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연극 '광부화가들' 2013-08-27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광부들이 그림를 그리는 등 예술생활을 병행하는 것을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반성도 했어요."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 강신일(50)이 3년 만에 재공연하는 연극 '광부화가들'에서 그림에 소질을 보이는 광부 '올리버'를 연기한다.

강신일은 27일 "미술을 잘 몰라요. 광부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놀랐어요. 작품에서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을 접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것이 예술인가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죠. 덕분에 해왔던 작업들을 돌아보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광부화가들'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1)의 각본을 쓴 영국 작가 리 홀(47)의 작품이다. 홀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라는 예술이 왜 자신들의 삶에 필요한 지를 이해 못한 탄광촌 사람들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광부화가들'에서는 예술이 왜 자신들에게 필요한 지 인식하고 수용하는 탄광촌 사람들을 그린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홀은 영국 북부 탄광촌 출신이기도 하다.

영국 북부 탄광촌의 실화가 바탕이다. 영국 작가 윌리엄 피버는 예술애호가의 소장품 전시회 프리뷰에서 광부화가들의 그림을 본 뒤 '애싱턴 그룹'이란 책으로 이들을 소개했다. 홀은 이 책을 토대로 실제 탄광촌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아울러 작품을 만들었다. 1934년 탄광촌에서 출발한 광부들의 그림 모임은 '애싱턴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애싱턴 그룹에 속해 있던 이들은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면서도 광부로 남았다.

2010년 국내 초연했다.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2010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호평 받았다. 특히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고흐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국내 초연을 관람했다는 강신일은 당시에 "재미있게 봤지만 이 작품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리버 역은 자신보다 젊은 윤제문(43)이 맡았다. "윤제문씨와 저랑은 나이차도 있고 해서 제가 한다면, 젊게 이 역을 해야 하는데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우) 연출님이 저를 85년부터 봐오셨으니 누구보다 저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겠다고 했죠."

연습 하는 내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쉽게 생각한 것도 있었고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이것은 내 인생관하고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반성하게 됐어요. 초등학교만 나온 광부들이 사회 경험을 쌓는 것을 보면서 저를 다시 한번 채찍질하게 됐죠. 올리버가 그림을 그려가면서 영감을 얻는 것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20,30대 연기를 하면서 얻은 영감 속에서 느낀 카타르시스와 같은 거예요. 그런 부분을 유지해나간다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앞서 강신일은 연극 '레드'(2011)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를 연기하기도 했다. "작업을 하면서 순서를 바꿨으면 했어요. '레드'라는 작품도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인데 그래서 광부로 돌아가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신분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예술이 어떠해야 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가고 질문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레드' 프레스 리허설에서 배우 강신일이 열연하고 있다. choswat@newsis.com 2011-10-14

'칠수와 만수', '거기', 'B언소' 등을 쓰고 연출한 연극연출가 이상우(62)가 초연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는 연극인데 그 공감을 하는 과정이 길고 어려웠습니다"라면서 "다행히 초연 때 나쁜 평가를 듣지 않아서 기분이 괜찮았고, 기분 좋게 끝낸 작품"이라고 전했다.

"누구나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것이 작품이냐, 판매가 되는 예술작품이냐는 다른 이야기인데 광부가 창작이라는 것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이 작품의 이야기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2013년도에도 결론이 나기 어려워요. 다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서 수렴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할 때 대안이나 대답이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죠."

이번에는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쉽고 따뜻하고 친철하게 좀 더 코미디스런 연극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에게도 말했어요. 억지로 웃기려 하지말라고요. 전체적인 흐름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유머를 끄집어내고 싶어요."

초연 배우 중 투박하지만 진솔한 광부 '조지' 역의 김승욱(50)만 이번에 합류했다. "연출님의 그간 다른 작품을 봐도 따뜻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라면서 "옛날에는 투박하고 거친 면을 보여주셨는데 따뜻한 쪽으로 가셨어요. 그런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를 쓰는 중입니다"고 말했다.

'광부화가들'은 9월13일부터 10월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연극배우 김중기, 민복기, 채국희, 송재룡, 이원호 등이 출연한다. 2만~5만원. 1644-2003

한편,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은 '광부화가들'의 재공연을 통해 우수제작공연 레퍼토리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