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태극전사들이 3월의 첫 주말 밤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축구대표팀 태극전사들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다.

소속팀의 추락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하는 선수도 있고, 질주하는 소속팀에 더욱 채찍질을 가해야 하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리그컵 대회 우승을 토대로 리그에서 팀이 재도약할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선수도 보인다. 그러나 같은 목표도 있다. 오는 6월 브라질 월드컵이다. 홍명보호 승선은 따놓은 당상이지만 주축 멤버 자리까지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태극전사들이 그만큼 절실하기에 국내 축구팬들은 더욱 즐거운 주말 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분데스리가 후반기 코리안 더비 승자는

손흥민(22)과 류승우(21)의 소속팀 바이어04 레버쿠젠과 구자철(25)·박주호(27)가 속한 FSV 마인츠 05는 오는 3월1일(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치러지는 분데스리가 23라운드 경기에서 맞붙는다.

손흥민과 박주호는 소속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고, 구자철 역시 1월 이적한 새 둥지 마인츠에서 불과 5경기 만에 주전 자리를 굳혀 이번 경기에서 2013~2014시즌 후반기 분데스리가 첫 코리아 더비가 이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특히 1월 임대 이적했지만 아직 리그에 데뷔하지 못한 류승우의 경우 공격수 에렌 데르디요크(26) 등 '부상병'이 속출하면서 선수 운용 문제를 겪고 있는 히미 사피아(41) 감독이 팀 전술 변화와 함께 모처럼의 코리안 더비를 기념한 마케팅 목적으로 후반 교체 멤버로 깜짝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경기는 소속팀으로서나 선수들로서나 매우 중요한 경기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이 자신의 올 시즌 리그 10호골이기도한 결승골을 작렬한 덕에 간신히 1-0으로 승리했던 지난 8일 리그 20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전 뒤 바로 4연패의 늪에 빠졌다. 13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FC카이저슬라우테른(2부 리그)전에서 충격적인 0-1 패배를 시작으로 리그 2패(16일 샬케전 1-2 패·23일 볼프크부르크전 2-3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패(19일 파리 생제르맹 0-4 패) 등으로 올 시즌 최대의 위기에 놓였다.

리그 2위(14승1무7패·승점 43)이기는 하지만 1위(20승2무0패·승점 62) 바이에른 뮌헨을 추격하기는 커녕 승점 1점차 3위(13승3무6패·승점 42) 도르트문트에 역전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같은 시간 도르트문트가 리그 12위(4승11무7패 승점23)인 약체 뉘른베르크와 싸우는 만큼 마인츠전에서는 무승부도 안된다.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 들어 3승1무1패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오고 마인츠는 지금의 레버쿠젠으로서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마인츠는 흔들리는 레버쿠젠을 제물삼아 더 높이 솟아오르려고 한다.

마인츠는 7위 헤르타 베를린·8위 FC아우크스부르크 등과 승점은 33점(10승4무8패)으로 같으나 골득실등에서 뒤져 9위에 머물고 있다. 두 팀의 23라운드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날 레버쿠젠을 무너뜨리면 7위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이날 경기를 치르면 리그 최종전(34라운드)까지 10경기가 남게 되는 만큼 향후 성적에 따라 6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 진출권도 넘볼 수 있게 된다.

◇기성용 2시즌 연속 캐피털원컵 품을까

기성용의 소속팀 선더랜드는 3월2일 오후 10시35분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격돌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경기가 아닌 리그컵 대회인 캐피털원컵 결승전이다.

랭킹으로만 보면 리그 3위(18승3무5패·승점 57)인 맨체스터 시티는 강등권이나 다름없는 리그 18위(6 승6무14패·승점 24)인 선더랜드가 감히 넘볼 상대가 아니다.

다비드 실바(28)·헤수스 나바스(29)·야야 투레(31)·하비 가르시아(27)·페르난지뉴(29)·빈센트 콤파니(28) 등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다.

그러나 선더랜드는 올 시즌 캐피털원컵에서 만큼은 '강팀 킬러'로 돌변해 결승까지 올라왔다.


선더랜드는 지난해 12월18일 리그 1위인 첼시와의 8강전에서 2-1로 역전승해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만난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1월8일 1차전 2-1 승, 23일 2차전에서는 1-2 패배로 승부를 주고받았으나 승부차기(2-1승)로 끝내 맨유마저 무너뜨렸다.

게다가 선더랜드는 지난해 11월10일 열린 맨시티와의 리그 11라운드에서 1-0로 승리했다. 무턱대고 겁낼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1985년 리그컵에서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인 선더랜드는 이날 29년의 한을 풀겠다는 태세다.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아 3월9일 헐시티와의 FA컵 8강전, 16일 크리스털팰리스와의 리그 28라운드를 모두 이기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팀 승리가 바로 나의 승리

손흥민· 구자철·박주호에게 이날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전이다. 첫 코리안더비답게 국내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3월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 선수 결정을 해야 하는 홍명보 감독에게 한 번 더 눈도장을 찍을 기회라는 의미도 있다.

레버쿠젠의 최근 침체는 시즌 전반기 팀의 고공행진을 주도한 손흥민· 슈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의 3각 공격편대의 부진과 연결된다. 이들은 후반기 들어 리그· 챔스· 포칼컵 등 6경기에서 각 1골씩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손흥민으로서는 연패를 끊어낼 한 방으로 팀 부활의 날갯짓을 도와야 한다.

박주호는 건재를 과시해야 할 일전이다.

박주호는 지난 15일 리그 21라운드 하노버96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22일 리그 22라운드 샬케04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복귀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기력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야 한다.

구자철은 1일 리그 19라운드 SC 프라이부르크전에서 올 시즌 첫 골이자 팀 데뷔골을 성공했다. 그러나 자신을 버린 친정팀을 응징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8일 리그 20라운드 볼프스부르크전에서는 그저 팀의 0-3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 하노버전에서도 팀이 2-0 승리할 때도, 샬케전에서 팀이 0-0 무승부에 그칠 때도 침묵했다. 분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에서 '선더랜드의 다윗'임을 재확인시켜야 한다. 다음 시즌 원소속팀 스완지시티 복귀나 선더랜드 완전이적을 넘어 EPL 명문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승전을 앞두고 마침 캐피털원컵 8강 첼시전(결승골), 4강 맨유전(1도움, 승부차기 1골)에서의 기적적인 승리의 주역이라는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있다.

지난 25일 영국 일간지 '더 실즈 가제트'는 ‘선더랜드 리그컵 명장면 10선: 5위 첼시에 우울증을 선사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기성용의 첼시전 결승골을 높게 평가했다.

26일 선더랜드 구단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로드 투 웸블리(Road to Wembley)'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첼시전을 가장 극적인 경기로 뽑았다. "홈에서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리니의 후반 막판 동점골과 기성용의 연장전 결승골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기성용은 지난 2012~2013시즌 원소속 구단인 스완지 시티 소속으로 브래드포드 시티(2부리그)와의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우승에 공헌했다. 이번에 또다시 우승한다면 2년 연속 리그컵 우승 주역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된다.

지난 맨시티전에서처럼 활약하면 된다.

기성용은 이 경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맨시티의 막강한 미드필더진에 맞섰다. 수비에서의 적극적인 몸싸움은 물론, 중원에서 성공률 91%에 달하는 패스로 공수를 조율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묵직한 중거리슈팅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거스 포옛 감독(47)이 '임대생' 기성용에게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경기에서부터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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