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늘공주 설문대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라!”

옥황상제는 무겁게 일어서며, 세 번째 하늘공주인 당신의 셋째 딸 설문대 공주(公主)를 지상(地上)세계(世界)로 내려 보내도록 우주(宇宙)신하(臣下)들에게 단호(斷乎)한 명령(命令)을 내렸다.
이리하여 하느님 옥황상제는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악살쟁이 셋째 딸 설문대 공주를 지상세계로 내려 보내는 교시를 내리기에 이른 것이다.
당신이 그 어느 누구 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악살 쟁이 셋째 딸을 저 소란(騷亂)한 지상세계인 인간계(人間界)로 내려 보내는 것이 아깝기는 하나, 총명(聰明)하고 자파리가 심한 만큼 손매도 좋은 당신이 셋째 딸이 그 조화로운 신성(神性)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셋째 딸이 그 조화로운 신성(神性)으로 어린 인간계(人間界)를 잘 조율(調律)하여 어두움을 깨우치고 저 소란(騷亂)함을 잠재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비탈진 인간들이 당신이 딸 설문대의 모습처럼 눈이 둘 귀도 둘 콧구멍이 둘, 입은 하나인 이상적 인간, 인간다운 인간으로 변모해 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머리에 돋은 뿔도 물론 퇴화시켜 주고, 웃음도 되찾아 줄 것은 뻔한 이치였다.

그래야 인간들 스스로, 그들 스스로 충동(衝動)을 제어(制御) 할 수 있는 조절기능(調節機能)과 빗나가는 본성(本性)을 스스로 통제(統制) 할 수 있는 이성(理性)과 감성(感性)이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었다.
이렇듯 옥황상제의 인간(人間)에 대한 관심(關心)은, 내색은 안했지만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인간이라는 것들이 꽤나 골칫거리이기는 하나 그래도 상상력(想像力)이라는 절대의 무기가 있어서 하늘을 진정 하늘로 대우해 줄줄 알기 때문이었다.
하늘이 하늘로서 대우(待遇)를 받는 것도 사실은 이 인간(人間)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으로 하여금

“항상 깨어 있어, 길을 잃지 않게 하라“는 말씀과 함께

- “밝게 보고,
너르게 고루 잘 듣고,
말을 가려
뜻을 바로 하게 하라”-
는 말씀도추가로 내렸다.
두 눈 달린 외눈배기 인간들, 하나의 눈은 자기의 눈이요, 또 하나의 눈은 타인의 눈이니 두 눈 똑바로 뜨게 하고 뜻을 바로 세우게 하라.
하나의 눈은 원초의 눈이요 또 하나의 눈은 배움과 깨달음의 눈이며 , 미래의 눈이니 두눈 바로 뜨고 모듬살이 하게 하라., 아쉬운 듯 신신 당부를 잊지 않았다.

4. 강림(降臨)

이렇게 하늘공주였던 여신 설문대는 하느님 옥황상제의 뜻에 따라 지상세계로 내려가게 되었다. 인간(人間)들이 그래도 본바탕이 선(善)하다는 것을 믿었기로, 생각 할 수 있는 힘, 그 상상력(想像力),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있는 능력(能力)이 있음을 믿었기로 기꺼이 아버지 하느님이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여신 설문대는 황망히 하늘과 땅을 분리시킬 때 떨어진 불흙과 그리움을 보듬어 안고 지상세계로 쫓기듯 내려 왔다. 하늘나라에서 입던 잠자리날개 선녀복으로 구름을 만들어 타고 청정부채로 바람을 몰아 하강을 재촉하였다. 걸치고 있던 장신구들을 과감히 개조하여 눈(투시경)과 방울을 만들고 불흙과, 말씀과, 그리움이 담긴 조화의 그물보따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섰다.

