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AP/뉴시스】'단거리 최강자'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제14회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7로 결승선을 통과, 우승을 차지한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2013-08-12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타이틀 탈환은 멋진 일이다." 단거리 최강자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세계선수권대회 100m 정상을 되찾았다.

볼트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7로 맨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초58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는 2년 전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2011년 대구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을 저지르는 바람에 실격, 제대로 레이스도 펼쳐보지 못하고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이날 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해 2년 전 대구에서 남겼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 금메달은 볼트의 개인통산 6번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다. 볼트는 미국의 '육상 전설' 칼 루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다 금메달(8개) 기록에 2개차로 다가섰다.

이번 대회에 200m와 400m계주에도 출전하는 볼트는 2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면 루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9초58)에 0.19초 늦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빼어난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에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진 것을 고려하면 볼트가 단거리 황제의 위엄을 뽐내기에는 충분한 기록이었다.

사실 볼트의 우승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의 대항마로 여겨지던 타이슨 게이(31·미국)와 아사파 포웰(31·자메이카)이 모두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출전을 포기해 이번 대회 남자 단거리는 볼트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6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볼트는 이름이 호명되자 우산을 펴보이는 시늉을 하며 날씨의 상태를 표현했다.

볼트는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 가운데 두 번째로 늦은 출발 반응시간 0.163초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앞세워 80m 지점에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다른 경쟁자들이 볼트를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가속이 붙은 볼트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볼트는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트는 우승을 확정한 후 자신의 전매특허인 '볼트 세러모니'를 선보이며 우승을 자축했다.

저스틴 게이틀린(31·미국)이 9초85로 볼트의 뒤를 이었고, 네스타 카터(28·자메이카)가 9초95로 3위를 차지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단거리 최강자'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제14회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7로 결승선을 통과, 우승을 차지한 뒤 세러머니를 펼치고 있다. 2013-08-12

볼트는 "타이틀을 탈환하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다. 내가 그것을 해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다리가 약간 아파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지만 조금 어려웠다"고 밝혔다.

5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게이틀린은 "볼트의 긴 다리가 나의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것을 봤다.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경보의 에이스 김현섭(28·상무)은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출발해 모스크바 강변 2㎞ 도로를 9번 왕복한 후 경기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진행된 남자 경보 20㎞ 결승에서 1시간22분50초를 기록해 10위에 올랐다.

2011년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시간19초31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김현섭은 올 시즌 첫 국제대회에서 최고기록을 쓰며 상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시간21분17초로 6위에 오른 김현섭은 두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 육상 선수 가운데 두 대회 연속 '톱10'을 달성한 것은 남자높이뛰기의 이진택(1997년 8위·1999년 6위)에 이어 두 번재다.

김현섭과 함께 출전한 유망주 최병광(22·삼성전자)은 1시간28분26초로 39위에 올랐다. 베테랑 변영준(29·상무)은 후반까지 좋은 페이스를 보였으나 실격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남자 20㎞ 경보에서는 알렉산드르 이바노프(20·러시아)가 1시간20분58초로 금메달을 땄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딩(21·중국)은 1시간21분09초를 기록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 멀리뛰기에서는 브리트니 리즈(27·미국)가 7m01을 뛰어 정상에 등극했다.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와 2011년 대구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한 리즈는 여자 멀리뛰기 3연패에 성공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리즈는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는 이날 벌어진 여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4m55를 뛰어넘어 실케 스피겔부르크(27·독일)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 가볍게 결선 출전권을 따냈다.

여자 장거리의 최강자 티루네시 디바바(28·에티오피아)는 여자 1만m 결승에서 30분43초35를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디바바가 세계선수권대회 1만m에서 우승한 것은 2005년 헬싱키 대회, 2007년 오사카 대회에 이어 세 번째다. 디바바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최강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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