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 1번지' 제주도가 국내 경기가 좋을 때 내국인관광객이 해외나 다른 지방으로 빠져 나가면서 오히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보다 더 타격을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과거처럼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관광객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국내경기와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과의 상관관계와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제주관광과 국내경기와의 연관성이 과거보다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7년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내국인의 관광지 선호도가 제주도를 대체하는 해외 또는 다른 시.도로 다양화된 데다 음식.숙박과 오락.문화 등 관광 관련 소비 지출이 둔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1991년 1분기에서 2005년 4분기 동안 20분기(5년) 단위로 내도 내국인 관광객 증가율과 국내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2002년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높은 연관성을 보였으나, 2003년부터는 다소 상반된 동향을 보여 연관성이 약화됐다.

제주를 찾은 내국인관광객 증감률과 국내 경제성장률간의 상관계수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2003년 3분기 이후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 1991년 1분기∼2005년 4분기 0.77, 1995년 1분기∼2005년 4분기 0.81, 2001년 1분기∼2005년 4분기 0.32로 낮아졌다.

또 국내경기가 좋을 때가 좋지 않을 때보다 상관관계가 더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순환변동치 값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과 내도 내국인관광객의 상관계수를 계산해 본 결과, 좋지 않을 때의 상관계수가 0.79인 반면, 좋을 때는 0.43으로 낮은 계수 값을 보였다.

이는 내국인들의 관광대상지가 예전에는 제주 등 일부 지역으로 제한됐으나, 2000년 이후에는 해외여행을 선호하거나 국내 다른 시.도의 관광 개발 등으로 수요가 다양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 제주를 찾는 내국인관광객과 해외출국자수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2003년 이후에는 반대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기가 좋아지면서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관광객 상당수가 해외로 목적지를 바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제주지역을 찾는 내국인관광객은 1990년 대비 2005년 68.4% 증가한데 반해 강원지역은 250%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여행 비용이 싼 다른 시.도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관광 경쟁지역인 제주와 강원의 관광객 증가율 격차는 외환위기 이후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두 지역의 1990년 대비 연도별 내국인관광객 증가율을 보면 강원도는 1995년 76.4%, 2000년 122.7%, 2001년 133.3%, 2002년 188.1%, 2003년 214%, 2004년 217%, 2005년 250%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제주도는 1995년 36.2%, 2000년 38.6%, 2001년 41.7%, 2002년 53.3%, 2003년 70.2%, 2004년 67%, 2005년 68.4%의 증가율을 보여, 최근 들어 제주도가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증가율이 거의 제자리에 머무는 수준이다.

기간이 짧고 저가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비싼 항공료와 숙박료를 지불해야 하는 제주관광의 고비용 구조로는 내국인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계의 전체 소비 지출 중 오락.문화 및 음식.숙박에 대한 지출 둔화도 국내경기와 내도 내국인관광객의 상관관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0∼2005년 연평균 최종 소비지출은 2.1% 증가한데 비해 오락.문화 및 음식.숙박에 대한 소비지출은 1.9%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가계소비지출보다 관광 관련 소비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현상이다.

한국은행제주본부는 보고서에서 내국인관광객 계층별 선호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관광객 유치전략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가령, 국내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제주관광을 선호하는 내국인관광객 계층과 경기가 좋을 때 제주 이외의 관광지를 선호하는 계층을 구분해 각 계층을 유치하기 위한 별도의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제주본부는 "앞으로 다른 시.도와의 관광객 유치 경쟁뿐만 아니라 대체 관광지로서 외국과의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관광정책을 중추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주관광공사' 설립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도에 국한된 관광상품보다는 다른 시.도와 연계한 관광지별 및 지리권역별 관광벨트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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