이승과 저승을 두루 꿰어 세상을 비추는 투시경(透視鏡)을 이마에 치켜 두르고 풍만(豊滿)한 몸체의 굴곡(屈曲)에 오색실이 영롱(玲瓏)히 박힌 하이얀 천 두루미를 휘감아 두른 채 인생(人生)의 바다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설문대’ 라는 말은 직역을 하면 ‘밝음과 깨움을 처음열기 시작한 땅’이라는 뜻이다.


1.천마호위대(天馬扈衛隊)의 배웅

이렇게 하늘공주였던 여신 설문대는 하느님 옥황상제의 뜻에 따라 지상세계로 내려가게 되었다.
인간(人間)들이 그래도 본바탕이 선(善)하다는 것을 믿었기로, 생각 할 수 있는 힘, 그 상상력(想像力), 옳고 그름을 판단(判斷) 할 수 있는 능력(能力)이 있음을 믿었기로 기꺼이 아버지 하느님이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옥황(玉皇)상제(上帝)는 아홉 천사(天使)로 구성된 천마(天馬) 호위대(扈衛隊)로 하여금 하늘공주 설문대를 은하 강(銀河江)까지 배웅하고 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유래 없이 단촐 한 배웅차비였다.

하늘을 날으는 천마(天馬),

날개 달린 천마를 야무지게 잡아 탄 아홉 천사의 천마 호위대,
아름다운 선녀 복을 몸에 찰 삭 달라붙는 기마 복으로 갈아입은 , 설문대공주의 동료 선녀 9명으로 구성된 천마호위대가 까만 윤기 번쩍이는 흑 가라마를 끌고 나타났다.
설문대공주의 애마인 흑천마였다.

아홉 천사가 탄 천마는 적다마와 가라마가 골고루 임무대로 구성되었다.

이 천마(天馬)호위대(扈衛隊)의 날개달린 천마(天馬)들이 팽팽한 질주(疾走)의 본능(本能),

이 팽팽한 질주본능을 자제하는 절제된 굽소리가 하늘궁전 옥경대(玉京臺)의 뒤뜰을 가득 채웠다.

여신 설문대는 옥좌가 있는 쪽을 향하여 돌아앉았다.
하늘나라의 하늘공주로서의 마지막 인사였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 영원히 돌아 올 수 없는 지상계로 길을 떠나는 하늘공주의 마지막 작별인사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천천히 정리하며 일어선 여신설문대는 옥경대를 한바퀴 휘둘러 본 후 애마의 등을 한번 쓸어내리고 는 야무지게 고삐를 잡아 애마의 등에 올라탐과 동시에 접이부채인 청정부채를 어깨높이로 펼쳐 들었다.

.출발신호였다.
기다렸다는 듯 선봉 척후격인 제1천사가 비로소 옥경대 뒷 뜰의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려 나갔다.

척후 제1천사인 눈의 천사가 앞서 달려 나가 날개를 퍼덕이며 질주하기 시작하자 이어서 안내원격인 제2천사, 말씀천사가 달려 나가고 설문대공주의 흑 천마가 제자리 굽 소리로 한바퀴 돌며 출발조정을 한 후 이내 출발하였다.

설문대 공주의 흑가라마가 그 새까만 윤기 번쩍이는 위용을 펼치며 절제하던 굽 소리를 풀어 서서히 출발을 함과 동시에 좌측에 3기 우측에3기의 천마 호위대가 동시에 출발하였다.

마지막으로 제9천사인 영각(靈覺)천사가 멀찌감치 뒤에서 서서히 출발하여 진용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비록 단촐한 비공식 배웅이었으나 그 위용은 장엄하였다.
좌우(左右) 54만리(萬里), 전후(前後) 54만리(萬里)에 뻗치는 위용(威容)이었다.
몸의 윤곽이 뚜렷한 기마복을 입은 아름다운 천사(天使)들이 호위(扈衛)하는 용감한 천마호위대는 기러기 형상으로 진형을 갖추고 전진과 하강을 반복하였다.

