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조좋왕


서방신 예팬덜은


십리 밖 발자국 소리도


알아들엉 저냑밥 촐려도


서방 어신 난


밤중만이 오는 빗소리에


검칠락허멍 일어나 지곡


보름에 정지문


끼각끼각 허여도


문뚱에 사시카부덴


가심이 금착금착


십 년, 이십 년, 소십 년 넘언


옴도 감도 어선 잊어븐 서방


이제만이 살앙 오라지카


혼백으로나마 오라지카


궤 소곱 임의 사진 아사내엉


젋은 양지 어릅쓸멍


눈물 혼 줌 좁질당 보민


날 새는 밭이 진진헌 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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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 밧 숨비소리


-마른 밭 숨비소리


 


팔자 좋아서


남편 있는 여자들은


십리 밖 발자국 소리도


알아듣고 저녁상 차리는데


남편 없는 나는


한밤중에 오는 빗소리에


불현듯 놀라 일어나게 되고


바람에 부엌문


삐걱거려도


문 뒤에 서 있는 듯


가슴이 두근두근


십년, 이십 년, 사십 년 넘도록


소식 없어 잊어버린 남편


이제 다시 살아서 올까


혼백으로나마 찾아올까


궤 속에 임의 사진 꺼내들고


젋은 얼굴 쓰다듬으면서


눈물 한 줄기 흘리다 보면


날 새는 밭에 길고 긴 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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