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가 밀집된 공간에서도 나몰라~ 운행‘

무분별한 운행으로 ‘인도’와 ‘차도’를 마치 자기 집 안방처럼 휘졌고 다니는 음식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시민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더군다나 하루 중 가장 차량이 밀려드는 시간대인 ‘러쉬아워(Rush hour)’는 교통 흐름에 악영향까지 끼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경 오후 7시 직장인 손 모(42)씨는 평소 가까운 지인을 만나기 위해 자차를 가지고 약속장소로 이동 했다. 그러나 행선지 도착 1km 지점을 남겨두고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옆 차선에 있던 음식배달오토바이 1대가 느닷없이 손 씨의 차량 앞에 무작정 진입하려다 그만 우측 사이드 밀러를 파손 시킨 것. 당시 손 씨는 경적소리를 내며 신호를 알렸지만 오토바이는 이를 무시했다.
 

▲ ▲횡단보도에 오토바이가 진입하고 있어 보행자들이 위험해 보이고 있다.

한편, 음식배달오토바이 1대가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1년 9월 10일 20대 남성이 오토바이를 운행하던 중 제주시 삼도1동 서사라 사거리 북쪽 150m 지점에서 지역 주민 50대 남성을 치어 사망케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도내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택시운전 경력 30년째인 김 모(64)씨는 “운전을 하면서 이러저런 일을 다 겪어 보지만 음식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다.”며, “근데 경찰단속은 한시적으로만 하니 정말이지 경찰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한탄스러워 했다.

또한, 김 씨는 “꼭 경찰단속이 있어야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조심하는 건 아니지만 우선 당국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기본교육을 꾸준히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언했다.

이어 시민 김 모 (26)씨는 “횡당보도 위에 있다 보면 가끔 배달오토바이가 제 옆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이 횡단보도에서 엔진소리를 크게 내며 달리면 저로써는 매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가급적 시동을 끄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도 안전운전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의 배달문화는 세계인들이 부러워 할 만큼 매우 발달되어 있다. 특히 음식 배달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만큼 매우 특별하다.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만큼 이와 반대로 좋지 못한 면도 다분하다. 바로 발 빠른 배달을 하려다 보니 교통사고 유발의 주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음식배달 종사원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배달경력 3년차인 이 모(35)씨에 따르면 “우리가 이렇게 운전하는 것은 업소 사장이 ‘빨리빨리’를 지시하거나 혹은 손님들이 ‘빨리’갖다 주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며,

“만약 빨리 배달하지 못하면 주문량이 계속 밀려와 오게 되고 일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버린 우리는 결국 무리한 운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는 “비록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위험하게 운전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7개월째 배달음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강 모(21)씨도 “전화한통으로 메뉴주문하면 주방에서는 조리하는데 약 10~25분 걸리는데 손님들은 ‘왜 빨리 안 오냐’고 다그치는 전화가 많다”며,

“이런 일이 계속 있다 보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신호등이고 뭐고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달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강 씨는 “만약 배달을 천천히 하게 되면 음식 맛이 떨어지고 되고, 다른 업소와 경쟁에서 이길 수 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손님들 입맛에 맞춰서 할 수 밖에 없다.”고 본인들에 입장을 토로했다.

한국의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률은 지난 1989년 정점을 이른 뒤 점차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이후 다시 증가세자 결국 경찰에서는 대대적인 교통안전 홍보와 집중단속을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의 활동은 일시적인 단속일 뿐 지속성은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다. 

# 음식배달 ‘그 속을 들어다 보니…’

한국노동연구원은 배달근로자 471명 대상으로 ‘배달근로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종사원 성별 조사결과 92.0%가 남성이고, 여성은 8.0%를 차지했다. 또한 종사자 연령층으로는 20대 이하 젊은 층이 대부분이 이었으며 음식업소 사업주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연구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하루 평균 배달 건수에 대해 심층 분석을 했다. 그 결과 평균 20.9건으로 확인됐고 업종별로는 배달건수 빈도로는 중식 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당히 높은 건수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으로는 중식업 하루 배달건수 25.3건, 피자업과 치킨업인 경우 하루 20건 미만이며, 주말 배달 건수는 평균 31.2건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주중에 비해 배달 물량이 약 1.5배 이상 배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업체 규모별로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경우 일일 평균 30∼40건 정도 배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배달보다는 매장(홀) 판매에 주력하는 사업장의 경우 규모에 비해 배달건수가 특별히 많지 않았다. 반면에 규모가 조금 큰 사업장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대리점은 배달건수가 100건 또는 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시간은 낮보다는 저녁이 대부분이었다.

#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배달서비스 업무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문화다. 예전에는 도보나 자전거가 배달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오토바이 보급으로 인해 배달서비스가 향상됐고, 그 범위도 확대됐다.

이러한 현상은 곧 소규모 자영업에서 자연스레 시작됐고, 어느덧 업주들 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30분 배달 보증제’라는 유명기업의 광고홍보도 등장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방관하다가는 내 주변 누구군가가 병원신세를 질 수 있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배달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산재보험제도 홍보 강화와 사업주와 배달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며, “단순히 도로교통 안전교육으로만 끝을 맺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계자는 “배달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 내용 속에는 차량안전조치 및 도로안전, 배달업무의 친절교육, 신속하게 배달하기 위한 오토바이의 불법개조 금지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관련 교육 자료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사업주와 배달근로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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