전후거리 각각 18만 리(萬里), 좌우거리 각각 9만 리(萬里) 간격으로 벌린 좌우 양 날개 진형이었다.
지상계의 인간들의 시각으로는 볼 수도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광막(廣漠)한 우주(宇宙)에 산재(散在)한 4000억(億)개에 달하는 각 은하계의 왕자(王子)들이 이끄는 4000억(億) 비행접시 군단(軍團)이 먼발치 배웅을 하고 있었음에랴.
평소 설문대 공주를 흠모(欽慕)하던 은하왕자들이 짧게는 1억(億) 광년(光年), 많게는 150억(億) 광년(光年)의 거리에서 각자의 환상으로 배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1광년(光年)이란 도대체 얼마만한 거리일까요.

1광년(光年)이란 빛의 속도로 1년 동안 가는 거리를 말한다. 빛은 1초에30만 킬로미터를 달린다.
지구의 둘레가 약10 만리(萬里), 즉 4만 킬로미터 이니 , 개산을 해 보면,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도는 셈이다.


사랑하는 딸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지상세계로 떠나보내는 아버지, 옥황상제의 쓸쓸한 그림자가 옥경대의 뒤뜰 창가에 나타났다가 서서히 사라져 갔다.


천마호위대의 아홉 천사와 설문대공주 일행은 가끔은 어린 별똥별과 떠돌이별을 만나기도 하고 , 아기별들이 소곤거리며 노는 하늘목장의 너른 들판에서 목동좌를 만나기도 하며. 우주바다속의 섬과 섬, 별과 별 사이를 지나, 반나절 만에 은하강가에 이르렀다.














2. 아름다운 몸매 드러나다.

-투시경과 빛그믈-

은하강가에 이르른 여신 설문대는 여기서 또 한번의 냉정(冷情)한 의식(儀式)이 치러졌다.

신뢰(信賴)하는 동료(同僚) 천사(天使)들의 손길에 의해 하늘공주 설문대의 잠자리날개 선녀복이 벗겨지고 신비(神秘)스런 몸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풍만(豊滿)한 육체파(肉體派)의 여신, 여신설문대의 아름다운 팔등신(八等身)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비바리 특유의 개미허리에 싱싱 빵빵한 젊음, 아름다운 능선미와 굴곡(屈曲)진 각선미(脚線美)가 성스럽게 조화를 이룬 균형(均衡)미(美)와 건강미가 누리를 제압하였다.

조화(調和)의 여신답게 온 세상을 감싸고 포근히 안아 다독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혼(靈魂)과 청순(淸純)한 야성미(野性美)가 광배(光背) 되어 짙은 향기로 누리에 번져 갔다. 당장에라도 잉태가 가능 할 것만 같은 원초(原初)의 뇌쇄적(惱殺的) 몸체가 그리움을 몰고 회오리 쳤다.

여신설문대는 동료천사들이 도움을 받으며 지상세계로 내려갈 채비를 서둘렀다.

인간으로 하여금 길을 잃지 않게 하라는 하느님 옥황상제의 말씀을 챙기며 , 인생(人生)의 바다를 , 인간계(人間界)의 고해(苦海)를 같이 헤쳐 나갈 원초(原初)와 영원(永遠)이 융합(融合)된 상징적(象徵的)이며 실질적(實質的)인 의상(衣裳)을 갖추기로 하였다.

빛과 소리를 직조하여 옷감을 짜고, 우주를 상징하는 검은 색 물옷과 깨어 있음의 상징으로 흰색저고리를 만들었다. 지혜를 상징하는 흰 수건을 만들어 머리에 두르고 는 상황에 맞게 실용적인 모양을 내기로 하였다. 마찬가지로 빛과 소리로 직조된 오색실이 영롱히 박힌 하이 얀 조화의 천 두루미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여 몸체에 두르고는 동료 선녀들과 약식 품평회를 열며 오래간만에 깔깔웃어 재꼈다.

