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공직사회에서 가장 많이 듣고 강조하는 말이 청렴이나 부패척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들 공직사회가 부패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청렴이나 부패척결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청렴하지 않거나 부패해서라기 보다 우리들 공직사회의 청렴이나 부패척결이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가장 중요한 초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청렴을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 공직사회에서 위로부터의 청렴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민원인들 개개인과 직접 접촉하는 지방 실무행정 담당자들의 청렴은 피부로 와 닿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우리들 중 누군가가 실무행정을 담당하면서 청렴하지 못하였다면 이를 경험한 민원인은 우리들 모두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들 중 누군가가 선행을 베풀었다면 피부로 겪는 민원인은 매스컴에서 나오는 선행보다도 더욱 더 크게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흔히 역사적으로 청백리 하면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장군이나 일생을 청렴하게 살았던 황희정승을 떠올리게 되지만, 지방에서 말단의 실무행정을 담당하였던 향리들의 청백리에 대하여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정말로 지방에서 말단의 실무행정을 담당하였던 향리들은 청렴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 당시 향리들은 지금에 급여라고 하는 녹봉을 정식으로 받지 못하면서 생활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단순히 역사가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그 평가한 내용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쳤기 때문은 아닐까, 지방의 실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나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봉건적인 신분제도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묵묵히 대민행정을 해왔고 그것이 백성의 삶이나 사회의 유지에 초석이 되고 우리사회나 국가를 유지해 왔음에 비추어보면 그리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들 모두가 청렴하지 않거나 부패하였다면 오늘날 우리의 사회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신분사회 속에서 백성들과 매일 매일 접촉하며 지방행정을 수행하여 옴으로써 지방을 지켜온 과거 향리들이 오히려 더 청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청렴은 이런데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의 선배인 향리들처럼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지방행정을 이끌어 온 것처럼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는 일이야 말로 진실로 청렴한 지방행정관일 것이다.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다가서고, 자신의 일에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말고, 주어진 일에 성심성의껏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 지방행정관으로써 진실된 청렴을 실행하는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청렴을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에서 혹은 작은 일일지라도 우리가 수행하는 일에서 하나씩 찾아 실천하면 그것이 바로 진실된 청렴이라 할 것이다.

안덕면사무소 변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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