는 정치문화에 대한 불신, 현장 깊숙이 파고드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에대한 홍보 부족, 투표 당일 궂은 날씨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표결과는 어느 정도 대표성을 잃은 선거라는 지적이다. 즉 투표를 한 유권자는 당원이나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에 의해 지지하는 후보자를 선택한 것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과반수가 넘는 부동층, 즉 중립성을 띠고 있는 진정한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때 결국 이번 선거 역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는 뒷전으로 밀리고 조직에 의한 선거의 한계를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제주지역에서는 매우 특징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여당인 한나라당이 전원 참패를 당한 전국의 유일한 지역으로 기록되는 반면 통합민주당은 전원 당선자를 내는 압승지역으로 남게 됐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제주에서 여당의 의석수를 한 석도 내지 못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제주정책에 험난한 여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민심은 곧바로 표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의 정책노선이 기존 제주정책노선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집권 여당의 전례 없는 기록적 참패를 가져오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제주도당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현명관 제주도당위원장이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입장을 밝히는 등 선거 후유증에 따른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통합민주당의 압승은 어쩌면 제주가 야당 텃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때의 여당 국회의원 배출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원 야당 국회의원이 되면서 이에 대한 제주의 목소리가 국회나 정부 정책에 얼마나 먹혀들 것인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제주지역 3명의 당선자들이 공약이나 제주 정책과제에 대한 입장을 보면 정부의 정책노선과 충돌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면 한·미 FTA 국회비준 문제, 제2공항 조기 건설, 관광객 전용카지노, 4·3위원회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정책은 사안에 따라 제주 당선자들과는 일정부분 반대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건설과 특별자치도 완성을 최대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재정권 확보를 비롯해 법인세율 인하, 각종 중앙 권한이나 제도 등의 대폭 이양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이에 대한 현안해결이 얼마나 원활하게 충족될 것인가 등이 관심이 되는 부분이다.

만약 이런 현안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5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제주도 등 행정부서에서는 제주지역 현안들이 국정 주요과제로 추진되거나 반영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무장돼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선자들 역시 제시된 공약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견제와 협력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는 과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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