다음에는 지니고 있던 장신구들을 과감히 정리하여 왕눈의 투시경과 방울과 초음파 귀마개를 만들었다.

왕눈의 투시경은 천마호위대의 제1천사와 제9천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요 방울은 제2천사를 상징한다. 초음파 귀마개는 초음파 탐지장치로 제3천사의 몫이다. 제1천사인 눈의 천사는 선견과 통찰,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를 보는 눈이며, 시간의 눈이다. 제9천사인 영각천사는 나를 보는 눈이다. 나를 보고 우주를 보는 눈이다. 생명계와 상상계 그리고 시간까지 모두 보는 눈이다.


벗어놓은 잠자리날개 선녀복으로 타고 내려갈 동자구름을 만들고 조화의 접이식부채인 청정부채를 재차 챙겼다.











3. 설명주(설明珠), 그리고 달(月)

마지막으로는 설문대공주가 늘상 몸에 지니고 다니던 천주(天珠), 즉 하늘공주의 상징이자 잉태(孕胎)를 상징(象徵)하는 현빈(玄牝)의 구슬, 설명주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동료 천사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 설명주를 지상계와 천상계의 사이에 띄워 하늘과 땅의 그리움을 공유하기로 하였다.

여신설문대는 설명주를 꺼내어 두 손으로 정성스레 받쳐 들고 아홉 선녀들로 하여금 모두 손에 손을 겹쳐 손을 모아 받쳐 들게 한 다음 경건(敬虔)한 침묵(沈黙) 속에 이 구슬을 은하강에 담갔다. 하늘의 천리(天理)가 녹아든 은하강에 현빈의 구슬 설명주를 담그자, 맹렬(猛烈)한 반응(反應)을 일으키며 설명주가 만삭(滿朔)으로 희게 피어올랐다.

재빨리 선녀들이 만삭(滿朔)으로 피여 오른 설명주의 한쪽 면에 달라붙어 청정부채의 끝으로 하늘의 그리움과 각자의 사명(使命)에 따르는 그리움을 음각(陰刻)으로 새기기 시작하였다. 여신설문대도 얼른 다른 한쪽 면에 하늘과 땅과 생명(生命)의 그리움을 새겨 하늘 쪽을 향하게 하였다.

만삭(滿朔)의 설명주를 정성껏 받쳐 든 스무 개의 천사의 손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높이 쳐들렸다.
여신 설문대가 먼저 손을 내리고 청정부채를 꺼내들었다. 활짝 펼쳐진 여신설문대의 부채가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만삭(滿朔)의 설명주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여신 설문대가 다시 부채를 접어 부채의 끝으로 방향을 조정하자 아홉 선녀들이 일제히 청정부채를 펼쳐 들고 힘차게 부쳐대었다. 만삭(滿朔)으로 잔뜩 부푼 설명주가 일순(一瞬)에 제 궤도(軌道)에 진입(進入)을 하고서부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이것이 달이다.

이 달은 지상계 지구별과 영원히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지구와 마주보며 지구의 주위를 돌게 하였다. 달의 제 돌이와 남 돌이의 주기를 같게 함으로 인하여 지구상에서는 달이 뒷면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보름달을 자세히 보면 그 음영이 항상 일정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 달은 설문대공주의 둘째 오빠인 태양의 빛을 받아 태양과의 방향각에 따라 달의 제 그림자로 기울고 차며 지상계의 밤을 낭만으로 밝히고 때를 알린다.

보름에는 만삭의 만월로 비추어 그리움과 잉태의 생명력을 주고 , 초승에는 가냘픈 아기 초승달로 비추어 만월을 향한 희망과 꿈과 애틋한 모정을 일깨워 준다. 동시에 초승의 달로서 둥근 것이 날카로움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달은 지구와의 인력작용에 의하여 바닷물을 주기적 시차를 주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지구의 호흡을 돕는다.


이제 ,
작별의 시간이 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
다시는 돌아 갈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왔다.









