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오늘 저는 행정시장직선제 도입 논의를 유보하겠다는 말씀을 도민 여러분께 드리려 합니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하여 도민 여러분과 행정시장직선제를 최종 권고해 주신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저의 소신이면서 지난 3년여간 추진했던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종교계, 언론계, 학계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도지사로서 무엇이 진정 도민사회를 위한 판단인지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9월 도내 언론3사가 대행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5.9%나 되는 도민들이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기에 이러한 도민들의 여망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주특자치도가 출범한지도 8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특별자치도제도 도입으로 인한 성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도민들께서는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변화된 제도 가운데 충분한 공감이나 만족감을 가질 수 없는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을 뽑는 권리를 빼앗겼다는 인식에서 기인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시장이 이끄는 행정시와 도지사가 임명하는 시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시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직선 행정시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4년 임기동안 소신행정을 펼 수 있습니다. 도지사의 의중보다 시민들의 여론을 중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민 여러분도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과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시장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지 못함으로써 도지사 및 도 본청으로 권한이 집중되어 주민이 절실히 원하는 생활자치의 통로가 막힌 꼴이 돼 버렸습니다.

도지사가 임명하던 행정시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도민 여러분께 되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특별자치도의 변화가 제주 발전의 동력이라는 것을 실감하실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9월 16일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 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에도 85.9%나 되는 도민 여러분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시된 여러 가지 의견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였습니다.

주민투표를 실시해서라도 반드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직접 시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도민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막기 위해 다음 도정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민생현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관한 결정을 다음 도정으로 넘기라는 정당과 도의회의 의견도 제주 발전을 위한 고언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여러 의견과 조언 앞에 도정을 책임져야 하는 도지사로서 저는 오늘과 같은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정치적․소모적 논쟁은 제주 미래를 위해서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정치권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강행하는 것 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통하여 행정시장 직선제가 이슈화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선거 후 도민의 단합된 힘으로 의견을 모으는 길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호를 이끌고 있는 도백으로서 제주사회의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품고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행정시장직선제가 내년 지방선거 도입이 좌절됐지만 행정시와 행정시장이 도지사만 바라보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행정시에 대한 인사권, 조직권, 예산편성 요청권 등 행정시장직선제 도입시 추진하기로 계획했던 행정시 권한 및 기능강화방안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저는 지금의 논의 유보는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9월 16일 “행정시장 직선제는 끝나지 않았다”라고 밝혔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행정시장 직선제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권고하면서 제시한 행정시 구역을 최소한 3개 이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행정시장 직선제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저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지지해준 85.9%의 도민들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도의회 등 정치권을 대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의 도입을 위해 모든 마음을 비우고 다시 설득에 나서겠습니다.

역사는 훗날 오늘의 행정시장 직선제 논의 유보가 지닌 진정성을 반드시 평가해주리라 믿습니다.

도민 여러분들께서도 이제는 지역발전을 위한 역량을 하나로 모아 주시고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행정시장 직선제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동참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0월 7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우 근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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