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엄창섭교수의 교육칼럼]

“천하무적 이효리” 이야기

▲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나는 매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첫 강의시간에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시를 학생들과 나누곤 한다. 이것은 앞으로 의학을 공부하면서 마음속에 품고 갔으면 하는 학생들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바람과 희망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작년에는 이효리씨의 “천하무적 이효리”라는 노래의 동영상을 같이 보았다. 내가 이효리씨의 노래를 평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내 생각이 작사가나 작곡가, 안무가나 가수가 원래 의도했던 바와 얼마나 일치하는 지는 더더욱 모른다. 내가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가사와 안무를 통하여 내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Hot like me 그건 다 착각 일뿐/ Dance like me 어딜 넘보려 하니/ 누구나 할 수가 있었다면 그건 내가 아닌걸/ 쉬워보였겠지 잠깐은/ 내가 없는 무대였으니/ 다시 나를 보니 어떤지/ 크게 소리 질러봐”

자신이 자신의 전공으로 하는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신감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모름지기 어느 하나를 전공한다면 이정도 경지에는 가야하지 않을까? 이런 지경이어야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내가 눈물 흘린 건지/ 넘어졌었는지 상처 숨겼는지/ 얼마나 내가 많은 걸 버리고/ 이 자리에 섰는지 아무도 모르지/ 어떤 길을 나 걸어 왔었는지/ 많은 순간들을 견뎌 왔었는지/ 그게 바로 날 있게 해 준 거지/ What I’m gonna do is keeping/ Going on and on”

그런데 그러한 최고의 경지는 저절로 되거나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최고라는 자리에 서기 위해 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을 했는지 그 순간순간의 유혹을 이겨내 왔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이런 가사로 된 노래 후에 이어지는 춤은 정말 압권이다. 세 발의 총소리, 표절 시비로 고생했던 그 시절이 그저 보인다.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했던 곡을 만든 작곡가, 언론과 세상의 좋지 못한 시선들, 그리고 심지어 팬들로부터의 외면이 세 발의 총성으로 표현된다. 결말은? 이 춤은 가수가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 때 들리는 소리 “Let's go/ Baby, baby, baby". 이 노래와 춤은 이렇게 끝난다.

각자가 마음속에 품은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고 노력하고 설령 실패와 좌절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자. 그러면 언젠가는 그 꿈은 나의 현실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학생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혹시 학생들이 의미를 알아듣지 못할까봐 지레 저어하여 구체적으로 몇 가지 조언을 더하곤 한다.

첫째는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힘쓰다 보면 좋은 성적은 뒤따라오는 것이다.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했다고 그 과목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참고서적을 공부하여 보충하고 그래도 부족한 것은 동료나 선배들과의 그룹스터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이것이 함께 가는 방법이고 같이 꿈을 이루는 방법이다.

둘째는 수업시간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강의를 mp3로 녹음하여 집에서 듣기도 하고, 학교에서 동영상 자료도 확보되어 있고 해서 나중에 보충이 가능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E-learning 방식으로 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하는 수업은 질문이나 토론을 통해 그때그때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또 부모가 비싼 등록금을 내줄 때 학생은 묵시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부모와 약속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유 없이 수업을 빠지는 것은 부모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옳지 않다.


셋째는 특별한 예외 상황이 아니라면 수업시간에는 반드시 1명만 이야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 교사든 발표하는 학생이든 토론이든 반드시 1명이어야 한다. 여러 명이 이곳저곳에서 떠들어 대면 분위기도 산만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공부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자신을 여러 유혹으로부터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만 자기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이효리씨의 노래 속에서 자신과 경쟁하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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