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비에이피(B.A.P)'는 수많은 아이돌 중 태생부터 차별화된다. 지난해 1월 데뷔곡 '워리어(Warrior)'때부터 강렬한 멜로디와 비트 위에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녹인 곡들로 주목받아왔다.

6개월 만인 6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배드맨'은 이러한 행보에 정점을 찍는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로 시작하는 동명 타이틀곡 '배드맨'은 묵직한 힙합 비트 위에 절규하는 듯한 탄성을 얹었다. 무겁고 저돌적인 장르로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트랩'을 차용, 곡 전반에 긴장감이 흐른다.

노랫말에는 강도와 살인, 성폭행 등 일련의 사건들로 공포와 불안에 빠진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이를 정화시키려는 정의로움을 담았다.

'배드맨' 작사에 참여한 리더 방용국(23)은 "세상이 범죄에 대해 쉽게 소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그런 부분을 노래로 끄집어내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BAP'하면 강렬한 퍼포먼스를 빼놓을 수 없다. 도입부에 랜턴을 사용하는 등 '배드맨' 역시 현란함과 무게감을 내세운다. 양 팔을 좌우 수평으로 뻗고 고개와 몸 전체를 좌우로 흔들며 반동을 주는 '십자가춤'이 이번 안무의 포인트로 모든 죄를 씻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미국의 범죄율 1위 도시로 알려진 디트로이트 한복판에서 '배드맨' 뮤직비디오를 촬영, 곡의 비장한 분위기를 한껏 살리기도 했다.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팀이지만, 싱그러운 나이대의 아이돌 그룹인 만큼 사랑을 소재로 한 달콤한 멜로디의 노래를 종종 부르고 싶을 법하다. 그러나 방용국은 "물론 많은 대중이 좋아해주는 쉬운 가사와 쉬운 멜로디의 노래도 필요하지만, 음악 안에 메시지를 담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고 차별점"이라고 소개했다. 힘찬(23)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총 6곡이 실린 이번 앨범은 그러나 BAP가 다양한 장르를 하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배드맨'을 비롯해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3곡의 장르가 각기 다르다.

6월 공개한 첫번째 타이틀곡 '커피숍'은 BAP와 그룹 '시크릿'의 매니지먼트사인 TS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인 강지원과 김기범이 프로듀싱한 곡이다. 힙합, R&B 장르에 재즈 감성을 녹였다.

지난달 선보인 두 번째 타이틀곡 '허리케인(Hurricane)'은 BAP의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노 머시(NO MERCY)'의 작곡가 전다운, 마크로가 공동 프로듀싱한 힙합으로 방용국이 작사가로 참여했다. BPM, 즉분당 박자수 128의 속도감과 무거운 레게 리듬, 강렬한 신시사이저 소리가 인상적이다.

방용국은 "앞서 공개한 두 개의 타이틀곡은 우리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라면서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용국은 한류그룹 '빅뱅'의 지드래곤(25), 한류그룹 '비스트'의 용준형(24)처럼 작사·작곡을 겸하는 차세대 아이돌 싱어송라이터로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앨범 첫 트랙으로 브라스가 인상적인 엇츠 팝핀(Whut's Poppin)'을 작곡가 마르코와 합작하기도 했다. 방용국은 "두 선배님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워요"라면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방용국만큼 음악에 관심이 많은 다른 멤버들도 작사·작곡에 욕심이 날 듯하다. 하지만 영재(19)는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무조건 욕심을 낸다고 곡의 퀄리티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민폐를 끼칠 위험이 크죠. 음악적으로 더 배운 다음에 참여하고 싶어요"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자신감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멤버들 모두 입을 모았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인데 이번 앨범이 그 길을 가기 위한 계단이 됐으면 해요"(방용국), "BAP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대현), "오히려 준비를 더 많이 해서 더 떨리고 설레네요"(종업), "안전하게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젤로)

BAP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독일 아시안 뮤직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 이후 아시아 4개국과 미국 4개 도시를 아우르는 '퍼시픽 투어'를 성료하기도 했다. 방용국은 "투어를 다니면서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됐어요. 나라마다 팬들의 반응과 현장 분위기가 다른 것도 재미있었어요. 이런 부분들을 경험하고 접하면서 부쩍 성장한 것 같아요"라고 여겼다. 대현(20)은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보컬과 악기 연습을 하는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BAP는 퍼시픽투어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17, 18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서울 앙코르 콘서트를 연다. 6개월 전보다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첫 콘서트 때는 긴장이 되고 여유가 없어서 저희 것만 보여주는데 급급했어요. 이번에는 팬들과 호흡하면서 더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방용국)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