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지사 사면청원...도민화합, 추진위원회등 구성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의 사면청원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움직임이 도내 일각에서 일고 있다. 특히 이 추진위에는 지금까지 이른바 신 전지사의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을 견지해 왔거나 대립을 보였던 인사들이 참여

의사이면서 신 전지사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L씨(65)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과 도내 기관단체장, 종교 지도자 등에게 ‘신구범 전지사 사면청원추진위원회’에 참여해달라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존경하는 지역 지도자 여러분에게”로 시작되는 이 서신은 신 전지사가 법정구속까지 된 동기와 이유 등을 설명하면서 “법의 논리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범부인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일이다”면서 “더구나 공무원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청렴한 것으로 알려진 신 전지사의 일이고 보니 신 전지사의 성품을 알 수 없는 법관의 입장에서는 오해할 수도 있다는

이 서신은 특히 “신 전지사와 정치적으로 갈등이 있거나 반대쪽에 계셨던 분들, 예를 들면 우 전지사나. 현임종 회장, 현명관 회장에게도 말씀을 드렸고 이 분들 역시 흔쾌히 동참하여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 전지사는 우근민 전지사를 칭하고 있다.

이 서신은 “이번 일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제주도를 위해 헌신 하였던 인간 신구범을 위해 제주도민의 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하여 주시면 고맙겠다”면서 “선생님께서 신구범 전지사 사면청원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여 줄 것을 간청하며, 귀하의 주변과 선생님께서 참여하고 계시는 단체에서도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도와주시기를 앙청한다”고 맺고 있다.

만일 이 서신의 내용대로 우근민 전지사, 현임종, 현명관씨가 ‘신구범 사면운동’에 동참할 경우, 그동안 정치적으로 불목을 해왔던 도내 지도자들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신 전지사의 사면청원이 힘을 얻음은 물론, 제주지역 발전에 좋은 징조로 도민들이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 전지사와 우 전지사는 1995년, 1998년, 2002년 등 세 번의 도지사 선거전에서 피나는 경쟁을 벌였다. 우-신 전지사는 2002년 6월 지방선거 후 제주지방검찰청에 의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됐다. 2004년 4월 대법원은 우-신 전지사 모두에게 벌금 100만원이 넘는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우 전지사는 도지사직을 상실하고 신 전지사는 공민권이 제한됐다. 이 둘의 관계는 ‘대립관계’를 넘어선 ‘정적’으로 세상에 회자된다.

신 전지사와 현임종씨와는 원래 같은 고교동문 선후배로 가까운 관계였다. 1998년 4월 국민회의 경선에서 신 전지사가 우 전지사에게 패배한 후 출마를 접는 대신 현씨를 출마시킨다는 것이 신 전지사 선거운동 캠프의 ‘구도’였다. 그러나 현씨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 신 전지사도 출마함으로써 현씨는 ‘배신감’ 속에서 선거를 치러 결국 고배를 마셨다.

현명관씨와는 현씨가 2006년 5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해 도지사로 출마하려고 할 때, 신 전지사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현씨의 한나라당 영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역시 대립노선을 걸었었다.

이들의 반목은 당시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불가피한 것이었을 수가 있다. 그러나 도민사회는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특히 ‘우-신’의 반목을 지목하면서 이들의 화합을 주장해왔었다. 이 같은 ‘화합론’은 뜻있는 지역인사들에 의해 때로는 공론화 됐으나, 당사자들의 입장과 ‘해법’이 달라 실현되지 못했다.

도민사회는 이번 신 전지사의 사면청원 서명운동에 이들 당사자들이 참여할 경우, 제주도민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어 실현여부에 높은 관심들을 나타내고 있다.

이 세 인사의 신 전지사 사면청원 동참은 ‘인간적’으로는, 그동안 쌓여 있던 ‘구원(舊怨)’을 씻어내는 ‘화해’를 뜻한다. 도민의 눈으로는, 우 전지사는 도지사를 두 번이나 지낸 이력으로 지금도 많은 도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두 현씨는 도지사에 출마 했었던 덕망과 존경을 받는 역시 지도층 인사라는 점에서 바라보는 높이가 각별하다.

이 서신은 ‘2008년 5월12일 부처님오신날’에 L씨가 개인적으로 작성 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서신은 도내 기관단체장, 도내 고위 단체장 출신들의 모임인 G회, 도의원, 종교 지도자 등 모두 200여명에게 최근에야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