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20년만의 금메달을 향한 전진은 끝났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메이저 스포츠 종목들의 잇따른 부진으로 실망한 팬들에게 이제 베어벡 아시안게임호가 할 수 있는 일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뿐이다.

한국은 14일 오후 11시30분(이하 한국시간)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3~4위 결정전을 갖는다.

이틀전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1로 석패, 허탈감에 가득 차 있는 한국이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 판 맞대결을 벌이게 되는 상대는 중동의 '영원한 왕자' 이란.

이라크보다 훨씬 껄끄러운 팀이다. 중요한 고비마다 번번이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아온, 유난히 많은 눈물을 안겨줬던 이란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할 때, 상처뿐인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일지도 모른다.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 개최국 카타르에 0-2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돼 이란도 한국못지 않게 마지막 동메달 획득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유난히 이란만 만나면 뭔가 안풀리는 징크스가 있다. 국제대회에서는 비교적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도 2년 주기로 뼈아픈 패배를 계속 해왔다.

02년 부산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이란을 만난 한국은 0-0으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이영표의 실축으로 3-5로 패배, 결국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2년 뒤 중국서 열린 04아시안컵 8강전에서 또다시 이란에 3-4로 석패해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올해에도 아시안컵 예선 최종전에서 0-2로 졌다. 아시안 게임 멤버들이 주축이 돼 이번 도하대회 불운을 암시했던 경기이기도 했다.

이밖에 96아시안컵에서도 2-6으로 대패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비록 우승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3위라도 차지해야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베어벡 감독은 이란전에서도 총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예선전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북한전을 계기로 잠시 살아나는 듯 했으나 이라크전 패배와 함께 '도로묵'이 돼버린 한국 축구가 난적 이란을 제압하고 동메달이나마 목에 걸어 팬들에게 위안이라도 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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