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내가 처음 해외여행으로 일본 동경에 갔을 때 일이다.

단체여행이었으므로 다 같이 행동하게 되었으나 억수같이 비날씨여서 하루를 호텔에서 쉬게 되었다.

호텔방에서만 지내기 답답한 나는 호텔 근처 사우나로 가서 목욕도 하고 휴게실에서 낮잠이나 자고 오려고 김관식 사장과 둘이서 나갔다.

사우나에 입장하다 보니 머리를 빡빡 깎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애써 못본 체하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한참 목욕하다 무심결에 유리창 밖을 내다 보니 그 남자가 유리창 밖에서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 친구, 기분 나쁘게 들여다 보고 있네.....” 하는 김관식 사장의 말에 나는

“자기 업소에 찾아온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

대답하고 계속 목욕을 했다. 목욕을 끝낸 우리는 휴게실로 옮겨 음료수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 『야쿠샤』같은 인상의 사나이가 따라 들어와 우리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김관식 사장은 “모처럼 쉬려고 왔는데 저 친구 때문에 기분 상해서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네. 나가자.”

하며 재촉했다. 나도 그 친구가 마음에 캥겨 더 이상 휴게실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서둘러 나오게 되었다.

옷을 다 갈아 입고 나오는 참에 그 남자가 나에게 “혹시 제주에서 오셨습니까?”

하고 우리말로 묻는게 아닌가. 일본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말, 더구나 그 억양만으로도 제주도 출신임을 단정할 수 있는 우리말로 물어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만은......”

“혹시 노형이 고향이십니까?”

“예.”

“혹시 씨 되시지요?”

“예, 그렇습니다.”

“저의 매부가 현승권씨인데, 현승권 씨의 조카분 아니십니까?”

“현승권 씨는 저의 당숙이십니다.”

“아! 사돈님이 맞구나마씸!”

하고 반가운 듯 악수를 청해왔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우리가 입장할 때 이런 인사를 하실 것이지, 사돈님의 험상궂은 인상과 따라다니며 우리를 쳐다보는 것에 불아해서 나가려는 길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떤 관계로.....?“

“저의 누님이 경영하는 사우나라서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하고 말햇다.

그 사람은 내가 사돈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따라다닌 것이었는데, 나느 『깡패』로 오인한 것이다.

처음 입장할 때 확인했더라면 기분좋게 쉬고 나올 것을, 모처럼의 휴식 기회를 놓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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