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1. 이발소에서 만난 동생

나는 서울 출장가면 회연동 우양여관에 투숙하는데 내 동창생 김관식(金寬植)사장은 그 옆 우미여관에만 투숙한다.

소도 한 번 물 마신 곳만 찾아간다고 하더니만 사람도 고집스럽게 한 번 투숙했던 여관으로만 찾아가는 습관이 있는 모양이다.

서울 가는 비행기에서 김 사장을 만나 여관을 정하고 저녁을 같이 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이발소에 갔더니 김 사장도 역시 이발하러 들어왔다.

나는 김 사장에게 “너, 왜 내 뒤만 졸졸 따라 다니냐?” 하고 농담했고 김 사장도 “너랑 같이 안 다니려 하는데도 자꾸 만나게 되니 골치 아프네.” 하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옆자리에 앉아 이발하던 사람이 우리 둘이서 주고 받는 농담에 흥미있는지 거울을 통하여 우리 얼굴을 힐끗힐끗 쳐다보곤 했다.

내가 먼저 갔으니 이발도 먼저 끝나서 머리감고 나와 머리손질했고 뒤이어 김 사장이 머리감으러 갔다.

그 때 옆에서 이발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혹시 제주도 분이십니까?” 하고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오현고등학교 나오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혹시 현임종 씨 아니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나, 강병현(康炳現)이라....”

“뭐? 강병현? 일본 살고 있는 강병현이 말이라?”

“응, 잠시 볼 일이 있어서 귀국했는데 이 앞 호텔에 투숙햄서. 아까 자네 둘이 말하는 것을 들이니 재미있고, 현임종이가 틀림없는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하는 것이다. 머리감고 나온 김관식 사장에게

“야! 이 사람 알아지크냐?”

하고 소개하였더니 유심히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

“너, 일본 사는 『오다니』(일본서 쓰는 이름)아니냐?”

하고 반가워 했다. 어쩌다가 우연히 이발소에서 세 사람의 동기동창생들이 만나게 되었으니 정말 이것도 인연이었다.

그 날 저녁 세 사람이 술타령한 것은 뻔한 일이다.

 

2. 오사가 거리에서 만난 동창생

오현고등학교 동기동창인 김관식 사장과 나는 같은 용무로 일본에 갔다.

오사카 간부로 있는 정동귀, 의류상을 경영하는 김처중,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병현, 『쓰루하시』시장에서 장사하는 손유섭, 제주도청 공보실장(당시) 송무훈을 약속이나 한 듯 우연히 쓰루하시 시장 거리에서 만났다.

송무훈은 공무로 동경에 갔다가 귀국길에 오사카에 들렸다고 말했다. 서로 약속하고 만나려 해도 쉽지 않을 일인데 오사카의 쓰루하시 시장에서 동기동창생 7명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손유섭 동문이 마련한 저녁을 들면서 학창시절의 추억담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화기애애한 자리를 가졌다.

3. 국내에서 만나지 못하더니....

오사카 국제공항에서 동경행 비행기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 피우기 위해 공항 청사앞에 나왔더니, 동창생 전병돈 씨가 손가방을 들고 걸어 오는 것이 보였다.

국내에서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가 일본땅에서 보여 반가웠다.

“자네, 국내에서는 못 보더니만 일본에 오니, 보이네.”

하며 반기는 나에게

“정말! 어떵 된 일이라?” 하며 그도 반가워했다.

“어디 가젠 햄서?” 하고 묻기에

“동경 가는 길이주.” 하고 대답했더니

“동경 가려면 국내선에 가야지, 여긴 국제선 아니라게.” 하는 것이었다.

“자넨 어디 가젠 햄서?” 하고 물으니

“서울 갈 거주.”

“서울 갈 사람이 국내선에 온 것은 나 만나젠 온 거로고, 여기가 국내선이주게.” 하고 말했다.

“그런가? 내가 잘못 왔구나게, 아마도 자네 만나고저 여기로 온 모양이지....?” 하며 웃었다.

그가 국제선으로 직행했으면 못 만날 것이었는데....

친구는 만나면 만날수록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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