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신용보증기금 감사길장으로 있을 때이다.

제주의 J선베 부인인 K여사가 전화를 걸어와 ‘조상의 선묘를 차압하는 몰염치한 행위가 어디 있느냐’며 내게 거센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자기 남편이 보증설 일이 아닌데 지점장인 내가 J선배를 끌어들여 보증서게 해 놓고 그 대출이 부실해지자 J선배 부친 묘소를 압류했다며 고위층에 진정하여 혼낼 터이니 각오하고 있으라고 협박까지 했다.

제주지점장 재직시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J선배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고 S씨의 금융자원에 보증인으로 서명 날인한 뒤 나에게 조속한 지원을 당부하고 간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나는 본점으로 발령받고 상경하여 진척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K여사의 당돌한 항의 전화에 은근히 화가 나고 심기가 불편해진 나는 제주지점으로 전화해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제주지점에서는 금융지원한 것이 부실해져 연대보증인인 J선배의 재산을 조사해본 결과 1,500평 임야가 있어 그 임야를 가압류했지만 묘지를 가압류한 일이 없다고 보고해 왔다.

알고 보니 J선배 명의의 임야속에 선묘를 모시고 있음을 확인되었지만 묘지로 지목변경이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묘지를 압류한 것은 아니었다.

주말에 제주에 내려와 친지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J선배의 동기생인 K선배가 “자네, J의 아버지 묘를 차압 부쳤는가?” 하고 물었다.

J선배는 동기생들에게도 『현임종이가 우리 아버지 묘소에 차압 부쳤다.』며 흥분하여 나를 매도하고 다닌 모양이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선배들의 나에 대한 오해를 해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묘지를 압류한 게 아니고 임야를 압류해 보니 그 속에 선묘가 있었습니다.” 하고 설명을 드렸다.

이 말을 듣고서야 선배들은 “그러면 그렇지, 묘지를 압류할 리가 있나.” 하며 이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J선배에게 다시는 말을 구별해서 하도록 충고해 주십시오. 선묘 있는 임야을 압류한 것과 선묘를 압류했다는 것은 그 뉘앙스가 아주 다르지 않습니까?” 하고 못박아 두었다.

그 뒤 J선배는 아무말없이 연대보증 채무를 변재했고 고위층에 진정서를 제출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