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6.25전몰군경유자녀회 강경량 제주지부장...도와 시에서 지원책이 있어야, 소금과 말라붙은 밥을 끼니를 때우는...

6월의 볕은 오월의 그것과 다르고 또한 7월의 그것과 다르다. 이즈음 6월은 충혼의 고귀함이 공공(空空)히 울린다. 6월이면 고목이 키 높이 하고 파란 시절 떨구고 있다. 그리하여 6월은 달래야 할 그 무엇을 들을 때다. 그리하여 6월은 역사를 심판하는 기폭제다. 그리하여 6월의 노래는 사람마다, 사람마다 부른다.

울분에 찬 그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며 호국영령의 뜻을 받들어 사는 강경량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도지부장(62)이 있다. 지난 12일(목) 강경량 도지부장을 만났을 때, 전몰군경유족회가 매년 6월이면 실시하는 '회원방문' 활동 연일이었다. 기자는 강 지부장의 아름다운 일일을 취재하고자 동행했다.

기히 계획된 회원방문 일정인지라, 인터뷰는 강 지부장의 차 안에서 이루어졌다. "전몰군경유족회 '회원방문'은 연중 실천하는 것이며 특히 '6월 호국·보훈의달'에는 보다 승화되어 3단계로 선정해서 방문활동을 한다"며 "'거

이날 '회원방문'은 도지부 관리과장 겸인 고옥희(59) 호국부녀회장이 강 지부장과 2인1조를 이루었다. 유족 회원방문 활동은 호국부녀회의 '일일찻집'을 열어 수입금 전액을 심장병어린이 · 백혈병어린이를 도우면서 활성화하여 현재 호국부녀회 30명 회원이 2인1조를 이루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고 과장이 말했다. "아무리 일일찻집을 한다하여도 수입이 뻔하죠. 돌봐야 할 유족회원은 많은데, 어디 도움

국가보훈처에는 광복회 · 상이군경회 · 유족회 · 미망인회 · 무공수훈자회 등 5개관련 단체가 있어 '전몰군경회'는 그중 하나이며 유족자를 '자녀 유족(아버지가 전사자)'과 '부모 유족(자식이 전사자)'으로 나눈다. 강경량 지부장은 자녀 유족이다.
"내가 아버지를 전장에서 잃고 아주 어려운 세월을 보냈는데, 나와 같은 유족자 중 나이든 많은 분들이 불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부모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했다.
강 지부장은 2006년 5월 10일자로 대한민국 전몰군경유족회 제주도지부장직임했다.

"제주도지부내 전사자 및 순직자에 관한 전몰군경 유족회원은 1,097명입니다"며 전몰군경유족회는 1963년에 설립되었음을
설명했다.
대한민국6.25전몰군경유자녀회는 1992년부터 연금투쟁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16개도지부가 있으며 제주도는 1지부 아래에 제주시지회 · 서귀포시지회 등 2지회가 있다. 제주도지부 구성인원은 지부장1명, 국장1명, 관리과장1명, 직원1명으로 총 4명이다. 국가보상금을 부모 유족에 비해 자녀유족은 그보다 적은 25만원부터 현재 2008년도에는 국가보상금이 아니라 자녀수당으로 53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정부에서 받는유족 보상금으로는 생활하기엔 태부족인데, 국가보상금을 받기 때문에 기타 정부혜택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에 건의를 하면 냉정하다.

기자가 "회원방문은 6월 특별계획 말고 언제 있습니까?" 질문에 "사실 그 많은 회원 모두를 돌아보기에는 인력과 돈과 시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대상회원을 우선선정 체제로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연중 세 차례인데 보훈의 달, 설명절, 추석명절에 집중합니다"며 특별한 날엔 어려운 유족자들이 외롭게 보낼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씁쓰레했다.

취재일행 차량이 도착한 곳은 조천읍사무소였다. 회원방문시 시골은 찾기가 어려워 리사무소나 읍사무소에 도움 요청을 한다. 강 지부장과 고 과장이 읍사무소 직원이 그려준 약도를 받아들고 찾아가도 간혹 헤매는 경우가 있어 지나가는 동네사람에게 다시 묻는다. 올해 93세 드신 강희천 유족회원의 집을 찾았을 때는 골갱이를 들고 밭일 나가는 동네사람(할머니)에게 되물어서였다.
"기자양반, 보셔서 아시겠지만 하루에 많은 유족회원을 찾아가지 못합니다. 한나절 3명 방문에 그칩니다"며 강 지부장이 차 트렁크에서 쌀을 짊어지고서 금세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20kg이나 되는 쌀가마니를 짊어지면 무겁겠습니다" 기자가 묻자 "아닙니다. 하루에도 이 쌀가마니를 짊어지기를 많게는 일곱 번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쌀을 어려운 유족자가 드실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고 좋습니

