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성명서

지난 27일, 학교별 성과급이 교원들에게 지급되었다. 월급이나 성과상여금인 보너스를 받으면 누구나 즐거워 하지만 교원들의 가슴에서는 분노가 치밀고 있다. 성과급(성과상여금)이라고 하면, 월급과는 별도로, 어떤 성과에 대해 특별히 추가해서 주는 보너스에 해당된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지급하는 성과급은 그렇지 않다. 교사의 월급으로 지급되어야 할 예산의 일부를 빼서 학교별 성과에 따라 세 단계로 등급을 나누고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월급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가지고 더 얹어주는 것처럼 성과급이라고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원들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교육부에서는 학교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면서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 학교, 학교와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교원들이 보다 협동적으로 노력하는 학교”에 대하여 좀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2011년 2월에 도입된 이 제도에 대해 초기부터 학교별 성과를 점수화해 비교하는 것이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에 대한 일선 학교 교원들의 열정과 노력을 점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점수화해서 비교하다보면 비교육적인 현상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이번 학교성과급 지급에 따른 일련의 과정들만 보더라도 위에서 제기한 우려는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평가를 한다고 하면 평가를 하기 전에 무엇에 대해 평가를 하겠다고 정하고 난 후에 실시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오늘 지급된 학교별 성과급은 2012년 교육활동에 대해 2013년 5월이 되어서야 평가지표가 전달되었다. 일이 다 끝난 다음에야 그 과정에 있었던 몇 가지를 나중에 정하고 그것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학교 등급을 정했다. 이것을 정상적인 정책 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 외에 누가 있겠는가?

공통지표로는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 특색사업 운영, 방과후 학생 참여율, 체력발달률”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교육청 자율지표로는 “교원 직무연수 이수율, 교사 공개수업 비율, 전화친절도, 학교폭력예방교육 실적”을 적용했다.

공통지표 적용의 문제점을 보자.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점수를 반영하기 때문에 지난 6월 25일 서귀포지역 중학교의 사례처럼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불러왔다. 특색사업 운영은 자율학교 여부와 정규교과 외 영어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적용한다고 해서 자율학교는 노력하는 학교, 일반학교는 협동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학교로 규정해 버리고 있다.

도교육청 자율지표도 문제점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교원 연수 이수를 포함시킴으로 인해 교사들로 하여금 클릭만 하는 원격연수로 연수실적은 쌓되 진정한 자기계발과는 거리가 멀게 만들어 버렸다. 전화친절도를 포함시킨 것은 학부모 상담을 염두에 둔 것 같으나 교사들의 본연의 역할인 수업(가르침)과의 관련성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학교폭력예방교육도 필요에 따라 교육 시간이나 횟수를 조정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예방교육만 많이 하면 학교 폭력은 예방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창의적체험활동시간 등을 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 중심으로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까지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성과급을 적용해서 공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반대의 목소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 학교성과급 시행은 공교육을 더욱 불신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사들로 하여금 겉으로 보이고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실적 위주의 활동을 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공교육정상화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사랑과 자발적인 열정과 헌신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교사들의 자발적 헌신과 협력적 교육활동 추진을 어떻게 상승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학교성과급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교성과급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적주의 문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겉치레만 요란한 학교를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면에서 폐지되어야 한다. 도교육청의 권한 밖이라고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교육감들이 학교성과급 폐지를 요구하면 충분히 제도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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