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잡지의 천국이다. 웬만한 서점에만 가도 산더미처럼 쌓인 잡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축구잡지도 예외는 아니다. '사커다이제스트' '월드사커매거진' 등 수많은 종류의 잡지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유독 눈에 띄는 책이 있다.

'붉은 군단의 궤적,(Reds come on you-)'라는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번쩍이는 표지부터 수많은 화보와 질 좋은 양지까지 다른 잡지들과의 차별성이 눈에 띈다. 가격도 일반 축구잡지(660엔)보다 두 배 가량 비싼 1200엔이다.

이 책은 올해 J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라와 레즈가 팬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팬북이다.

완전보존판(完全保存版)이라는 소개답게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우라와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J리그 우승 시상식 화보를 시작으로 J리그가 출범한 지난 93년부터의 연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매 시즌의 경기 기록표, 오노 신지의 페예노르트 이적 기자회견, 마시히로 후쿠타의 은퇴, J2리그 강등과 J1리그 재승격 등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역대 시즌별 유니폼 진열과 우라와를 거쳐간 선수들의 프로필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명단에 한국인 J리거가 단 1명도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이처럼 J리그가 팬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주는 것과 달리 K리그의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수원을 누르고 K리그 최다인 7번째 우승을 차지한 성남이 우승을 기념해 K리그 족적이 담긴 책을 만들지 않았다. 제작할 계획조차 없다.

K리그 사상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서 우승한 전북이나 FA컵 우승을 거둔 전남 역시 이런 특별판을 발행하지 않았다.

K리그 역사상 어느 구단도 이런 책을 만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할 필요가 없다'라는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 온 것이다.

또한 유료판을 제작한다 해도 이를 직접 살 팬들도 많지 않다. 적자가 날 것이 뻔한데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역에 위치한 축구 쇼핑몰 '카모샵'에 가면 주빌로 이와타 등 각 J리그 팀들이 만든 신년 달력, 시즌 전 경기를 담은 DVD, 각종 생활필수품 등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K리그는 고사하고 국가대표팀 관련 DVD, 달력, 팬시문구 조차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팬이 구단을 사랑하고, 구단이 팬의 사랑에 보답하는 축구 선진국다운 아름다운 모습이 언제쯤이면 K리그에서도 가능할까. J리그를 향한 시선은 언제나 부러움으로 가득할 뿐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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