강희천 유족자를 찾아갔을 때 할머니는 누워 있었다. 혼자서는 일어나지 못하여 강 지부장이 부축해 일어났다. "할머니, 식사를 어떻게 하세요?" 강 기자가 묻자 며느리가 차려준다고 하면서 강 지부장의 손을 꼬옥 힘있게 잡았다. "사람이 그리워서 저러시는 겁니다" 고 고옥희 과장이 말했다. 기자가 할머니께 이런저런 것을 묻고 싶었으나 말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만두었다. 강 유족회원에게 쌀을 갖다주자 너무도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며느님이 올 때까지 끼니를 못 드시겠습니다" 강경량 지부장이 할머니를 다시 자리에 눕히고서 나올 때 기자가 물었다. "박 기자님, 참 안타깝게도 그나마 강 할머니는 행복한 편입니다"면서, 자식이 있어도 돌보지 않거나 돌보는 이 없어 밥통에 말라붙은 밥풀에 소금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적잖이 있다고 했다.

두번째 방문회원은 화북이었다. 방문회원의 보호자와 고 과장의 전화통화내용으로 두 분이서 벗인 듯했다. 화북의 미용실에 들어섰을 때 할머니 한 분이 파마를 하고 있었다. 며느리와 함께 미용실에 왔단다. 말끔한 모습이 처음 뵈었던 유족자와는 정반대의 상태였다. 강 지부장의 어깨에는 또 20kg의 쌀이 짊어졌고 유족회원의 일용할 양식으로 내려졌다.

"저 할머니는 보기드문 행복한 분입니다"며 강 지부장은 말을 이었다. 열악한 환경여건에 처해 있는 유족자들을 돌볼 시설이 아직 도에는 없다. 설령 있다하더라도 돌보지 않으면서 자식이란 체면 또는 유족보상금 때문에 보내지 않으려는 자식이 있다. 시설에 들어가면 보상금 70만원이 다 든다.

취재 일행을 태운 차는 서사라농협 근처로 달렸다. 집들이 허름한 동네의 1층 집에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누워 있었다. 젊은여성이 마중나왔는데 외손주라고 했다. 젊은여성의 어머니이고 유족자의 딸인 보호자는 오일장 식당에 일나가고 없었다. 강 지부장은 누운 할머니를 조심스레 부축이며 일으켰다. 할머니도 사람 그리운 손잡기를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나오지 않는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다. 강 지

"강 지부장님의 기쁨이 무엇일지 알겠습니다" 강 지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기자가 먼저 건넸다. 한참을 말을 잊다가 강 기자는 입을 뗐다. "저렇게 좋아들 하시는데 경제적 여건이 넉넉치 않습니다. 시·도 공무원들이 한 번만이라도 우리와 동행한다면 유족자들의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 말하면서 참전사나 참전상자의 현실에 눈을 돌려주기를 강조했다. 더욱 강도높은 요구책을 시·도에 내면 어떻겠냐는 기자의 말에 "말도 마십시오. 정말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죽은 유가족을 돕겠다고 손길을 뻗으면 구걸자를 보는 눈입니다. 이러면 안되지요.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과 평화의 텃밭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강 지부장은 다소 격앙된 어조였다. "큰것 바라지 않습니다. 한번쯤 올바른 각성이 필요합니다"

"뉴스제주에서 어제 취재왔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거동불편하거나 나이드신 유족자를 찾아가 목욕해 주고 청소해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뒷방 신세가 된 6.25참전사 유족 또는 4.3사건 유족들에게 우리 회원들은 끝까지 돌볼 것입니다. 우리가 외면하면 그분들 마음 붙일 데가 있습니까?"
강경량 지부장은 "지부장직임에 있는 동안 제 힘이 유족회원의 아픈 곳을 치유해 주어 고달픔을 덜어줄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지부장직임에서 떠나도 죽는날까지 그분들의 손과발이 되어 살고 싶습니다."

강 지부장은, "유족회의 발전과 회원들의 권익을 위하여 힘쓰고 호국영령의 뜻을 받들어 유족회가 애국단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다짐했다.

취재를 마치고 강경량 지부장의 오찬초대석에서 고옥희 관리과장은 전몰군경유족회원으로서 아픈 지난날을 말하며 울먹였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 돌아가셨어요. 우리는 고아 아닌 고아였어요. 친척집에 가면 명절 음식도 부모 있는 친척은 맛있는 것 먼저 먹고 우리는 다먹고 나서 눈치 보며 먹었습니다. 비참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 상황의 아이들은 억척스럽답니다." "우리와 같은 유족들의 현실을 많이 알려 주세요. 그래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유족들에게 손길을 열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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