4. 별리(別離)


이별의 순간이 왔다.

되돌아 갈 채비를 갖추고 일사불란하게 천마 위에 올라 탄 아홉 천사들은 사랑하는 동료 설문대 공주를 향하여 일제히 청정부채를 높이 펼쳐들었다. 최고 신뢰의 표시였다.

잘 가라, 친구. 잘 가라, 여신이여.

여신설문대도 청정부채를 높이 펼쳐 들고, 한손을 가슴께로 갖다 대었다.
잘 있으라,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이제 마음껏 되돌아가도 된다. 아름다운 천사들이여. 돌아가라.

여신설문대가 부채를 접어 내렸다.

히히히힝

천사(天使)들이 탄 아홉 마리의 날개 달린 천마(天馬)들이 일제히 소리높이 앞발 번쩍 쳐들어 날개를 펼치며 그 특유의 신령(神靈)한 말울음소리로 작별(作別)을 고했다. 그 호흡성능 좋은 나팔 코들이 활짝 열렸다. 짧은 순간, 잦은 굽 소리로 흔연히 방향을 바꾼 천마호위대는 , 지체 없이, 뒤돌아 보지 아니하고 까마득히 멀어져 갔다.

설문대공주의 애마가 다가왔다.

머리를 흔들어대며, 콧방귀 씽씽 대며 다가왔다.
설문대공주의 어린시절부터 공주를 태우고 길을 안내하던 충실한 동료, 흑 가라마였다.
가까이 다가온 애마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 벌룸 대는 나팔코로 설문대공주의 풍성한 엉덩이를 빵 올려 찼다. 옥경대의 뒤뜰에서 같이 놀 때를 추억하는 듯, 그 호흡성능 좋은 나팔바람코 로 콧방귀 휘두르며 여신설문대의 둥그스럼한 어깨와 터질 듯한 가슴과 얼굴을 간질이며 그 길쭉한 볼을 비벼대었다.

여신설문대는 충성스런 동료 천마의 목을 껴안아 한번 입맞춤하고 허리와 등과 배를 쓸어 주며 엉덩이를 토닥이고 갈기를 쓸어 내려 주었다. 평소 같으면 그 살찐 엉덩이를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찰싹 소리 나게 부쳤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정을 떼자. 이제는 헤어져야한다.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지체할 수 없다.돌아가라.

충실한 천마의 목을 손바닥으로 톡톡 두들기며 단호한 신호를 보냈다.

히히힝!

앞발높이 영험한 울음소리로이별을 고하는 흑 천마의 번쩍이는 검은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흑 천마는 이렇게 신령한 말울음소리를 귓가에 남기며 천마호위대일행을 좇아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5. 반포조(反哺鳥)와의 조우(遭遇)

되돌아가는 천마(天馬) 호위대(扈衛隊)를 멀리 배웅을 하고난 여신 설문대는 이제 더 이상 하늘공주가 아니였다. 이제는 그 누구한테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다. 오로지 혼자 판단하고 혼자 움직여야한다. 이제 혼자다.

잠시 숨을 돌릴 겸하여 은하강가에 앉아 미리내가 뻗어가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상념에 빠져 들었다. 모두가 다 여신설문대가 자초(自招)한 일이었으나 여기서 처음으로 고독(孤獨)이란 것을 맛보았다.

그래 섬이야. 모두가 섬인 게야.
이 우주 천지간에 섬 아닌 것이 없어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미리내가 뻗어가는 강줄기를 가늠하여 하강(下降)하기로 내심, 마음을 정리하며 일어서려는 찰나에,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까만 윤기 반짝이는 반포조 한 마리가 내려와 앉았다.

탄력 있게 내려앉은 반포조는 까 악, 까 악, 소리에 맞추어 머리와 상체를 동시에 두어 번 조아리며 인사를 한 후, 반날개로 톡톡 튀며 다가왔다.

