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금융단에서 파견하는 해외 산업시찰길에 오르게 된 나는 각 금융기관에서 선발, 합류한 분들에 의해 단장으로 지명받게 되었다.

단장이라고 해서 별다른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문지에 도착하면 일행을 대신하여 인사하고 기념품을 드리는 것이 고작이라 일행의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일본, 홍콩을 거쳐 「마카오」에 도착했는데 여행사 안내원이 일행의 여권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었다.

마카오는 북한 공작원이 많은 곳이고, 당시 우리와 국교가 수교되지 않은 중국 속의 「포르투칼」령 도시여서 여러 가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마카오는 조그마한 도시여서 산업시설은 전혀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냉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공과의 통로인 출입국경에서 중공을 드나드는 마카오 시민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마카오 하면 『도박장』을 빼놓을 수 없다. 도박장 건물도 웅장하였지만 도박장 안에는 발을 옮길 수 없을 만큼 사람이 꽉 들어찼다.

동서양 사람들이 어울려 어려 가지 도박을 즐기고 있었는데 동양 여자들은 거의 중국인들이라고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이거 저것 구경하고 나와 집결지에 모여 보니 S은행 지점장이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이상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으니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안내자와 나는 도박장속으로 다시 들어가 여기 저기 찾아 헤매었지만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이라 찾을 도리가 없어 그냥 나와 버렸다.

나는 단장으로 ‘북한공작원에게 납치된게 아닐까?’ 속으로 걱정하며 다음 스케쥴도 포기한 채 두 시간 정도를 더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그는 헐레벌떡 달려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며 꾸벅꾸벅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화가 치밀어 오른 일행들이 제각기 한 마디씩 불평을 했으나 그는

“카지노에서 노름해 우리 돈으로 200만원 정도 땄으니 홍콩에 가면 기념품을 하나씩 사 드리겠습니다.”

하고 너스레를 떠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도박장에서 돈을 잃지 않고 오히려 따고 왔으니 운이 좋은 건지 실력이 대단한 건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단체행동중에 다른 사람들의 기다리는 심정도 헤아리지 않고 혼자 도박이나 즐기고 있었으니 인격이 의심스러웠다.

더구나 은행 지점장이나 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품위를 지켜야 함에도 그러지 않는 것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품위를 지켜야 함에도 그러지 않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일본에서는 진주를 홍콩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마카오에서는 비취를, 가는 곳마다 많은 돈을 뿌리며 다 긁어 사 들이니 도대체 출국할 때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나왔는지 의아했다.

게다가 귀국할 때 어떻게 세관을 통과하려는지 의아했다.

그러나 내 우려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이런 물건들을 신고도 하지 않고 김포공항을 무사히 통과하는 능수능란함을 보여 주었다.

‘나 혼자 촌놈이 분명하구나.....’ 하고 쓴웃음만 지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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