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대학 3학년 초 봄, 대학 동기생 J와 축산시험장에 근무하는 J의 삼촌의 닭을 잡아 준다기에 찾아갔다.

그 때 마침 시골 노인이 조랑말 (암말)를 끌고 와 호마와 교미붙여 달라고 부탁했고 삼촌은 우리에게 “말 교미하는 것 볼 만 하메. 같이 가서 구경하자.” 하며 우리를 데리고 갔다.

조랑말을 낙인틀에 묶어 놓고 옹매(호마 수놈)를 들여 보냈는데 조랑말은 꽁무니를 내리깔면서 교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삼촌이 조랑말 꽁지를 들어 살펴 보더니 “발정기가 지나버려 오늘은 교미 안 되쿠다. 그러니 한 달 후에 다시 끌고 옵서.” 하며 노인을 돌려 보내고 돌아와 그 동안 삶아진 닭고기를 안주하여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목동 소년이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큰 일 났수다! 말이 죽엄수다!”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호마 수놈이 교미를 못하니 날뛰다가 죽어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현장에 달려갔다.

그런데 죽어 뻗은 것은 좀전에 돌려보낸 조랑말이었다. 삼촌은 목동에게 “어찌된 일이냐?” 고 다그쳐 물었고 목동은 벌벌 떨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의사 아저씨가 가 버리자 저 영감이 돈 500원을 주면서 우리끼리 다시 교미붙이자고 말해서 나는 조랑말 꽁지를 잡아 올리고 영감님은 호마 수놈 물건을 손으로 잡아 들이댔는데 호마가 한 방 쑤시니 조랑말이 죽어갑데다.” 하고 말했다.

삼촌은 하도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말이나 모든 동물은 사람과 달라 발정기가 아니면 교미 안 합니다. 발정기에는 액체가 흘러 나와 호마의 큰 물건이 들어가도 아무 탈이 없지만 발정기가 아니면 액체가 말라버려 조랑말 자궁이 터져 죽어버리는 겁니다.

어째서 수의사인 내 말을 안듣고 이런 실수를 한단 말입니까?“ 하고 조랑말 임자를 책망했다.

조랑말을 끌고 왔던 영감은 졸지에 말을 죽여먹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넋놓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수의사인 삼촌은 우리들에게 부연설면을 했다.

“인간 세계에서는 강간이란 말이 존재하지만 동물의 세계에는 강간이란 없는 법이야. 지가 죽으면 죽었지, 강간을 허락지 않는 것이 동물들이야. 그런 면에서 인간이 오히려 동물만도 못한 존재들이지.” 그저 경이로운 동물의 세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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