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우근민 지사가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 도민사회에서는 사실상 권고안이라는 이유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별자치도체제 출범 이후 기초자치단체 부활 여부는 도민사회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가 되어 왔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우근민 도지사의 공약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었다. 지방선거 유세과정에서도 이는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간의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기초단체 부활이 제주도민이 선호하는 대안이었음이 지속적으로 표출된 바 있다. 언론에서는 기초단체 부활 공약이 도지사 당선의 ‘1등 공약’으로 기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근민 도정의 인수위 보고서 상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핵심과제였고, 당시 보고서는 ‘도민이 선호하는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용역과 도민의견 수렴’을 주요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말 행개위 활동기간을 1년 연장까지 하며 만 2년 4개월 만에  나온 것은 ‘행정시장 직선제’안이었고, 지금 우도정의 최종 대안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우근민 지사 또한 지난 5일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초단체 부활 건은 “특별자치도 정신이 훼손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다”며 의견수렴 대상에서 제외할 것임을 못 박은바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도민보고회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장으로 기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정된 방식의 보고회 대로라면, 행개위 권고안 만을 매개로 한 일방적인 정책홍보와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결정은 해놓고 결정의 책임은 도민에게 전가하려는 모양새다.
우근민 도정은 인수위 당시만 하더라도, ‘기초단체 도입’을 보고서 상에서  명시해 놓고, 이를 위한 도민의견 수렴, 공청회와 주민투표 방안 등을 주요한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주민투표 여부는 아예 우도정의 결정 구조에서 제외된 듯 하고, 그나마 의견수렴도 ‘행정시장 직선제’만을 행개위의 권고안이라는 이유로 유일한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와의 협의도 “다 결정해놓고 무슨 정책협의냐”는 의회의 반발로 무산된 상태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는 명백히 도민의 뜻과 무관하게 도정이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기로 관철하겠다는 것 이상이 아니다.

행정체제개편 문제는 제주의 백년대계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그만큼 도민총의에 충실하고, 숙고가 필요한 사안인 것이다. 실기된 결정은 향후 제대로 된 결정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만다. 이번에 이렇듯 결정되어 버리면, 제주도민은 ‘졸속’의 결과로 결정된 체제 하에서 두고두고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계획된 시간을 초과하여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도민총의를 모으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하고 차기 도정의 과제로 넘기는 현실적인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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