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1. 아는 길도 물어 가라.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일이다.

제주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일본 산업시찰 길에 올라 오사카에 도착했다. 마침 4월 하순이어쏘 춘투(봄파업)가 벌어져 대기업에서 호텔을 독점 예약해 버렸기 때문에 변두리 호텔로 밀려나게 되었다.

춘투와 대기업 호텔 독점과 무슨 관계가 있나 알아봤더니 교통수단 종사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대기업 직원들이 출퇴근 길이 막히므로 직장 근처의 호텔에 투숙시켜 출퇴근에 지장 없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온천 관광지 『뱃부』나 구경하자고 했지만 모두 거절하므로 나 혼자 벳부로 향하기로 했다.

여행사에 가서 벳부 가는 항공권과 벳부에서 동경가는 항공권을 구입하고 호텔 예약까지 하고 떠났다.

벳부는 『오이다』현에 속했고 비행장 이름도 『오이다 공항』이어서 오이다 시에서 제일 좋다는 『제일호텔』에 예약했다.

오이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제일호텔로 가는데 도중에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 도시를 지나게 되기에 기사에게 “여기가 어딥니까?” 하고 물었다.

“하이! 벳부 데쓰(벳부올시다.)” 하느 게 아닌가. “나는 벳부 관광차 오는 길인데 제일호텔은 여기 없나요?” 하고 물었더니 앞으로 30분 더 가야 오이다 시가 있고 거기에 내가 묵을 호텔이 있다는 대답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벳부시내에 호텔 예약을 하는 것인데 오이다 시와 오이다 공항이 가까이 있는 줄 알고 예약한 나의 불찰이었다.

제주를 예로 들면, 『오이다』공항은 모슬포에 있고, 『벳부』는 한림 정도에 있으며 『오이다』시는 제주시 정도였으니, 벳부 관광차 간 사람이 벳부를 지나가서 호텔 예약한 셈이다.

내 짐작대로 행동하다가 어뚱한 곳에 호텔을 정했으니 『아는 길도 물어 보고 가라』는 옛 어른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을 알았다.

2. 친절

『벳부』에서 택시를 대저하여 온천 관광과 온천욕을 하면서 ‘제주에 이런 곳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다.

일정한 코스 관광을 마치고 오이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동경으로 가는 항공편 예약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이를게 도착했다.

항공권을 내 보이며 좀더 빨리 가는 편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여직원은 아주 친절하게 “저희 항공사에 없지만 옆 자리 다른 항공사 비행기가 곧 출발합니다. 이리 따라 오세요.” 하고 나를 다른 항공사 카운터까지 직접 안내해 주는 것이다.

안내받은 곳에서 항공권을 구입하고 현금을 지급하려 하자 그 곳 여직원이 “손님! 저 쪽 항공사 표를 갖고 계시죠? 그것으로 주세요. 손님이 다시 이용할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며 친저히 대해 주었다.

두 항공사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을 것임에도 손님의 편의를 위해 친절히 안내하고 대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면 우리나라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부러기 한이 없었다.

고마운 뜻으로 우리나라 천원권 지폐 한 장씩 기념으로 주었더니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하며 깍듯하게 인사했다.

3. 일본에도 이런 사람이....

동경 제국호텔에 예약한 나는 동경 『하네다』공항에 도착하자 사촌동생 집으로 전화 걸었다.

동생에게 전해 줄 물건들이 있어 호텔로 가는 길에 전해 주고 가려 했다.

벌써 밤 9시가 되었고 처음 오는 길이라 지리를 모르기에 택시 타서 가려고 하니 운전기사에게 집 위치를 설명에 주라고 했더니 “택시 타면 3천엔 정도 걸릴 것인데....” 하고 동생은 걱정했지만 택시기사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기사는 동생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는 듯 신나게 고가도를 달렸고, 이내 택시요금이 5천엔이 엄은 것을 보면서 ‘이 친구, 내가 초행길이라고 장난치려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시치미떼고 기사에게 일본말로 “동경 하면 세계 제일의 도시로 알았는데 이렇게 캄캄한 도시가 어디 있소?” 하고 말을 시작했다. 기사는 “아니올시다. 아까 지나온 『신주꾸』등 중심지는 번쩍번쩍 하지 않았습니까?.....”하는 것이다.

“고가도로에서 지상으로 내려 가는 출구가 많지 않아 그리된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하고 기사가 말하는 것이다.

“일본은 동경대학을 비롯하여 유명한 대학이 많은데 그런 대학 나온 사람들이 고시가도로 설계하면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출구를 소홀히 설계했다면 문제로군요.”하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는 사이 택시요금은 1만엔을 넘기고 있었다. 나는 수첩을 꺼내어 “설레지만 당신 이름과 차 번호를 적어 두겠소.” 말하고 운전석 매달려 있는 이름표를 보면서 적어 내려갔다. 이쯤되자 기사 표정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지금 여기가 어디만치 온 거요?” 했더니 『다치기와』라고 말하기에 “다음 출구에서 무조건 내겨 가시오.” 하고 눈을 부라렸다.

기사는 “신주꾸 가시는 분이 다치기와에서 내리면 어쩌 합니까?” 며 말했지만 이 사람 믿었다가는 큰일날 것만 같아 무조건 내려가라고 소리쳤다. 다치기와 시에 내리자 “이곳에서 제일 좋은 호텔로 안내하시오.”

하고 말했다. 큰 호텔 현관에 차를 세우기에 “당신이 내려서 방이 있나 알아보고 오시오.” 하고 지시했다. 내가 내렸다가는 내 짐 싣고 도망가 버릴 위험성이 있어서 그리했다.

방이 있다기에 기사에게 일부 짐을 들게 하고 호텔 프론트에 가서 수속하면서 호텔 지배인을 불렀다.

나는 호텔 지배인에게 제국호텔 예약표를 내 보이면서 “이 사람에게 하네다에서 신주꾸까지 태워달라 했더니 여기까지 와 버렸소. 지금 시간도 밤 11시가 넘었고 제국호텔까지는 택시로 두 시간 걸린다 하니 갈 형편이 안되고.....일본에도 이런 사람이 있소?” 하고 말했다.

지배인은 운전기사에게 “외국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소?” 하며 야단치기 시작했다.

나는 택시요금 1만 5천엔을 주면서 “택시요금을 줄 터이니 당신은 이 호텔 투숙비 2만엔을 갚으시오.” 하고 소리쳤다. 기사는 5천엔을 추가해서 호텔비 2만엔을 지급하고는 “죄송합니다.” 말하며 재빨리 가 버렸다.

지배인을 시켜 제국호텔에 전화 걸어 사정 얘기했더니 제국호텔에서도 예약비를 무효처리하지 않고 돌려 주긴 했지만 일본에도 잔꾀 부려 손님을 등쳐먹으려는 택시기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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