반포조(反哺鳥)란 반포(反哺)할줄 아는 새, ‘안갚음‘을 할줄 아는 새, 까마귀를 말한다.
반포조란 부모의 은공을 알아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새라는 뜻으로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새, 즉 ‘안갚음’을 할줄 아는 새라는 뜻이다.

뭇짐승들은 보편적으로 제어미가 늙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제 먹을 것만 제 자식 먹을 것만 챙길 줄 알지 자기를 먹여 키운 제 어미가 늙고 쇠약해져 먹이를 구하지 못하여 죽어 감을 모른다.

그러나 이 새는 인간(人間)들과 마찬가지로 제 부모(父母)에 대한은혜(恩惠)를 알아 그 은공(恩功)을 갚을 줄 아는 아주 특이하고 영리한 새이다. 물론, 인간들 중에도 특이한 경우이기는 하나 제부모를 구박하고 제부모를 외지에 내다 버리는 못된 인간들이 가끔 나타나곤 한다. 세상이 말세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반포(反哺) 즉 효(孝)는 만사(萬事)의 근원(根源)이요 만복(萬福)의 근원(根源)이다.
게으르게 발을 잘 안 씻은 죄로 벌을 받아온 몸이 새까맣게 되어버린 까마귀였다. 어린이들이 세수를 잘 안하거나 발을 잘 안 씻으면 까마귀 발이라고 놀려 댄다. 어른들은 또 무식하여 글을 모르면 까막눈이라 하여 억울하게도 까마귀가 빗대어지곤 한다.
사실 까마귀처럼 영리한 새도 없다. 아주 영리하여 뭇짐승들과는 달리 도구를 쓸 줄도 안다. 썩은 나무속 같은데 깊어서 부리가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애벌레나 굼벵이 같은 먹이 감을 그냥 포기하지 않는다. 젓가락 정도 크기의 가는 막대를 물어다가 막대를 그 구멍에 집어넣어 먹이를 꺼내 먹기도 한다.

까마귀고기를 잡쉈나, 어찌 그리 잘 잊어버리는가?
까마기 괴기 먹언디야 무사 경 잘 잊어볌시늬.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잘 잊어버리는 기억력 감퇴 증에 걸린다 는 말이 있다. 이는 아마도 이렇게 반포(反哺)할줄 아는 새를 함부로 잡지 말라 는 경고성 속담이 아닌가한다.

여신설문대가 물었다.

어디 가멘? ( 지금 어디로 뭐 하러 가는 중이니?)
어디 살멘? (지금 살고 있는 데가 어느 동네이니?)

이 새들은 태양 족 마을이 널리 벋쳐있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사방 만리에 벋쳐 산다 하였다.
칠월 칠석을 맞아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일주일간 다리를 놓아 주고 돌아가는 길이라 하였다. 태양 족은 태양의 색깔인 흰색을 좋아하여 흰옷을 즐겨 입는 백두산족을 말한다.

눈을 돌려 보니 멀리에서 떼 까마귀들이 하늘을 선회하며 쏴 아 쏴아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람까마귀 일행들이었다. 지금도 어느 겨울쯤, 제주 섬에 가면 이런 바람까마귀 떼를 만날 수 있으리.

어디내리코이? (자네생각으로는 어느 위치에 내리는 것이 좋을듯한가?)

여신은 짐짓 이 영리한 까마귀에게 그 뜻을 물었다.
검은 윤기 반짝이는 이 영리한 반포조가 톡톡 튀어 우햫우 하더니 미리내가 흐르다 끊어진 그 아래쪽을 향하여 까 악 까악 상체와 머리를 동시에 절을 하듯 가리켰다.

고맙다 . 다시 만나자. 먼저들 내려가라. 뒤 따라 가마.
까 악 까악.


반포조 일행을 먼저 내려 보낸 여신설문대는 서둘러 행장을 재점검하며 본격 하강준비를 하였다.



































