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발전하려면 기초학문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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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되는 그야말로 처절한 세상이 된 것이다.

경쟁은 기업과 기업간은 물론이려니와, 사람과 사람 간, 나라와 나라 간 등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경쟁자들 끼리 살아남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무슨 일을 저질러도 용납되는 풍토가 암암리에 배이게 마련이다. 경쟁 결과물의 실체는 돈이다. 세상 사람들이 돈을 위해 온갖 것을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돈 앞에서 인류사회가 지향해온 지고의 선인 윤리와 도덕이 어디에도 정착할 곳이 없어져 버렸다. 한 마디로 ‘돈이면 다’인 사회가 되어 버렸다. 사회적 정의가 어디 있고, 법정의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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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대학에서 경쟁력 없는 학과를 퇴출시킨다고 한다. 매년 학과를 평가하여 하위학과에 대해서는 다음해 입학정원을 줄이고, 이후 5년간 하위권에 들거나 누적평가점수가 일정 수준 이하면 아예 학과를 없애거나 다른 과에 통폐합한다고 한다.
평가항목은 입학생 성적과 입학 경쟁률, 졸업생 취업률 등이라 한다. 이런 기준으로 처음 평가한 결과 53개 학과중 전기공학과, 물리학과, 사회학전공, 독어문화학전공이 최하위권을, 철학전공, 수학과, 윤리문화학전공, 기계공학과가 바로 다음 순위인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사항이 있다. 우선 대학의 학과퇴출이 자칫 과학기술 발전과 인간의 심성을 취급하는 학문 영역의 설 길이 없어지고 결국은 막다른 국가사회가 될 것이란 것이다. 물리학이나 사회학, 철학, 수학, 윤리학 등 이들 학문이 직접적으로 돈이 되는 학문은 아니다. 그렇지만 돈을 벌수 있는 산업기술 개발이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구조를 형성하는 데는 이들 학문의 도움이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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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의 성장 없이는 외국 기술을 돈 주고 사들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기술사용료를 물다 보면, 결국은 외국에 대해 기술속국을 자초할 따름이다. 철학이나 윤리학, 사회학 등의 학문적 발전 없이 만족한 사회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강자와 약자가 서로의 역할을 다하며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공동체 인식을 갖도록 해야하는 데, 그럴러면 이들 학문이 발전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주개발이나 해양개발, 미래사회를 읽어내는 미래학 등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의 돈이 안된다며 경쟁력이 없다는 이들 학문의 발전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거듭 생각하기를 바란다. 당장 인기가 없고 경쟁력 없다고 하여 이들 학과를 홀대함은 타당치 않다.
요즘,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다름 아닌 돈이 안되고 경쟁력이 없다는 인문사회학의 경시 풍조에서 발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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