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지역경제과 강기화 주무관

 
지난 주말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이 오랜만에 제주도로 여행을 왔을 때였다. 가이드 역할 겸 직접 차를 운전하며 안내해주던 중 일주도로에서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오일장날이었던 것이다. 오일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길래 이렇게 차가 막히냐며 한번 구경을 해보겠다는 지인과 함께 오일장으로 들어섰다. 언제나처럼 오일장 특유의 활기차고 정겨운 분위기가 교통체증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파릇파릇한 봄나물과 싱싱한 해산물들은 마치 제주의 산과 바다를 대변하는 듯 관광객들을 현혹시키며 절로 지갑을 열게 했다. 이런게 진짜 제주 관광이라며 흐믓해 하던 지인의 장바구니가 가득 차고 있을 때 쯤 멀리서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일장 상인과 손님 사이에서 언쟁이 생긴 듯 했다. 내용인 즉슨 관광객이 물건을 사면서 주인아주머니의 불친절함 때문에 불쾌하다며 말다툼이 생긴 것이었다. 아마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제주도 사투리를 처음 들어 오해한 것일 것이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기반시설, 주변환경, 방문객, 상인들의 의식수준 등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관광객들은 오일장 상인들의 태도나 말투, 행동으로 제주도민 전체를 평가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정겨운 분위기와 넉넉한 인심 등 좋은 평가를 많이 받긴 하지만 제주 특유의 투박함과 사투리 등으로 인해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제주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인대학, 상인워크숍, 친절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으며 특히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하여 방문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환경시설을 조성하는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많은 타격을 입었던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 상인들과 행정에서 하나된 마음으로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 개선사업은 물론 상인들의 의식 개혁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한 결과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우뚝서게 되었다. 이제는 살아난 전통시장의 위상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때이며 그 역할의 주인공은 바로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가졌지만 그 마음을 상대방이 몰라준다면 진정한 친절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어색하겠지만 친절한 미소와 말투로 무장한다면 말을 못 알아듣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탄탄한 하드웨어는 이미 장착이 되어있다. 우리 상인들 모두가 제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시켜준다면 제주 대표의 관광지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의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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