6. 태양 돛, ( 별빛 돛, 항성 돛, 우주 돛,)


여신 설문대는 지상세계로 내려 갈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인간계(人間界)인 지상세계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인간계(人間界)! 그 영악한 인간계이면서도, 한편 고해(苦海)의 바다이기도한 인간계(人間界)로 내려가 인간들로 하여금 길을 잃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늘과 땅을 미리 분리시켜버린 하늘공주로서의 책무요, 설문대라는 숭고한 이름에 걸 맞는 사명(使命)을 다하는 길인 것이다.

밝음과 깨움을 처음 열기 시작한 땅이라는 뜻을 가진 그 이름 설문대
지금 막 내려 가고자하는 바로 그 곳, 은하강줄기가 뻗어 내린 그곳, 그곳에 발을 내려 인간계의 밝음과 깨움을 펼쳐야한다. 은하(銀河)를 잡아, 하늘의뜻을 잡아당기어 인간의 길, 인간계(人間界)의 이정표(里程標)를 만들어 세워야 한다.

여신설문대는 우주(宇宙)를 상징(象徵)하는 검은 물옷위에 태양(太陽)을 상징(象徵)하는 흰색 저고리를 입고 지혜(智慧)를 상징하는 흰 수건을 머리에 썼다. 이마에는 선견(先見)과 통찰(洞察)의 투시경이 번쩍이고 있었다.

오색실이 영롱히 박힌 하이 얀 천 두루미, 이 조화(造化)의 다목적(多目的) 천 두루미를 목에 걸치어 양어깨에서 대각선(對角線)으로 풍만(豊滿)한 가슴을 가리고 허리를 휘감아 양쪽에서 매듭을 지어 아래로 펼쳐 내리니 훌륭한 치마가 되었다. 살짝살짝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감출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설문대치마이다.

이 다목적치마는 여신 설문대가 은하강가에서 마지막 하강 채비를 채 릴 때 아홉 천사들과 함께 고안해 낸 최첨단작품이다. 수중에 가장 큰 수는 무량대수(無量大數)요, 가장 작은 수는 청정(淸淨)이다. 이 조화(造化)의 다목적(多目的) 천 두루미는 빛과 소리를 청정(淸淨)으로 쪼개어 신 물질로 이중직조 되었으며, 이 천을 모두 풀어내면 그 길이가 무려 150억(億) 광년(光年)의 거리에 이른다. 우주(宇宙)의 끝과끝에 이르는 거리이다.
1광년(光年)은 얼마만한거리이며 빛은1초에 얼마의 거리를 달 릴 까요.

여신 설문대는 불흙과 말씀과 그리움이 담긴 조화(造化)의 성긴 그물 보따리를 둘러메고 휘파람을 불어 동자구름을 불렀다.
우아하게 ? 동자구름에 오른 여신설문대는 청정부채를 꺼내어 반쯤 펼쳐 한번 부치니 동자구름이 빠르게 날기 시작하였다. 청정부채로 계속구름을 몰아 갈 수는 있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
그 흔 하디 흔 한 빛 반사력을 활용하면 되는 것.

빛과 소리로 가로 세로 매듭을 지어 이중 직조된 그물 코의 어느 한부분만 열어주면 되는 것, 청정부채를 펼쳐 그물코에 갖다 대어 그물코를 여니 빛 그물이 번쩍이며 태양 돛이 되어 구름을 몰아가기 시작하였다 .반포조 무리를 만나 뒤로 따돌리고, 은하강줄기가 뻗어내려 거의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 동자구름이 멎었다.

여신설문대는 청정부채로 태양 돛을 조정하여 수직강하에 들어갔다.
수직강하라 하여 태양 돛을 불쑥 해제하면 아니 되는 일, 자유낙하의 가속도를 조절하여 일정한 속도로 안전하게 강하해야한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아름다운 여신설문대가 좀 우아하게 내려야지 그냥 털 석 내려앉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아하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의미이다

내리고 보니 바다였다. 무릎아래까지 물이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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