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6일 여자 축구 WK리그에서 박은선(27·서울시청)을 둘러싸고 성별 논란이 일고 있다. 외모와 체격, 폭발적인 파워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기량으로 인해서다.

박은선은 5일 밤 SNS에 "성별검사도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올림픽 때도 받아서 경기에 출전했는데 그때도 정말 어린 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 할 수도 없네요"라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예전 같았으면 욕하고 '안 하면 돼' 이랬겠지만 어떻게 만든 제 자신인데 얼마나 노력해서 얻은 건데 더 이상 포기 안하렵니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은선이 썼듯이 그는 과거에 성별검사를 통과해 여자 국가대표로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네티즌들이 앞다퉈 박은선을 옹호, 지지하고 있는 이유다.

유독 스포츠에서 성별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이다. 여성 스포츠에 체격이 훨씬 크고, 근육이 발달한 '남성 같은 여성 선수'가 뛰어들 경우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하고, 파워가 낮은 뭇 여성 선수들에게 비해 더욱 뛰어난 성적과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되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목할 것은 이들 남성 같은 여성 선수 중 일부가 성염색체의 이상 등에 따라 여성이지만 남성이기도 한 양성자라는 사실이 성별검사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식계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4~10ng/㎖, 여성은 그 20분 1 이하다. 그런데 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성처럼 높은 여성들은 남성과 같은 체격이나 근육을 가져 스포츠 경기에서 유리하다.

성별 논란은 그동안 국내에는 없었지만 해외, 특히 기록 경기인 육상에서는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 선수가 남아공의 육상 스타 캐스터 세메냐(22)다. 세메냐는 지난 2009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결승에서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승한 뒤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강인한 상체 근육, 중저음 목소리 등으로 '남성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당시 호주 언론이 "세메냐의 성별검사에서 양성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메냐는 유독 남성호르몬이 많고 여자로서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난소와 자궁 대신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는 고환이 있다"고 보도해 파문을 부채질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자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세메냐의 대회 참가를 불허했고, 이 때문에 세메냐는 10개월 넘게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 7월초 IAAF가 "세메냐의 성별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의료 전문 조사단의 결과를 수용하며 세메냐는 앞으로 육상대회 여성 종목에 출전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이후 세메냐는 같은 달 핀란드에서 열린 유럽 지역 2개 대회를 연속 제패하며 재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32)은 경기 직후 실시된 성별 테스트에서 여성 염색체(XX)가 아닌 남성 염색체( XY)라는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순다라얀은 충격을 극복하고 현재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 외에도 성별 논란에 휩싸인 육상 선수는 많다.

1932년 LA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 육상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폴란드 출신의 스탈리슬라바 발라시비치는 약 50년이 지난 1980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한 총기 피격 사건으로 사망했다. 시신 부검 결과 발라시비치는 남성 생식기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올림픽 당시에는 성별 확인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메달 획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400m 릴레이에서 금메달,1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폴란드의 에바 클로부코브스카는 3년 뒤인 1967년 치러진 성별검사에서 뒤늦게 양성자임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해 자녀들을 낳고 주부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0년대 필리핀의 낸시 나발타는 여자 육상경기에 출전했지만 훗날 남성로 밝혀져 제명당하며 퇴출됐고, 2004년 짐바브웨 국내 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7개나 석권한 사무켈리소 시소레는 양성자임이 밝혀진 뒤, 성별을 속여 출전했다는 이유로 4년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육상 외의 종목에서는 브라질 유도 선수인 에디낸시 실바가 눈에 띈다. 여성 염색체인 XX이면서 남성 생식기를 갖고 태어난 간성(間性·intersex)이었다. 실바는 고환을 제거한 뒤 여성 선수가 돼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 출전했다.

성별검사는 1966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 때 처음 도입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부터 성별검사를 해왔으나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1999년 폐지했다. 그러나 세메냐 파문이 불거진 뒤 IOC는 여성 선수의 남성 호르몬 적정 수치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해 런던올림픽부터 적용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액 테스트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성만큼 높은 여성 선수들은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안드로겐불감성증후군(AIS)을 앓는 경우다. 유전학적으로는 성염색체가 남성(XY)인 만큼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높게 나타나지만 몸은 남성이 아닌 여성인 질환이다. 순다라얀이 바로 AIS의 희생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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